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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고하승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는 사실상 내년 대통령선거의 ‘바로미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여야 각 정당의 입장에서 매우 중요한 선거다.
그런데 이번 선거는 여야 맞대결로 치러지는 통산적인 선거와 달리 여당 후보와 야당의 지원을 받는 무소속 후보의 대결로 진행되는 보기 드문 선거다.
제 1야당이 후보를 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이번 서울시장 선거는 조직력을 앞세운 나경원 후보와 바람을 등에 업은 박원순 후보의 대결이라고 해도 무방할 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바람’과 ‘조직’ 가운데 어느 쪽이 더 강할까?
그 누구도 이에 대해 명쾌하게 답을 내놓을 수는 없을 것이다.
다만 분명한 것은 이번 야권통합 후보 경선에서 ‘바람’과 ‘조직’을 동시에 갖춘 민주당 박영선 후보가 승리했더라면, 한나라당 나경원 후보쯤은 손쉽게 이길 수 있었을 것이란 사실이다.
그런데 조직이 없는 무소속 박원순 후보의 승리로 야권은 전적으로 ‘바람’에 의지하는 선거를 치를 수밖에 없다. 그나마 ‘박원순 바람’의 진원지는 박 후보 자신이 아니라 ‘안철수 바람’을 등에 업은 것에 불과해 그 위력이 날이 갈수록 바람 빠지듯 빠져 나갈 위험이 크다.
반면 나경원 후보는 막강한 여당 조직력의 든든한 뒷받침을 받고 있다. 거대여당 조직은 웬만한 ‘바람’으로는 좀처럼 흔들리지 않는다. 게다가 ‘선거의 여왕’이라는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지원까지 받고 있으니 한마디로 나 후보는 천군만마를 얻은 셈이다.
아니나 다를까, 이런 현상은 여론조사에서도 그대로 나타나고 있다.
실제 서울신문과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엠브레인이 지난 10일부터 11일까지 서울지역 만 19세 이상 유권자 1000명을 대상으로 MMS(유·무선전화 병행조사) 방식을 통해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나 후보 47.6%, 박 후보 44.5%로 나 후보가 3.1% 포인트 앞섰다.
물론 오차범위(신뢰도 95%에 표본오차 ±3.1)를 감안 한다면, 나 후보가 앞섰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두 후보가 사실상 우열을 가릴 수 없을 만큼, 팽팽하게 접전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그렇더라도 지금까지 각종 여론조사에서 박 후보가 많게는 두 자리 수에서 적게는 5%가량 앞섰던 것에 비하면 상당한 변화가 아닐 수 없다.
그렇다고 해서 서울시민들은 나 후보를 높게 평가하는 것도 아니다.
실제 ‘누가 더 도덕성이 낫다고 보느냐’는 질문에서 박 후보 43.6%, 나 후보 32.3%로 박 후보가 월등히 앞섰다.
그런데도 왜,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것일까?
한나라당 나 후보는 결집된 여당 지지층의 지지를 받는 반면, 무소속 박 후보는 제1 야당인 민주당 지지층으로부터 적극적인 지지를 받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 8일 한겨레와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서울시 성인남녀 500명을 대상으로 전화조사(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4.4% 포인트)에 따르면, 한나라당 지지층의 78.2%가 나경원 후보를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한 달전 조사 때 63.2%보다 무려 15%나 급상승한 것이다.
반면 민주당 지지자들 가운데 박원순 후보의 지지율은 한달 전과 비교할 때 불과 7% 정도만 올랐을 뿐이다.
이게 무소속 후보가 안고 있는 위험성이다.
어쩌면 ‘안철수 신드롬’이라는 것도 ‘박근혜 대세론’과 정면충돌 할 경우, 이처럼 맥없이 무너질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해서 이번 서울시장 선거에서 나경원 후보가 승리할 것으로 보지는 않는다.
이미 예견했듯이 이번 승패 역시 투표율에 달렸다.
무상급식 주민 투표율이 25.7%였던 점을 감안 할 때, 투표율이 40%대 미만이면 나 후보가 승리하겠지만, 40%~45%사이면 두 후보가 오차범위내 접전양상을 보일 것이고, 45% 이상이면 박 후보가 승리할 것이라는 게 필자의 판단이다.
그런데 이번 선거에 대한 서울시민의 관심도에 비춰 볼 때, 적어도 손학규 민주당 대표와 강재섭 전 한나라당 대표의 맞대결로 관심을 끌었던 지난 분당을 보궐선거의 투표율인 49.1% 선은 무난히 돌파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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