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원과 오세훈의 씁쓸한 ‘닮은 꼴’

안은영 / / 기사승인 : 2011-09-28 15:3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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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고하승

나경원 한나라당 서울시장 후보가 성인에 가까운 중증 장애인을 목욕시키는 사진을 연출한 사실이 알려져 파문이 일고 있다.

28일 포털 사이트 ‘네이버’ 등 각종 포털에서 ‘나경원’이라는 이름을 검색하면, ‘나경원 장애인 목욕’이라는 연관 검색어가 뜬다.

또 ‘오늘의 뉴스 검색’ 1위에 ‘나경원 봉사논란’이 올라 있다.

나 후보가 지난 26일 서울 용산구 후암동의 한 중증장애인 시설에서 봉사활동을 하던 중 언론사 사진 기자가 아닌 사진가들과 일부 방송 카메라들만 있는 가운데 남성 청소년 장애인 한 명을 목욕시킨 사건에 대한 궁금증 때문이다.

이날 <인터넷 한겨레>에 따르면 나 후보의 연출사진은 조명 시설이 갖춰진 가운데 방송 녹화와 사진 촬영이 진행됐다. 정신적 발달 장애를 겪고 있지만 육체적으로는 성인에 가까울 만큼 성숙한 청소년의 발가벗은 모습을 동의 없이 고스란히 담은 것이다. 방송사 뉴스엔 상반신만 방영됐다.

이에 대해 나 후보 측이 “카메라 기자들이 목욕하는 것도 찍겠다고 한 것이며, 조명 시설은 우리가 설치한 게 아니라 중증 장애인 시설이 전문가들을 불러 홍보용 사진을 찍기 위해 설치한 것”이라고 해명했으나, 현장 관계자들에 따르면 일부 카메라 기자들은 “문제될 소지가 있다”며 이의를 제기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의도적으로 사진을 연출한 것도 잘 못이지만, 공직자가 되려는 사람이 거짓 해명한 것은 더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앞서 나 의원은 자위대 창설 50주년 기념식에 참석할 당시에도 거짓해명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물론 “미안하다”는 말 한마디로 해결될 일은 아니겠지만, 나 의원은 왜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는 데 이렇게 인색한 것일까?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가 “취재진과 방송용 카메라 앞에서 중증장애 남학생을 발가벗긴 채 소위 자신의 ‘목욕 봉사’ 장면을 촬영한 사건이 발생해 장애인에게 충격과 분노를 안겨주고 있지만, 나 후보는 아직까지 어떤 반성과 사과의 뜻을 밝히지 않고 있다”며 “국가인권위원회에 차별 시정을 위한 진정서를 제출하겠다”고 밝혔지만, 나 후보는 여전히 뻣뻣하다.

실제 그는 이날 YTN에 출연, 이 같은 논란에 대해 “더 이상 할 말이 없다”고 일축했다.

아무래도 자신이 무슨 잘못을 저질렀는지 조차 잘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다.

그 모습이 마치 오세훈 전 서울시장을 닮은 것 같아 씁쓸하기 그지없다.

오 전 시장도 올해 초 아동의 알몸이 그대로 노출된 ‘무상급식 반대’ 광고를 신문지면에 게재해 아동인권침해 논란을 낳은 바 있다.

오죽하면 나 의원의 인권의식 부재를 비난하는 글들이 트위터 상에서 빗발치고 있겠는가.

특히 장애학생들 성폭행 사실을 다룬 영화 <도가니>의 영화감독 이송희일씨는 트위터에 "오세훈은 무상급식 광고를 위해 아이 옷을 벗기더니, 나경원은 홍보 사진을 위해 중증장애 시설에 찾아가 취재진 앞에서 장애청소년 옷을 벗겼다네요"라며 "이런 천박한 인권 감수성이 바로 도가니 같은 비극의 단초를 제공하는 거겠죠. 인간에 대한 예의가 없어요"라고 질책했다.

트위터에 글을 올린 네티즌들의 비난은 더욱 거세다.

실제 트위터 상에는 “나 의원님, 잘못은 누구나 합니다. 깨끗하게 사과할 줄도 아셔야…”라며, 나 의원의 사과를 촉구하는 글과 “이런 봉사는 아무도 모르게 평소에 묵묵히 하면 안 되나요”라고 ‘보여주기 식 봉사활동’을 꼬집는 글 등이 잇따랐다.

또한 “영화촬영 도구인 반사판 조명장비까지 설치해 한 컷 남긴 나경원의 ‘도가니’ 사건은 장애인 인권 차원에서라도 그냥 넘어가서는 안 된다”라는 글이 눈길을 끌기도 했다.

이 같은 파문이 발생한 것은 나 의원이나 오 전 시장이 아동, 장애인 등과 같은 약자에 대한 인권의식 부재 때문일 것이다.

과연 이런 사람이 서울시장 자리에 앉았을 때, 사회적 약자들이 제대로 보호 받을 수 있을지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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