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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고하승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비슷한 시기에 3개의 여론조사 기관이 서울시민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했다.
그런데, 어럽쇼?
여론조사기관마다 다른 결과가 나왔다.
한나라당 나경원 의원이 무소속 박원순 변호사에게는 밀리지만 민주당 박영선 의원과의 대결에서는 이기는 것으로 나타난 결과가 있는가하면, 반대로 나 의원이 박 변호사는 물론 민주당 박 의원에게조차 밀리는 결과가 나타나기도 했다.
실제 <동아일보>가 지난 25일과 26일 <코리아리서치>에 의뢰, 서울시에 거주하는 만 19세 이상 성인남녀 7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 의하면, 여야 후보간 양자대결에서 나경원 의원은 44%, 박원순 변호사는 45.6%로 박 변호사가 오차범위 내인 1.6%p 앞섰다. 두 후보가 팽팽하게 접전을 벌이고 있다는 뜻이다.
그러나 민주당 박영선 후보와의 양자대결에서는 나경원 후보가 49.9%, 박영선 후보가 38.9%로 나 후보가 오차범위를 벗어난 11%p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여론조사의 오차범위는 신뢰도 95%신에 표본오차 ±3.7%p다.
단순히 이 여론조사 결과만 보면, 나경원 의원이 상당히 경쟁력 있는 것처럼 보인다.
이에 대해 동서리서치 김미현 소장은 29일 PBC 라디오 <열린세상, 오늘>에 출연, “그동안 통합후보를 지지했던 보수층이나 여권지지자들이 다시 돌아오면서 나경원 의원이 상승세를 타고 있는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하지만 다른 두 언론사의 여론조사 결과는 전혀 다르다.
인터넷 신문 <오마이뉴스>와 여론조사기관 <리서치뷰>가 지난 26, 27일 서울시민 12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임의 번호 걸기(RDD)방식의 여론조사 결과, 여야 단일후보로 양자대결을 할 경우 박 후보(46.4%)가 나 후보(43.3%)를 3.1%p 앞섰다. 오차범위는 95% 신뢰수준에 ±2.8%다.
같은 날 월간 <폴리피플>과 여론조사기관 <한백리서치>가 서울시민 1061명을 대상으로 같은 방식으로 실시한 양자대결에서도 박 후보가 46.7%를 기록, 나 후보(44.7%)를 2.0%p 앞섰다. 오차범위는 95% 신뢰수준에 ±3.0%다.
특히 나 의원과 무소속 박원순 후보와의 가상대결에서는 그 격차가 더욱 크게 벌어졌다.
<리서치뷰>조사의 경우, 박원순 50.7% 대 나경원 42.0%로 두 후보간 격차는 7.3%p에 달했고, <한백리서치>조사에 역시 ‘무소속 박원순’ 48.6%, ‘한나라당 나경원’ 43.3%로 두 후보 간 격차가 5.3%나 됐다.
한 마디로 나경원 의원은 박원순 변호사는 물론이고, 민주당 박영선 의원에게조차 밀리는 후보, 즉 ‘경쟁력 없는 후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러면 <코리아리서치>와 <리서치뷰> 및 <한백리서치>의 여론조사결과가 이처럼 다르게 나타난 이유가 무엇일까?
그것은 여론조사 표본을 추출하는 방식의 차이 때문이다.
표본을 어떻게 표집 하느냐에 따라 여론조사 결과가 달라지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우선 나경원 의원이 박영선 의원에게조차 밀려 ‘경쟁력 없다’는 결과가 나온 <리서치뷰>와 <한백리서치>는 RDD(임의전화번호걸기) 방식을 채택했다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RDD 방식은 KT 전화번호부에 등재된 이들이 점점 줄어드는 추세로 보다 폭넓은 여론을 살펴보기 위해 휴대폰 소지자들은 물론, 집 전화는 있지만 KT 전화를 사용하지 않고 LG 등 다른 회사 전화를 사용하는 이들까지 모두 대상으로 하고 있다.
반면 <코리아리서치>는 RDD 방법을 선택하지 않고, KT 전화번호부에 등재된 이들만 대상으로 했다.
그렇다면, 어느 방식이 더 여론을 정확하게 나타낼 수 있는지는 물어보나 마나다.
KT 전화번호부에 등재된 이들만 대상으로 실시한 <코리아리서치>의 여론조사 결과는 믿을 수 없다.
이미 지난 6.2 지방선거와 4.27 재보궐선거 등 각종 선거에서 이 같은 여론조사 방식에 문제가 있다는 점이 드러나지 않았는가.
이번 서울시장 보궐선거 역시 마찬가지다.
누가 뭐래도 RDD 방법을 선택한 <리서치뷰>와 <한백리서치>의 여론조사결과가 더 신뢰성 있다.
장담하건데 한나라당이 KT 전화번호부에 등재된 이들만 대상으로 실시한 <코리아리서치>여론조사 결과를 철석같이 믿고 있다면, 큰 코 다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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