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野, 이대로는 안 된다

안은영 / / 기사승인 : 2011-10-27 16:3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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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고하승


10.26 재보선, 특히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나타난 민심은 한나라당과 민주당에 대한 경고의 메시지다.


사실 이번 선거의 결과는 이미 충분히 예견된 일이었다.


앞서 필자는 칼럼에서 투표율이 40% 이하면 나경원 후보가 승리하겠지만, 40%~45%면 접두 후보가 전을 벌이고, 45% 이상이면 박원순 후보가 승리할 것이라고 예측하면서, 투표율은 지난 분당을 보궐선거 때인 49.1% 안팎이 될 것이고, 결국 박원순 후보가 5% 안팎의 격차로 승리할 것이라고 단언한 바 있다.


필자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전문가들 역시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을 것이다.


왜냐하면, 한나라당과 민주당 등 기존 정당에 대한 국민의 불신이 너무나 뿌리 깊게 박혀있었고, 그것이 투표로 나타날 것이란 지극히 상식적인 판단 때문이다.


누가 뭐라고 해도 이번 선거는 한나라당과 민주당에 대한 국민의 경고라는 사실을 부인하기 어려울 것이다.


따라서 양당은 지금부터라도 변화의 모습을 국민에게 보여줄 필요가 있다.


먼저 한나라당을 보자.


선거의 패배로 공황 상태로 빠져든 한나라당 내에는 당장 내년 총선에 대한 걱정 때문에 잠 못 이루는 금배지들이 수두룩하다. 특히 서울 지역 의원들은 너무나 불안하다. 그러다보니 지도부를 향한 불만이 팽배할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지도부 책임론과 함께, 내년 총선을 대비한 선거대책위원회를 조기에 출범시키자 거나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가자는 의견 등이 일시에 쏟아져 나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친이-친박 갈등 조짐이 엿보이고 있다.


아예 박근혜 전 대표가 선대위원장을 맡아 내년 총선을 주도적으로 이끌어야 한다는 주장이 있는가 하면, 친이계 일각에선 정몽준 전 한나라당 대표가 박 전 대표와 공동 선대위원장을 맡아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서울시장 선거에 나타난 민심이 ‘집권세력인 친이계에 대한 심판’이라는 점을 여전히 인정하지 못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과연 이런 상태에서 한나라당이 제 아무리 당명을 바꾸고, 새롭게 비상대책위를 꾸리거나 선대위를 구성한들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특히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국민 불신이 이번 선거에서 한나라당을 패배하게 만든 주요한 요인이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국민의 신임을 받는 박근혜 전 대표가 선거지원에 나서더라도 이 대통령과 확실하게 선을 긋지 않는 한, 결코 한나라당이 승리할 수 없다는 사실을 이번 선거 결과가 여실히 증명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한나라당은 이 대통령과의 차별화를 뚜렷하게 부각시킬 수 있는 사람이 전면에 나서서 당을 혁신적으로 변화시켜야 한다.


그렇지 못할 경우, 내년 총선에서 한나라당은 이번 선거와 비슷한 결과를 초래할 수 없을 것이다. 이번에 한나라당은 서울 48개 국회의원 선거구 가운데 무려 38곳에서 패했다.


이 같은 성적표가 내년 총선에서 그대로 나타날 수 있다는 말이다.


민주당도 마찬가지다.


비록 민주당이 야권연대 단일후보인 무소속 박원순 후보를 지원해 그를 당선시켰다고는 하나, 그것이 곧 민주당의 승리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기초자치단체장 선거 결과를 놓고 볼 때, 민주당은 한나라당보다도 더 참패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실제 기초단체장 선거에서 한나라당은 서울 양천구를 비롯해 부산 동구, 대구 서구, 강원 인제군, 충북 충주시, 충남 서산시, 경북 칠곡군, 경남 함양군 등 모두 8곳에서 이겼다.


반면 민주당은 전북 남원과 순창 등 한나라당이 후보를 내지 않은 ‘텃밭’ 2곳에서만 가까스로 승리했을 뿐이다.


물론 11개 광역의원 중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각각 4석씩을 얻었고, 19개 기초의원 중에서도 민주당이 7석, 한나라당 6석으로 별 차이가 없다.


그렇다고 해도 그것을 민주당의 승리라고 말할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따라서 민주당 역시 환골탈태해야만 한다.


문제는 당내에서 뚜렷한 대안이나 해법을 발견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하지만 아주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우선 문재인 노무현 재단 이사장과 유시민 국민참여당 대표 등 당 밖 대권주자들을 민주당의 틀 안으로 끌어 올 필요가 있다.


민주당 대권 주자들의 지지율이 지나치게 낮아, 안철수 교수에 비해 ‘도토리 후보들’처럼 비춰지는 현 상황이 지속된다면, 민주당 역시 희망이 없기 때문이다.


모쪼록 이번 10.26 재보선이 한나라당과 민주당으로 하여금 자신을 성찰하고, 혁신의 발판을 마련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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