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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고하승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출마여부를 저울질 하던 나경원 최고위원이 결국 22일 출사표를 던질 것이란 소식이다.
아마도 최근 나경원 의원의 지지율이 이른바 ‘안풍(安風, 안철수 바람)을 등에 업은 박원순 변호사에 크게 밀리지 않는다는 여론조사 결과에 고무된 것 같다.
실제 한나라당 여의도연구소가 지난 18일 여론조사를 벌인 결과 나 의원은 35.6%를 얻었고, 박원순 변호사는 39.0%를 얻었다. 오차범위 내에서 초접전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반면 범여권 경쟁자인 이석연 전 법제처장은 박 변호사와의 양자대결에서 39.1% 대 24.5%로 크게 뒤졌다.
한마디로 나경원 의원이 상승기류를 탔다는 말이다.
하지만 나 의원이 단순히 이 같은 여론조사 하나만 믿고 출마를 결심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한나라당 자체 여론조사인데다가 통상적으로 여론조사는 여당 후보에게 5% 안팎의 프리미엄이 붙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나 의원이 출마를 결심했다면, 뭔가 다른 믿는 구석이 있을 것이다.
대체 그게 뭘까?
바로 ‘선거의 여왕’이라고 불리는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지원이다.
즉 박 전 대표가 자신을 지원해 줄 것이란 믿음 때문에 출마를 결심했을 것이란 뜻이다.
사실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의 승패가 박 전 대표의 지원여부에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범여권의 나 의원과 이석연 전 처장이 박 전 대표에게 ‘러브콜’을 보내는 것은 이 때문이다.
이석연 변호사는 지난 20일 "한나라당까지 포괄하는 범여권 단일후보가 되면 박 전 대표에게 도와 달라고 요청하겠다"고 말했다.
나 의원도 같은 날 여의도에서 열린 중앙당 연수국 당원 연수에 참석해 박 전 대표를 향한 구애(求愛)의 발언을 했다.
앞서 나 의원은 지난달 서울시 무상급식 주민투표를 복지포퓰리즘에 맞선 ‘성전’에 비유하면서 오세훈 전 시장을 성전에 임한 ‘계백’으로 빗대는가 하면, 당의 전면 지원을 주장한 바 있다. 그런 그가 이날 "사회 변화의 흐름을 따라 복지 확충 요구가 많은데 이에 맞춰 당론을 바꿀 건 바꾸면서 나아가야 한다"고 자신의 입장이 180도 돌변했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이는 복지 확충을 요구하는 박 전 대표의 뜻을 따르겠다는 의사표현으로, 그러니 선거를 도와 달라는 무언의 손짓인 셈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박 전 대표의 지원이 여론조사에서 나타나는 여당 프리미엄을 상쇄하는 정도의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전망하는 사람들이 많다.
즉 박 전 대표가 선거 지원에 나설 경우, 여당 후보의 지지율은 5% 정도는 올라갈 것이란 분석이다. 순수 친박 유권자들이 15% 안팎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런 분석도 결코 무리는 아닐 것이다.
여야 박빙의 승부가 예상되는 싸움에서 이 정도의 지지율 상승이라면, 승패에 결정적 역할을 하게 될 것이란 점은 불 보듯 빤하다.
그런데 나 의원은 그런 막강한 힘을 가진 박 전 대표가 자신을 도와 줄 것이라고 믿고 있는 것 같다.
대체 나 의원은 무엇 때문에 박 전 대표의 지원을 이처럼 확신하게 된 것일까?
아마도 박 전 대표가 최근 ‘친박(친 박근혜)계가 나경원 의원이 서울시장 후보가 되는 것을 반대하는 것 같다’는 기자의 질문에 "그런 게 어디 있겠냐"며 반문한 것 때문인 것 같다.
그러나 이는 박 전 대표의 의중을 제대로 읽지 못한 것이다.
박 전 대표의 발언은 친박계가 특정 후보를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는 지극히 원론적인 답변일 뿐이다.
이를 자신에 대한 지원으로 해석하는 것은 오류다.
박 전 대표의 명확한 대답은 유보다.
실제 박전 대표는 21일 국회 본회의장 앞에서 기자들을 만나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 지원여부를 묻는 질문에 "봐야죠"라고 답했다.
당이 어떤 절차를 걸쳐 어떤 후보를 서울시장 후보로 내내는지, 그리고 그 후보의 정책이 어떤 것인지 판단한 후 지원여부를 결정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다.
혹시 떡줄 사람은 생각도 않는데 김칫국물부터 마시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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