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재정위기를 바라보는 시장의 시선은 점차 냉정을 찾아가는 분위기이다. 유로존의 재정위기에서 글로벌 금융위기의 징후를 읽으며 공포에 가위 눌렸던 금융시장은 10월 들어 서서히 불안의 흔적을 씻어내고 있다. 공포지수(VIX)는 지난 8월 이후 처음으로 30.59로 곤두박질쳤다.
‘유럽인들이 유러피언 드림을 허물지 않을 것’이라는 예측은 아직은 ‘바람’에 가깝다. 유럽의 화약고 그리스 디폴트 해법의 논의는 무성하지만 갈 길이 멀다. G2국가인 미국 버냉키 연준 의장은 ‘오퍼레이션 트위스트’보다 수위가 더 높은 경기 부양책에 대한 의지를 재확인했다. 김중수 호(號)는 ‘성장의 하방위험이 커졌다’고 판단했다.
한국은행은 13일 오전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9월 기준 금리를 현 수준인 3.25%로 동결했다. 기준금리는 작년 11월부터 격월로 0.25%씩 오다가, 올해 6월 0.25% 인상을 마지막으로 넉 달째 제자리 걸음을 걷고 있다.
한은은 이날 기준 금리 동결의 배경으로 ‘성장의 하방리스크’가 커진 점을 꼽았다.
이날 발표한 최근 ‘국내외 경제동향’에서 “앞으로도 우리 경제는 장기 추세치 수준의 성장세를 보이겠으나 유럽국가채무, 미국 등 주요국의 국가 채무문제 확산의 개연성 등으로 성장의 하방리스크가 우세하다”고 그 배경을 설명했다.
김중수 호의 10월 기준 금리 동결은 일부 금통위원들의 강경 발언에서도 일찌감치 점쳐져 왔다. 세계경제가 흔들리고 있는 상황에서 ‘한은의 금리인상 실기로 서민들이 고물가에 다 죽는다’는 여론의 압박에 떼밀려 기준 금리를 인상할 수는 없으며, 이는 국운을 걸고 도박을 하는 격이라는 게 일부 금통 위원들의 뿌리 깊은 정서였다.
한은이 유로존의 재정위기나, 미국의 경기 둔화를 예상보다 심각하게 바라보고 있다는 방증이고, 이는 이번 금리 동결에서도 여실히 확인됐다.
유로존 재정 위기가 지난 2008년 9월 리먼 사태처럼 글로벌 금융위기로 전이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게 김 총재의 판단이었지만, 최소한 경제 성장의 걸림돌로 작용할 가능성이 점차 커지고 있다는 뜻으로 읽힌다.
올들어 고공비행을 거듭해 오던 소비자 물가상승세가 한풀 꺾인 것도 금리동결의 배경으로 작용했다.
지난 8월 올 들어 처음으로 5%대(5.3%) 상승률을 기록한 소비자 물가는 9월 들어 4.3%가 오르며 일단 상승세는 주춤했다. 한은의 연간 물가 전망치를 감안해 볼 때 여전히 매우 높은 수준이지만, 채소값이 큰폭으로 하락한 것이 위안거리다.
생산자 물가상승률도 9월 들어 상승세가 주춤한 가운데 유럽투자자들의 엑소더스로 고삐풀린 말처럼 치솟던 원달러 환율도 이달 들어 뚜렷이 안정세를 되찾고 있는 점도 금리동결의 배경이 된 것으로 풀이된다.
[저작권자ⓒ 시민일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