안철수 교수와 박근혜 전 대표

최민경 / / 기사승인 : 2011-09-08 16:50:00
  • 카카오톡 보내기
  • -
  • +
  • 인쇄

편집국장 고하승

여론조사기관 동서리서치 김미현 소장은 8일 ‘안철수 신드롬’에 대해 “이번 서울시장은 안철수 교수가 만든다고 할 정도”라며 혀를 내둘렀다.

실제로 안 교수가 박원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의 손을 들어 준 직후 서울에 ‘박풍(朴風, 박원순 바람)’이 휘몰아치고 있다.

각종 여론조사 결과 안철수 지지표심이 박원순 이사 쪽으로 상당수 옮겨가면서 ‘박원순 대세론’이 형성되고 있는 것이다.

우선 동서리서치와 뉴스톡이 공동으로 지난 6일 후보단일화 직후 서울시민 500명을 대상으로 전화 여론조사(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4.4%)를 실시한 결과를 보자.

박원순 이사의 지지도가 무려 23.7%나 상승하면서 51.5%의 높은 지지를 받았다. 반면 여당 후보 지지도는 그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25%에 불과했다.

그러면 다른 조사는 어떤가.

조선일보가 미디어리서치에 의뢰해 전날 서울시민 500명을 대상으로 RDD(Random Digit Dialing·임의번호 걸기) 방식을 이용해 실시한 여론조사(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4.4%) 결과 역시 흡사했다.

박 상임이사는 51.1%로 32.5%의 지지를 받는데 그친 나경원 한나라당 최고위원보다 무려 18.6%포인트나 앞섰다.

동아일보가 지난 6, 7일 코리아리서치(KRC)에 의뢰해 서울지역 500명, 그 외 지역 500명 등 모두 1000명을 대상으로 직접전화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 역시 마찬가지다.

박 이사는 한나라당 나경원 최고위원, 한명숙 전 국무총리와의 3자대결은 물론 나 최고위원과의 양자대결에서도 모두 1위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안철수 교수와의 후보단일화 이전까지만 해도 박 이사의 존재감은 사실 그리 크지 않았다.

그는 한나라당 나경원 최고위원은 물론, 민주당 한명숙 전 총리의 지지율에도 한참 미치지 못하는 한 자릿수를 기록하고 있었다.

그런데 안 교수와의 포옹 한번으로 그의 지지율은 단숨에 거대 정당 후보들을 누르고 ‘대세론 후보’ 자리에까지 뛰어 오르게 된 것이다.

그만큼 ‘안철수 신드롬’은 위력적이다.

그러자 각 언론은 그의 대선출마 가능성을 언급하는 보도를 일제히 쏟아내고 있다.

한나라당 원희룡 최고위원과 국민참여당 유시민 대표가 8일 “대선에 나온다”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하지만 전날 필자가 말했듯이 그의 대선출마 가능성은 단 1%도 안 된다.

안 교수 역시 전날 "대선 도전은 가당치도 않다"고 손사래를 쳤다.

그는 당시 여의도 자택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대권에 도전할 것이냐"는 질문에 이같이 잘라 말했다.

그래도 주변에 있는 사람들이 부추기면 나중에 생각이 달라지지 않겠느냐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것은 안 교수를 잘 몰라서 하는 말이다.

그는 전혀 정치적인 사람이 아니다.

그가 박원순 변호사의 선거운동 지원 여부에 대해서는 "정치적 지원에 나서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선거 불개입 입장을 분명히 한 것도 이 같은 안 교수의 성향을 잘 보여주고 있는 대목이다.

특히 그는 자신이 대선출마를 선언하는 순간, 자신의 높은 지지율에서 거품이 빠져나가는 것은 시간문제일 뿐이라는 점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다시 말하지만 그는 이번 서울시장 출마설로 여야 각 정당에 경종을 올렸다.

불신의 늪에 빠져 있는 한나라당과 민주당에 ‘정치 신뢰’가 얼마나 중요한 것이지 깨닫는 시간을 주었다. 또 ‘우파’니 ‘좌파’니 하는 구태의연한 이념논쟁에 국민이 염증 느끼고 있다는 사실을 분명하게 각인 시켜 주었다.

그것으로 그의 역할은 다한 것이다.

물론 이번에도 여야 각 정당이 이를 깨닫지 못하면, 그가 다음 대선 길목에 다시 나타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곧 안철수 출마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고, 단지 국민의 신뢰를 받는 정치인을 돕기 위한 방안일 것이다.

그 대상이 누구인지는 아직 잘 모르겠다.

다만 그는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에 대해 "정치적으로 말하기는 조심스럽고, 인간적으로 물어본다면 원칙 있고 좋은 정치인이라고 말하고 싶다"고 평가했다.

[저작권자ⓒ 시민일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최민경 최민경

기자의 인기기사

뉴스댓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