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편집국장 고하승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하는 나경원 한나라당 후보와 이회창 전 자유선진당 총재가 지난주 극비 회동을 했다는 주장이 제기됐었다.
딴지일보의 인터넷라디오 방송 ‘나는꼼수다’(나꼼수)의 진행자인 김어준 딴지일보 총수는 지난 1일 ‘나꼼수’ 21회 방송에서 나 후보와 이 전 총재의 회동을 주장했다.
당시 방송에서 김어준씨는 “제보자로부터 들었다”며 “나 후보가 서울시장 출마를 밝히기 전인 지난주 이회창 전 총재와 서울 여의도 한 빌딩에서 극비 회동을 가졌다”고 폭로했다.
이어 그는 “지상욱 전 대변인이 나경원 후보와 선거 막판 단일화 하거나 나 후보 지지선언을 한 뒤 후보사퇴를 할 가능성이 높으며 이에 대한 대가로 나 후보의 현 지역구인 서울 중구를 약속받았을 수 있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나경원 후보 측은 “명백한 허위사실 유포”라며 ‘펄쩍’ 뛰었다.
두 사람이 만나기는 했으나, 의례적인 만남에 지나지 않았다는 것이다.
실제 회동일은 지난 달 19일로 당시는 지상욱 후보가 출마를 선언하기 전이었다는 게 나후보 측의 주장이다.
그래서 두 사람의 회동 파문은 한낱 해프닝으로 막을 내리는 줄 알았다.
그런데 뭔가 수상하다.
자유선진당 지상욱 전 대변인이 6일 느닷없이 선진당 탈당과 함께 서울시장 보궐선거 불출마를 선언하고 말았다.
지 전 대변인은 이날 기자회견을 갖고 “구태 정치와 선거문화를 청산하고자 이번 선거에 나섰으나 그동안 선진당이 보여준 모습과 서울시장 후보 공천과정에서 보여준 당의 행태는 창당정신을 철저히 외면한 것”이라고 비판하면서 “이제 사랑했던 선진당을 떠나고자 한다. 정치적 신념을 위해 새롭게 시작하겠다”고 탈당을 공개적으로 선언했다.
이어 그는 무소속 출마 여부에 대해 “탈당이 무소속 출마의 수단이 돼선 안된다”며 불출마 입장을 밝혔다.
대체 그가 느닷없이 불출마를 선언한 까닭이 무엇일까?
저조한 지지율로 인해 당선될 자신이 없다고 판단한 때문일까?
아무래도 그런 것 같지는 않다.
단순히 그런 게 이유라면, 굳이 선진당을 탈당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진짜 이유는 다른데 있을 것 같다.
자유선진당은 이날 “이번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후보를 내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그래서 처음에는 지상욱 전 대변인이 당과 아무런 상의 없이 ‘불쑥’ 제멋대로 출마를 선언했는가 보다 생각했었다.
그런데 그게 아니다.
지 전 대변인은 이날 KBS 라디오 '안녕하십니까 홍지명입니다'에 출연, 변웅전 대표의 간곡한 출마권유가 있었다는 사실일 밝혔다.
그는 먼저 선진당이 무공천 방침을 밝힌 것에 대해 “본인에게 말도 안 하고 오늘이 등록일인데, 도대체 어떻게 된 영문인지 잘 모르겠다”고 불쾌한 감정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이어 그는 “뒤에서 뭔가 모종의 움직이는 세력이 있다”고 강한 의구심을 보였다.
그러면서 그는 “저에게 출마를 권유한 분이 변웅전 대표”라고 밝혔다.
지상욱 전 대변인의 말이 사실이라면, 그는 변웅전 대표의 간곡한 출마권유에 따라 출마선언을 했는데, 변 대표가 앞장서서 그의 사퇴를 종용하는 언론플레이를 한 셈이다.
어떻게 이런 비상식적인 일이 발생할 수 있을까?
혹시 선진당 이 전 총재와 한나라당 나 후보가 회동하던 날 ‘선진당 후보를 내지 않겠다’는 밀약이 있었던 것은 아닐까?
선진당 변 대표가 그런 사실을 모르고, 지 전 대변인의 출마를 간곡하게 권유했고, 그래서 그가 출사표를 던졌는데, 이를 이 전 총재가 막은 것은 아닐까?
이거 말고는 도저히 지금과 같은 상황이 이해되지 않는다.
오죽하면 지 전 대변인이 “이번에 일련의 사태를 봤을 때 제 개인의 인격까지 말살하는 모욕감은 차치하더라도 이것은 구태정치다, 음모정치다, 밀실정치다”라고 목소리를 높였을까?
그래서 더욱 궁금하다.
정말 지상욱 전 대변인의 불출마 배후에 보이지 않는 손이 작용한 것은 아닐까?
있다면 그 손은 누구의 손이고, 당사자들 사이에서는 어떤 거래가 있었던 것일까?
혹시 이 전 총재와 이재오 전 특임장관 사이에 오가던 ‘보수대연합’을 전제로 한 은밀한 거래가 있었던 것일까?
[저작권자ⓒ 시민일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