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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고하승
이상돈 중앙대 법대교수가 최근 무척 재미있는 글을 자신의 블러그에 올렸다.
이 교수는 지난 16일 ‘나경원과 이석연, 그리고 BBK’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BBK는 사화산이 아니고 휴화산임을 누구나 다 알 것이다. 12-12와 5-18 특별법에 대해 헌법재판소는 대통령 재직 중에는 공소시효가 중단된다고 판결했다. 따라서 BBK 등 사건에 대한 공소시효는 지금 중단 중이고, 따라서 다음 정권에선 언제든지 수사가 재개될 수 있다”며 “서울시장 보선은 ‘BBK 재회전(再會戰)’으로 발전할 가능성도 농후해 지고 있다”고 밝혔다.
이 교수가 지적한 것처럼,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의 한나라당 유력 후보로 거런되고 있는 나경원 의원과 민주당의 유력 후보인 박영선 의원은 모두 BBK 문제와 깊은 인연을 가지고 있다.
지난 18대 대통령후보 경선 당시 나 의원은 이명박 후보의 편에 서서 당시 위장전입 문제, 도곡동 땅 문제 등 각종 악재가 터질 때마다 방패박이 역할을 했다.
특히 대선 막판에 터져 나온 BBK 동영상에 대해 나경원은 MB의 발언에 “주어(主語)가 없다”는 명언(?)을 남기기도 했다.
그래서 나 의원에게는 ‘주어(主語) 경원’이라는 새로운 별명까지 붙어버렸다.
실제 나 의원은 당시 동영상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BBK 투자자문회사를 설립했다”고 발언한 것에 대해 “내가”라는 주어를 쓰지 않았기 때문에 “이 대통령이 BBK 투자자문회사를 설립했다고 할 수 없다”는 황당한 주장을 했었다.
민주당 유력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박영선 의원도 BBK와 인연이 깊다.
BBK 증거 중의 하나가 MBC 인터뷰 동영상인데, 당시 경제부 기자로 MB를 인터뷰했던 사람이 바로 지금의 박영선 의원이다.
박 의원은 이 문제를 2007년 대선때 집중부각시켜 이명박 캠프를 곤혹스럽게 만들었고, 지난 2007년 12월 6일 밤 대선후보 토론회 직후 MBC 스튜디오에서 이 후보와 맞닥뜨리자, "저 똑바로 못 쳐다보시겠죠?"라고 7년전 BBK 인터뷰를 거론하기도 했었다.
그래서 박 의원에게는 ‘BBK 킬러’라는 별명이 붙기도 했다.
결국 이번 서울시장 선거는 ‘주어 경원’대 ‘BBK 킬러’가 맞대결 하는 기막힌 상황이 벌어질지도 모른다.
물론 BBK 문제가 서울시장 선거의 주요 정책 이슈가 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하지만 나경원 의원과 박영선 의원의 대결에서 BBK 문제가 빠질 수는 없는 것이다.
결국 BBK에 대한 심판의 성격으로 진행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그렇다면, 국민은 BBK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BBK에 대한 검찰 수사결과가 발표된 직후 2007년 6월에 실시한 여론조사를 보면, 응답자의 절반 이상이 검찰 수사를 신뢰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BBK 특검 도입에 찬성하는 여론도 반대하는 여론보다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BBK 사건 수사결과에 대해 ‘믿음이 가지 않는다’는 응답은 56.9%로 나타났다. 반면 ‘믿음이 간다’는 응답은 35.9%에 불과했다.
지역별로는 한나라당 전통 텃밭인 대구·경북 지역에서만 ‘믿음이 간다’(49.7%)는 응답이 ‘믿음이 가지 않는다’(46.2%)보다 유일하게 높게 나타났고, 광주·전라(66.0%)를 비롯해 강원·제주(64.8%), 대전·충청(62.4%), 서울(59.9%) 등 나머지 지역에서는 ‘믿을 수 없다’는 응답이 더 높았다.
또 BBK 사건에 대한 특검 도입 ‘찬성’ 의견은 모두 47.6%로 ‘반대’ 여론 43.4%보다 높게 나타났다.
만일 지금 같은 여론조사를 실시한다면, 어떤 결과가 나올까?
불신 의견이 신뢰 의견보다 압도적으로 높게 나타날 것이다.
그렇다면, ‘BBK 방패’ 나경원 의원과 ‘BBK 창’ 박영선 의원의 싸움은 해보나 마나일지도 모른다.
이런 면에서 야권 단일 후보로 박원순 변호사보다도 박영선 의원이 훨씬 더 경쟁력이 있을 것이란 판단이다.
아무튼 이번 선거를 통해 서울시민들은 BBK 문제에 대해 어떤 심판을 내리게 될 것인지 그 결과가 무척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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