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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고하승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한나라당 나경원 후보 측이 각 언론사 정치부 기자들에게 뿌리는 보도자료 대부분은 박원순 후보를 공격하는 네거티브 성격이 짙다.
실제 <시민일보>에 들어온 보도자료를 살펴보면, 15일에는 <박원순, 친일 청산 외쳐 놓고 도요다 후원금까지 받았다니...>, <스탠포드, 런던 정경대, 하바드 경려 모두 부정확 투성>, <박원순 후보는 변호사 출신답게 공문서로 증명하라>는 제목으로, 16일에는 <박원순 검증회피는 시민의 알 권리 무시하는 오만이다>, <결국 박원순 당선되면 민주당 해체 되는가?>, <진실을 떠나 박원순의 허위의식과 위선이 더 큰 문제다>, <내가 하면 검증, 남이 하면 흑색선전인가>, <한강다리 마저 정쟁 도구로 삼는 박 후보의 아마추어적 독선>이라는 제목으로, 17일에는 <어머니 사망 연도까지 다르게 대답한 박원순 후보>,<참여연대가 재주부리면 돈은 아름다운재단이 챙겼나>, <해명을 하면 할수록 더욱 궁금해지는 박원순 해외학력 논란>, <96년 작고 어머니를 자꾸 85년에 돌아가셨다는 박 후보>, <한나라당 나경원 후보, “카드수수료 적극 인하 추진” 약속>이라는 제목으로 각각 논평을 냈다.
15일 4번의 논평과 16일의 5번 보도자료는 모두가 박원순 후보를 공격하는 것뿐이다.
다만 17일 5번의 보도자료 가운데 딱 한번만 <한나라당 나경원 후보, “카드수수료 적극 인하 추진” 약속>이라는 제목으로 나 후보의 공약을 제시했고, 나머지 역시 모두 박 후보를 공격하는 것들이었다.
그나마 17일에는 <어머니 사망 연도까지 다르게 대답한 박원순 후보>, <96년 작고 어머니를 자꾸 85년에 돌아가셨다는 박 후보>라며 같은 내용의 보도자료를 제목만 바꿔 두 번씩이나 보도자료를 기자들에게 뿌려댔다.
물론 이 같은 공격이 박 후보의 지지율을 떨어뜨리고 나 후보의 지지율을 끌어 올리는 데 어느 정도 역할을 했을 것이다.
하지만 과연 이 같은 전략이 정치발전을 위해 바람직한 것이냐 하는 점에 대해서는 의문이다.
지금 국민들은 여야 기성정당에 대해 다분히 냉소적이다.
최근 정국을 강타하고 있는 ‘안철수 신드롬’ 역시 한나라당과 민주당 등 기존 정당에 대한 불신이 바탕에 깔려 있다.
따라서 여야 각 정당은 신뢰회복을 위해 뭔가 다른 모습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이번 선거전에 뛰어 든 것은 나경원 후보에 대한 지원이라기보다는 정당정치 회복을 위한 성격이 짙다.
그런데 나 후보 측의 박 후보를 향한 무차별 네거티브 공세는 정치에 대한 불신과 냉소적인 시각을 더욱 부채질할 뿐이다.
물론 그로 인해 투표율이 떨어지게 되면 나 후보에게 유리한 것은 사실이다.
실제 앞서 필자는 투표율이 40%대 이하면 나 후보가 승리할 것이고, 40%~45%라면 두 후보가 오차범위 내에서 접전일 벌이고, 45%를 넘어서면 박 후보가 승리할 것이라고 예견한 바 있다.
하지만 서울시민들의 깊은 정치 불신으로 인해 투표율이 40%대 미만으로 떨어지고, 그로 인해 설사 나경원 후보가 승리하더라도 그 것을 어찌 자랑스러운 승리라고 할 수 있겠는가.
물론 어느 누구든 ‘검증’은 반드시 필요하다.
하지만 최근 나경원 캠프의 박 후보에 대한 공격은 ‘검증’이라는 이름으로 네거티브를 하고 있다는 게 필자의 판단이다.
문제는 17일부터 박후보 측도 네거티브 전략을 사용하기 시작했다는 사실이다.
한나라당은 18일 “어제 하루에만 박 후보측과 민주당이 한나라당 나경원 후보에 대해 ‘~카더라’ 식으로 쏟아 부은 네거티브 논평과 브리핑이 무려 10개에 이르렀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한나라당은 “지난 일요일 박 후보와 민주당 지도부가 총 출동해서 네거티브 추방을 외쳤던 기자회견은, 알고 보니 ‘카더라’식 네거티브 공격을 알리는 신호였음이 밝혀졌다”며 “참으로 겉 다르고 속 다른 이중행태가 아닐 수 없다”고 비판했다.
물론 네거티브를 먼저 주도한 것은 한나라당이다. 따라서 한나라당이 이런 논평을 낸다는 자체가 웃기는 일임에는 틀림없다.
그렇다고 해서 네거티브 선거전에 가세한 박 후보 측의 잘못이 상쇄되는 것은 아니다.
국민은 여야 기존정당과 기성 정치인에 대한 실망 때문에 ‘안철수 신드롬’을 불러 일으켰고, 박원순 후보를 야권단일후보로 만들어 주었다.
따라서 박 후보는 기성 정치인들과는 다른 모습을 유권자들에게 보여줄 필요가 있다.
그런데 ‘네가 하니, 나도 한다’는 식으로 진흙탕 싸움에 뛰어드는 모습을 보니, 실망스럽기 그지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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