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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고하승
추석 명절을 맞아 사람이 모인 곳이면 어디에서나 이른바 ‘안철수 신드롬’과 ‘박근혜 대세론’으로 화제가 만발했다.
일단 ‘안철 신드롬’ 현상에 대해서는 ‘기존 정치권에 대한 불신이 주요 원인’이라는 데 대부분 견해를 같이 했다.
즉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국민반감이 매우 크지만, 그렇다고 해서 제 1야당인 민주당을 대안으로 생각하지는 않고 있다는 뜻이다.
10.26 서울시장보궐선거에서 야권 유력 통합 후보로 거론되는 박원순 변호사가 손학규 민주당 대표의 입당제의를 단칼에 잘라버린 것도 이런 민심과 무관치 않을 것이다.
실제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의 9월 첫째주 주간 정례조사 결과를 보면, 이명박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은 3.9%p 하락한 30.5%를 기록했다. 반면 대통령이 국정수행을 잘못하고 있다는 부정평가는 56.2%로, 전 주 대비 3.9%p 상승했다.
이 대통령의 국정지지도가 사실상 ‘사망선고’에 해당하는 30%벽이 깨질 위기에 처한 것이다.
이에 따라 한나라당 지지율도 덩달아 낮아졌다. 한나라당은 지난 주 대비 무려 4.2%p 하락한 31.8%의 지지를 얻는 데 그쳤다.
그렇다면 상대적으로 민주당의 지지율은 올라야 하는 것 아닌가. 그런데 그게 아니다.
민주당지지 역시 같은 기간 동안 3.5%가 하락, 겨우 24.5%의 지지를 받았을 뿐이다.
한나라당 지지율과 비교할 때, 무려 7% 가까이 뒤지는 것이다.
리얼미터의 주간 정례 지지율 조사는 지난 5일부터 9일까지, 전국 19세 이상 남녀 3,750명을 대상으로 했고,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 1.6%p다.
한마디로 대통령이 죽을 쓰고 있는데도 민주당은 반사이익조차 얻지 못하고 있다는 말이다.
오죽하면 이번 서울시장 선거에서 ‘불임정당’이 될지도 모른다는 비아냥거림이 쏟아지겠는가.
이에 비해 박근혜 대세론은 비록 일순간 깨지기는 했지만, 그 지지가 무척 견고하다는 점을 다시 한 번 입증했다.
신율 교수가 박근혜 대세론에 대해 “6년 대세론을 유지했다”며 “일반 국민들이 피로증을 느낄 때도 됐다”고 지적하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그런 목소리가 그리 크지는 않다.
오히려 “안철수 돌풍에도 불구하고 박근혜 전 대표의 지지율이 흔들리지 않았다”는 고성국 박사의 말처럼, 박근혜 대세론은 쉽게 무너지지 않을 것이란 점을 각인 시켜 주었다.
대체, 그 이유가 무엇일까?
안철수 신드롬이나 박근혜 대세론은 모두 기존 정치권에 대한 불신이 주요 원인이라는 점에서 같은 선상에 서 있다.
물론 박 전 대표가 기존의 정치인이기는 점은 부인 할 수 없다. 하지만 그동안 여권 정치인들이 보인 행보와는 전혀 다른 길을 걷고 있다는 점에서 그는 신선한 모습을 국민들 앞에 보여 온 셈이다.
오죽하면 박 전 대표의 지지자들 가운데 상당수가 박 전 대표의 승리를 ‘정권교체’로 인식하겠는가.
그러나 앞으로가 문제다.
국민들은 박 전 대표가 집권하면, 이명박 정부와는 전혀 다른 모습을 국민들 앞에 보여줄 것이란 기대감이 있다.
복지가 점차 확충되고, 남북 긴장관계가 완화되고, 빈부격차가 해소되는 상생경제를 실현 할 것이란 기대감이다.
그러자면 복지망국론을 제기하는 이명박 정부와 남북 간의 갈등을 해소하지 못하는 이명박 정부의 무능함에 대해 쓴소리를 해야 한다. 특히 만연한 빈부격차로 인해 고통당하는 서민들에게 꿈을 안겨주기 위해서라도 이명박 정부의 대기업 프랜들리 정책에 대해 과감하게 비판의 목소리를 내야 한다.
지금처럼 같은 한나라당 소속 대통령이기 때문에 국정운영 잘못에 대해 말을 아끼는 모습을 보인다면, 결국 국민들은 등을 돌리고 말 것이다.
어쩌면 안철수 신드롬은 박 전 대표를 향해 이 같은 경고의 메시지를 보내는 것인지도 모른다.
지금 이명박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분노한 민심이 민주당 대신 박 전 대표를 눈 여겨 보고 있다. 박 전 대표는 이 점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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