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햇살] 한미 FTA 비준안 처리

안은영 / / 기사승인 : 2011-11-06 11:5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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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고하승

한미 FTA 비준동의안 처리 문제를 놓고 여야 정치권의 대치 양상이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여기에 시민단체의 대규모 시위까지 이어지면서 새로운 사회 갈등으로 발전할 가능성마저 배제할 수 없게 됐다.

현재 국회에서 한미 FTA 비준동의안은 외교통상통일위원회에 상정이 돼 있지만, 민주당과 민주노동당 등 일부 야당이 회의실을 점거하고 상임위 통과를 막고 있다.

사실 한미 FTA 비준동의안은 법안이 아니라 동의안이기 때문에 법사위를 통과할 필요는 없다. 국회의장이 마음만 먹으면 본회의에 바로 직권상정 할 수 있는 것이다.

여당의 강행처리 가능성이 그만큼 크다는 말이다.

이에 맞서 민주당 등 야당은 국회 밖으로 나가 거리 선전전을 통한 여론몰이에 나섰다.

그러자 김황식 총리는 한미 FTA 문제에 대해 국회에서 민주주의 근간인 다수결 원리가 작동하지 못하는 것은 유감스럽다고 말했고, 마치 이에 화답이라도 하듯 한나라당은 야당이 반대한다고 해서 한미 FTA 비준동의안 처리를 계속 늦출 수는 없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그러나 민주당은 여전히 투자자 국가소송제도, 즉 ISD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한미 FTA 비준동의안 처리에 협조할 수 없다는 완강한 입장이다.
사실 정부 여당의 입장이나 야당의 입장 모두, 나름대로 일리가 있다.

따라서 이 문제를 둘러싸고, 여야가 더 치열하게 논의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이다.

여당은 힘으로 밀어붙이겠다는 생각을 버려야 할 것이고, 야당은 내년 선거를 앞두고 야권 통합을 위해 한미 FTA를 이용하겠다는 유혹을 떨쳐 내야만 한다.

여야 모두 오직 국익과 국민의 이익을 먼저 생각해야 한다는 말이다.

물론 한미 FTA는 대한민국의 글로벌화를 위해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영국계 은행인 HSBC와 일본 노무라증권은 한미 FTA 발효시 한국의 국내총생산(GDP)이 2.3% 성장하는 효과가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또 HSBC와 노무라는 한미 FTA를 통해 한국이 일본 등 여타 아시아 경쟁국보다 미국시장을 선점하는 효과가 있다며, 자동차 철강 등 수출산업이 가장 큰 수혜를 입을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미국 경제가 장기침체 가능성이 높고, 미국은 재정적자 많기 때문에 수출만이 살길”이라면서 “한-미 FTA가 발효되면 미국의 국내 수출은 증가하고, 한국의 미국 수출은 줄어들게 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런 상태에서 정부와 여당이 ‘실익’만을 앞세워 무리하게 한미 FTA를 밀어붙일 경우, 그로 인해 발생하는 국론분열과 국민갈등은 막대한 국가적 손실을 초래하게 될 것이다.

국가 지도자와 기업 CEO의 차이는 바로 여기에 있다.

CEO는 이익을 위해서라면, 사원의 반대 따위는 무시해도 되지만 국가 지도자는 다르다.

비록 더디 가더라도 국민의 반대를 설득해야 하고, 야당을 다독이는 모습을 보여야 하는 게 바로 국가의 지도자다.

국민의 반대는 아랑곳하지 않고 4대강 사업을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듯이, 또 2011년 예산안을 날치기 처리 하듯이 속전속결로 처리하는 것은 결코 국가 지도자가 취할 올바른 모습은 아니다.

이번 한미 FTA 역시 마찬가지다.

아무리 대한민국의 글로벌화를 위해 불가피한 측면이 있고, 야당이 내년 선거와 연계시키기 위해 한미 FTA 문제를 전략적으로 이용하더라도 여당은 힘으로 밀어붙여서는 안 된다.

왜냐하면, 과거 여당은 예산안 처리와 미디어법 처리 등 굳이 날치기 하지 않아도 될 문제들까지 마구잡이로 날치기 처리한 전력이 있기 때문이다.

지난 10.26 재보궐선거에서 한나라당이 참패한 것도, 따지고 보면 MB 거수기 노릇을 한 집권당에 대해 국민이 심판한 것이라고 보면 맞을 것이다.

만일 당시 그렇게 날치기 하지 않았더라면, 한나라당은 10.26 재보궐선거에서 참패하지 않았을 것이고, 이번에 힘으로 밀어 붙여도 어느 정도는 명분을 얻을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런 면에서 지금 한나라당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것은 일종의 자업자득인 셈이다.

다시 말하지만 지금 정부와 여당에게 필요한 것은 한미 FTA를 밀어붙이는 ‘힘’이 아니다.

더욱 낮은 자세로 국민을 설득하고, 야당과 대화하는 ‘소통의 노력’이 절실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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