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봉주 “네거티브 선거전에 혈안”

[시민일보]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의 공식선거 운동이 시작된 첫날, 앞서가고 있는 박원순 야권 단일후보 측과 맹추격에 나선 나경원 한나라당 후보 측이 팽팽한 신경전을 벌였다.

두 후보는 모두 13일 새벽시장을 방문하는 것으로 공식선거운동에 들어갔고, 이날 나경원 후보 선거대책위원회 홍보본부장 진성호 의원과 박원순 후보 선대위에서 공동선대본부장을 맡고 있는 정봉주 전 민주당 의원이 MBC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출연, 치열한 공방전을 벌였다.

먼저 진성호 의원은 ‘박원순 후보 검증’ 문제를 거론하고 나섰다.

그는 “과거 여당은 정책선거를 하자고 그러고 야당은 검증선거를 하자고 한다. 그런데 이번에는 뒤바뀌어 오히려 박원순 후보 쪽에서는 ‘검증’이라는 말을 굉장히 두려워하는 것 같다. 오히려 나경원 후보 쪽은 도덕성 검증이든 정책검증이든 뭐든지 하자는 것”이라며 “나경원 후보든 박원순 후보든 도덕성이나 또는 과거의 행동이나 또는 미래에 대한 일관성 같은 것들은 철저하게 검증 받아야 된다”고 지적했다.

이에 맞서 정봉주 전 의원은 ‘네거티브’ 선거를 주도하고 있는 한나라당에 대해 포문을 열었다.

그는 “박원순 후보의 문제점과 검증을 하자고 그러면서 네거티브를 한 것은 한나라당 이었다. 병역문제 걸었고, 그 다음에 학력 문제 걸었고, 재산 문제 걸었다. 저희가 누차 얘기했다. 이런 네거티브 선거 하지 말고 정책얘기를 하자, 그럴 때마다 한나라당은 돌아가면서 당대표부터 계속 박원순 후보 흠집 내기로 일관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특히 그는 나경원 후보에 대해 “대단히 위험한 정치인”이라고 지적했다.

그 이유에 대해 정 전 의원은 “나경원 후보가 서울시장이 된다면, 다음에 보수언론에서 ‘대권가도에 한발 성큼 다가갔다’고 하면서 대단히 띄우기 작업을 할 것”이라며 “서울시민들의 삶을 보듬으려는 노력을 하는 것이 아니고, 나도 또 하나의 대권주자가 됐다고 하는 착각 속에 빠질 위험성이 대단히 높은 후보”라고 주장했다.

또 그는 나경원 후보가 노무현 전 대통령의 봉하마을에 대해 당시 당 대변인으로서 ‘아방궁’이라고 표현하면서 공세를 취했던 것과 관련, 민주당 등 야당 측에서 “전임 대통령이 2억 5900만 원밖에 투자하지 않은 대통령 경호실을 두고 아방궁이라고 했다고 한다면 42억을 투자한 이명박 대통령의 내곡동 땅에 대해서 어떤 입장인지 밝히라”고 요구하자, 나 후보가 “당시 노무현 대통령에 대해서 무슨 논평을 했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답변한 사실을 상기시키면서 “그 정도 기억 갖고는 서울시장 될 자격 없고, 만약에 알면서도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얘기했으면 진정성이 없고 거짓을 얘기하는 것”이라고 쏘아 붙였다.

이어 그는 “서울시장이 되려고 하는 사람이면 자기가 잘못한 과거가 있다면 분명히 얘기해야 된다”고 강조했다.

진성호 의원은 박원순 후보가 서울시 부채 문제를 언급하면서 ‘재정이 파탄날 지경’이라고 지적한 것에 대해 “지금 동경이나 뉴욕, 베를린이나 세계 주요 도시와 서울의 부채비율을 한번 비교해 보셨느냐. 그리고 한국 내에서도 광주나 울산이나 인천이나 비교해보면 서울이 1/3, 또는 1/4 수준”이라며 “만약 서울이 지금 부채 때문에 파탄난다면 인천이나 부산이나 이런 곳은 정말 난리가 난다”고 반박했다.

이어 그는 “그래서 저는 박원순 후보 측이 정말 현실적으로 시정 능력에서는 좀 떨어진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정 전 의원은 “서울시에서 2008년과 2009년 사이에 빚이 폭발적으로 늘었다”며 “8조가 늘었다. 그 중에서 SH공사 빚이 5조 5000억원이다. 2009년도는 오세훈 시장이 2010년 재선을 앞둔 시점이다. 이건 서울시가 서울시정이 국제경제 상황 속에서 불가피하게 경제가 어려워져서 빚을 진 게 아니고 본인의 대권이나 재선 문제 등등으로 인해서 정치적으로 서울시정이 내 주머니돈 쌈짓돈처럼 악용이 됐다는 얘기”라고 역공을 취했다.

그는 또 서울시의 조정교부금 문제에 대해 “교부금이 한 6000억 정도가 줄어서 지금 구에 내려가는 조정교부금이 없어서 구에서는 10월이나 11월에 쓰려고 미리 적금을 들어놓은 9개월, 8개월, 10개월짜리 적금을 깨는 상황이 속출하고 있다”며 “서울시 산하 자치구에 내려줄 수 있는 예산이 부족해서 구에서 직원들 월급을 못 주는 상황까지 와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진성호 의원은 “SH공사의 빚은 사실 회수될 것”이라며 “SH공사의 부채를 걱정하시는 박원순 후보께서는 전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8만호의 임대아파트를 새로 짓겠다고 말씀하셨다. 그렇다면 빚이 더 늘어나게 되고 또 집 지을 장소도 한계가 있다”고 꼬집었다.

한편 진 의원과 정 전 의원은 현재 판세에 대해 모두 ‘자신들이 불리한 상황’이라고 주장해 눈길을 끌었다.

진 의원은 “오늘 아침 모 신문에서 나경원 후보가 2%포인트 이긴다는 조사가 나왔는데 저희 캠프에서 생각하는 건 지금 박원순 후보가 실제 한 7~8% 이기는 걸로 보고 있다. 여당프리미엄 같은 것들이 전화여론조사에는 반영되기도 한다”면서도 “지금 어느 조사든지 간에 트렌드는 나경원 후보와 박원순 후보 간에 굉장히 좁혀져 있는 추세인 건 사실인 것 같고, 아직도 저희들이 지고 있는 것도 사실인 것 같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정 전 의원은 “진 의원께서 엄살을 피우시는 말씀”이라며 “나경원 후보가 앞서가는 것 같고, 지금 언론에 보도된 게 아마 맞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 이유에 대해 정 전 의원은 “한나라당은 잘 짜인 정당이고, 잘 짜인 조직이고 여당이다. 저희는 야4당과 시민사회운동세력들이 결합을 했기 때문에 서로 간에 이견이 있다. 이제 막 캠프가 짜인 것”이라며, 특히 “시민사회후보를 지지하고 있는 국민여러분께서 박 후보의 지지율이 높았다는 것 때문에 너무 느슨한 지지를 보내고 있다. 그래서 저희가 나경원 후보에게 자칫 잘못하면 잡힐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이영란 기자 joy@simin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