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민심은 아주 예민하고도 절묘하다.
결코 진보와 보수 어느 한 쪽에 일방적으로 힘을 실어주는 일이 없다.
각종 여론조사 결과 역시, 이 같은 민심을 잘 보여 주고 있다.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나타난 민심은 무엇인가.
한마디로 여권에서는 집권당인 한나라당을 향해, 야권에서는 제1야당인 민주당을 향해 회초리를 든 것이다.
문화일보와 디오피니언이 지난달 29~30일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자.
민심은 한나라당도 아니고, 민주당도 아니었다.
오로지 ‘박근혜’와 ‘안철수’다.
실제 '안철수 중심의 제3당'이 등장하면 지지하겠다는 응답이 무려 40.9%나 됐다.
반면 '손학규 정동영 중심 민주당'을 지지하겠다는 응답은 고작 11.1%에 불과했다.
야권 지지자들은 민주당보다도 ‘제3당’을 더 선호하고 있다는 뜻이다.
그럼 여권 지지자들은 어떤 선택을 하고 있을까?
조금 묘하다.
한나라당과 다른 새 보수신당이 나올 경우 지지하겠다는 응답이 부려 44.1%에 달했다.
그런데도 '박근혜 중심 한나라당'을 지지하겠다는 응답 역시 40.0%나 됐다.
아마도 응답자들은 ‘한나라당과 다른 새 보수신당’을 ‘이명박당과 다른 박근혜신당’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
만일 ‘이명박 중심 한나라당’을 지지하겠느냐고 물었다면, 지지율은 반 토막 이하로 ‘뚝’ 떨어지고 말았을 것이다.
결국 박근혜 전 대표가 한나라당에 남으면 한나라당을 지지하고, 신당을 창당하면 신당을 지지하겠다는 의사를 표현한 것이라고 보면 맞을 것이다.
문제는 '박근혜 중심 한나라당' 지지응답(40.0%)보다 ‘한나라당과 다른 새 보수신당’ 지지응답(44.1%) 비율이 더 높게 나타났다는 점이다.
이는 박 전 대표가 한나라당에 남아 있고, 그래서 당이 변화할 것이라는 기대를 안고 어쩔 수 없이 한나라당을 지지하고 있지만, 끝내 당의 변화를 이끌어 내지 못할 경우에는 이탈자가 속출하게 될 것이라는 점을 경고하는 메시지인 셈이다.
사실 안철수 교수 중심의 제 3당 창당 가능성이나 박근혜 보수신당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
실제 안 교수는 아직 “정치를 하겠다”고 밝힌 바 없고, 박원순 서울시장 역시 신당에 부정적이다. 박근혜 전 대표도 아직 보수신당에는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다.
따라서 현재의 정당, 즉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내년 대선에서 맞붙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물론 한나라당과 민주당, 모두 당명 개정 가능성을 배제 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한나라당 홍준표 대표는 이미 당명개정 가능성을 열어 놓았고, 민주당 지도부는 3일 야권통합 추진을 선언했다. 야권 통합 과정에서 새로운 당명을 만들자는 논의가 나올 수도 있다.
그렇다고 해도 그 뿌리는 결국 한나라당과 민주당이다.
따라서 한나라당과 민주당 가운데, 먼저 변화를 이끌어 내는 정당이 내년 총선과 대선에서 승리하게 될 것이다.
그런데 변화의 방향은 보수의 공고화나 진보의 공고화가 아니다.
오히려 보수 결집이나 진보결집을 모색할 경우, 이념갈등에 염증을 느끼고 있는 중도 표심을 잃게 되고, 결국 총선과 대선마저 물 건너가게 되는 것이다.
어느 쪽이든 중도표심, 무당파의 표심을 잡아야만 승리할 수 있다.
실제 문화일보의 정당 지지도 조사에서 지지정당이 없다거나 무소속을 선호한다고 밝힌 무당파가 무려 43.5%에 이른다.
이들이 어느 쪽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내년 총선과 대선의 승패가 갈리게 되는 것이다.
민심이 ‘박근혜’와 ‘안철수’를 부르는 것은 바로 그들이 보수 결집 혹은 진보 결집과 같은 이념갈등을 구호로 내세우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지만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살길은 오직 하나다.
이번 10.26 재보궐선거에서 양당에 등 돌린 40%가 넘는 무당파의 민심을 얻는 것뿐이다.
[저작권자ⓒ 시민일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