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당국의 ‘고강도 가계대출 억제책’의 여파로 국내 은행들의 가계 대출 태도지수가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8년 4분기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하락한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은행이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을 제외한 16개 국내 은행을 대상으로 최근 조사해 5일 발표한 ‘금융기관 대출행태 서베이’에 따르면, ‘4분기 중 국내 은행의 ‘가계일반 대출 태도 지수’는 -16을 기록했다.
이는 리먼 사태가 발발한 직후인 지난 2008년 4분기 -19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대출태도 지수는 가계, 기업 대출에 대한 은행들의 태도를 측정하는 지표로, 이 지수가 높을수록 은행들이 대출에 적극적이라는 의미다.
가계일반 대출지수는 미국 발 금융위기가 터진 지난 2008년 3분기 -13으로 급락한데 이어, 4분기 -19, 2009년 1분기 -9, 2분기 -3으로 줄곧 마이너스를 기록하다 같은 해 3분기 9로 플러스 반전했다.
이후 작년 3분기 이후 6을 유지하다 금융감독당국의 가계대출 억제책이 시동을 건 올해 3분기 처음으로 -9로 하락했다.
4분기 가계 주택 대출지수도 -28로 전 분기(-25)에 비해 더 악화됐다. 은행들의 가계 대출 태도지수가 하락한 것은 정부의 가계부채 연착륙 종합대책의 여파에 따른 것으로 한은은 분석했다.
대기업·중소기업 대출태도지수도 뒷걸음질쳤다. 4분기 중소기업 대출태도지수는 13으로 전분기 19에 비해 감소한 가운데, 대기업도 6에서 3으로 줄어들었다.
빌려준 돈을 되돌려 받지 못하거나, 상환이 지연될 위험을 뜻하는 신용위험은 중소기업, 가계 부문이 증가한 반면, 대기업은 전분기와 같은 수준을 유지했다.
중소기업 신용위험이 전분기에 비해 10포인트 증가한 19를 기록한 가운데 가계가 6포인트 늘어난 9를 기록했으며, 대기업은 전분기와 동일한 -3을 기록했다.
중소기업의 신용위험이 커진 것은 건설·부동산 부문 침체, 내수부진, 경기 불확실성 등이 점증하고 있는 데 따른 것이라고 은행들은 응답했다.
가계부문 또한 가계부채 수준이 높은데다 대출구조도 취약한 편이어서, 한계 차주를 중심으로 채무상환능력이 약화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반면 대기업은 신흥시장 수출이 호조세를 보이며 재무구조도 견실한 흐름을 유지할 것으로 관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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