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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고하승
이명박 대통령은 최근 한나라당 쇄신파 의원들이 ‘대통령의 5대 결단’ 촉구 서한을 전달한 데 대해 "답변을 안 하는 것이 나의 답변"이라고 아예 무시하고 말았다.
이에 대해 친박계 유승민 최고위원은 10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언젠가 대통령은 의원들의 요구에 대해 분명한 답변을 내놓아야 한다"고 쏘아붙였다.
그는 또 "1년 3개월이 임기가 남은 시점에서 당이 남은 기간 동안 개각을 요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민심을 전달하는 개각을 요구하고 대통령이 이것을 받아들일 수 있도록 당 대표가 청와대에 전해 달라"고 말했다.
앞서 박 전 대표도 지난 8일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쇄신파의 요구는 귀담아들을 만하다"고 말한 바 있다.
하지만 이 대통령은 지난 9일 미국 공공라디오 NPR와의 인터뷰에서 "답변을 안 하는 것이 나의 답변"이라며 쇄신요구에 귀를 닫고 만 것이다.
여당과의 ‘소통’마저 거부하는 대통령의 이 같은 국정운영스타일이 국민들에게 환영받을 리 만무하다.
실제 지난 7일 나온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의 조사 결과를 보면 이 대통령의 지지율은 27.6%로 나타났다. 지난주 조사에서는 29.8%였다. (10월 31일부터 11월 4일까지 전국 19세 이상 유권자 3,750명을 대상으로 한 전화 자동응답 조사,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 1.6% 포인트). 사실상 ‘사망선고’라고 할 수 있는 20%대로 폭삭 주저 않은 것이다.
특히 이 대통령의 ‘막가파식’ 인사에 대해서는 여야 의원들 모두 비판하고 있는 실정이다.
민주당은 이강덕 경기경찰청장이 서울경찰청장으로 내정된 데 대해 전형적인 ‘불통인사’라고 비판했다.
김진표 원내대표는 전날 고위정책회의에서 “이른바 '영포라인'인 이강덕 청장을 경찰청장 0순위 자리인 서울경찰청장에 앉힌 것은 1000만 서울시민과의 소통은 안중에 없다는 뜻”이라며 “10.26 서울시장 선거에서 나타난 국민의 뜻을 무겁게 받아들인다는 이명박 대통령의 인사 방식이 과연 이런 것이냐”고 꼬집었다.
사실 이강덕 내정자는 현 정부 출범 때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근무한 뒤 청와대 치안비서관을 거쳐, 3년 6개월 만에 치안감, 치안정감으로 고속 승진했다. 현 정부 들어 승승장구한 그는 특히 지난해 불거진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의 민간인 불법 사찰에 연루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던 인물이다.
따라서 그를 서울경찰청장으로 내정한 것은 대통령의 '내 사람 심기'라는 비난을 면키 어렵게 됐다.
자유선진당이 이날 “경찰청 고위직을 대통령 측근으로만 채우다니, 경찰청이 무슨 친위대인가?”라고 쏘아붙인 것도 무리는 아니다.
앞서 이 대통령은 지난달 27일엔 어청수 전 경찰청장을 청와대 경호처장에 임명했다.
그는 2008년 '광우병 촛불 시위' 당시 경찰청장으로 광화문에 '명박산성'을 쌓아 논란을 빚었었던 인물이다.
오죽하면 집권 여당의 정두언 의원까지 나서서 "문책 받은 사람을 다시 쓰는 것은 앞뒤가 안 맞는 것"이라고 비판했겠는가.
그런데도 이 대통령은 귀를 닫고 있더니, 급기야는 입마저 열지 않겠다고 한다.
이렇듯 완강한 모습을 고수하고 있는 이 대통령이 과연 한나라당 쇄신파들의 요구를 순순히 받아들일지 의문이다.
참다못한 한나라당 쇄신파 의원들이 전날 이명박 대통령을 포함한 여권의 총체적 쇄신을 촉구하며 당직을 줄사퇴했다.
여의도연구소장인 정두언 의원과 정책위부의장인 김성식 정태근 의원 등 쇄신 연판장을 주도한 핵심 3인방이 의원총회에서 당직 사퇴를 선언한 것이다.
이에 앞서 서울지역 초선 권영진 의원도 지난 7일 보도자료를 통해 "우리의 변화는 스스로 기득권을 버리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며 여의도연구소 부소장직과 노원을 당협위원장직에서 사퇴했다.
그런데도 이 대통령은 여전히 묵묵부답이다.
이런 상황에서 쇄신파들의 인내의 한계가 어디까지일지 무척 궁금하다.
그동안 쇄신파들은 당내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이 대통령의 탈당 문제에 부정적인 입장을 피력했었다.
실제 쇄신파들은 “과거 김영삼 대통령도, 김대중 대통령도, 노무현 대통령도 모두 당의 요구로 탈당 하였지만 집권당이 국민의 심판을 피할 수는 없었다. 저희는 그 길로 가지 않겠다. 저희들은 이명박 정부의 공과 과를 함께 짊어지고 가겠다. 그래서 정부의 변화를 요청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 대통령이 "답변을 안 하는 것이 나의 답변"이라며, 쇄신파 의원들의 요구에 대응할 가치조차 느끼지 못한다는 뜻을 분명하게 전한 지금도 쇄신파의 생각은 변함이 없는 것일까?
쇄신파들이 조만간 2차 서명에 돌입할 것이라는 소식이 들린다. 거기에 어떤 내용이 담겨 있을지 무척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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