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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고하승
이른바 ‘안철수 신드롬’이 10.26 재보궐선거 이후, 박근혜 대세론을 위협하는 강력한 안풍(安風, 안철수 바람)으로 돌변했다.
YTN과 중앙일보, 동아시아연구원(EAI)이 지난 29일 한국리서치에 의뢰, 전국 성인 남녀 800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오차범위는 95% 신뢰수준 ±3.5%포인트)에서, 안 원장이 45.7%, 박 전 대표는 42.6%의 지지도를 보였다.
또 1대 1 가상대결이 아닌 대선 출마 가능성이 있는 후보들에 대한 단순 지지도 조사에서도 지금까지는 박근혜 전 대표가 30% 이상으로 선두를 달리고 2위권은 10% 내외로 큰 격차를 보여 왔지만, 이번에는 안철수 원장이 25.9%로 박 전 대표를 한 자릿수 이내로 바짝 추격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날 한겨레신문이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와 전국 20살 이상 성인남녀 800명을 대상으로 전화여론조사(오차범위 95% 신뢰수준에 ±3.5%포인트)를 실시한 결과 역시 안 원장은 48.0%, 박 전 대표는 45.9%로 안 원장이 앞섰다.
특히 리얼미터 여론조사 결과는 ‘안풍’의 위력이 간단치 않음을 전하고 있다.
실제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의 10월 넷째 주 주간 정례조사 결과에 따르면, 안철수 원장은 재보궐 선거 전인 지난주 대비 4.8%p 상승한 26.3%를 기록한 반면 박근혜 전 대표는 2.8%p 하락한 26.1%로 안 원장이 0.2%p 격차(오차범위 ±1.6%p 이내)로 앞섰다.
이번 조사는 지난 24일부터 28일까지 5일간(월~금), 전국 19세 이상 유권자 3,750명을 대상으로 휴대전화와 유선전화(휴대전화 20%, 유선전화 80%) 자동응답 RDD 방식으로 조사했고,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 1.6%p였다.
박 전 대표의 경우, 비록 양자구도에서는 안 교수에게 선두를 뺏긴 적이 있으나, 지금까지 다자구도에서는 단 한 차례도 선두를 뺏긴 적이 없었다는 점에서 이번 결과는 가히 충격적이라 할만하다.
어느 날 갑자기 혜성처럼 나타난 ‘안철수 신드롬’이 급기야 ‘안풍’으로 돌변해 정국을 강타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왜 이 같은 현상이 나타나게 된 것일까?
항상 지적했듯이 ‘반MB(반 이명박) 비민주’ 정서 때문이다.
리얼미터 여론조사에 따르면 이명박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은 29.8%로 전 주(32.3%)대비 2.5%p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실상 ‘사망선고’라고 할 수 있는 20%대로 폭삭 주저 않은 것이다.
반면 국정수행을 잘못하고 있다는 부정적 평가는 58.1%로, 2.8%p 상승했다.
즉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국민의 분노가 이번 선거에서 박원순 야권 단일후보를 지지하게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이것은 분명히 제1야당인 민주당에 대한 지지와는 거리가 멀다.
실제 한겨레신문의 정치세력에 대한 선호도를 묻는 설문에서 이 같은 현상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손학규·정동영 등 민주당 세력’ 선호도는 11.1%에 불과한 반면, ‘박근혜 등 한나라당 세력’ 선호도는 무려 40.0%에 달했다.
특히 민주당이 아닌 ‘안철수·박원순 등이 참여한 제3세력’ 선호도는 39.3%에 이르렀다. 진보정당 세력은 1.9%에 그쳤다.
그렇다면, 유권자들은 민주당이 아닌 ‘제3의 대안 정당’을 갈망하고 있거나, 박 전 대표가 머물러 있는 한나라당이 그런 역할을 해주고 있기를 고대하고 있다는 뜻 아니겠는가.
사실 안철수 신드롬이나 박근혜 대세론의 실체는 ‘반MB(반 이명박) 비민주’ 정서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대동소이하다.
만일 박 전 대표가 확실하게 ‘반MB(반 이명박)’ 전선을 구축했다면, ‘안철수 신드롬’이 끼어들 여지는 그만큼 좁았을 것이다.
하지만 이명박 대통령이 같은 한나라당 소속이어서 그동안 국정운영 실정에 대한 비판이 상대적으로 소극적일 수밖에 없었고, 이점이 결국 ‘박근혜 한계’로 작용하는 요인이 되었을 것이다.
따라서 박 전 대표는 이제부터라도 이명박 정부의 실정에 대해 단호하게 비판의 목소리를 낼 필요가 있다.
국민들 가운데 상당수가 안철수 원장을 지지하면서도 그가 차기 대권에 출마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응답한 것을 보면, 어쩌면 박 전 대표가 그 역할을 해낼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 때문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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