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햇살] 양당제, ‘제 3후보’ 성공가능성

안은영 / / 기사승인 : 2011-12-04 11: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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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고하승

미국은 공화당과 민주당, 양당제가 뿌리 깊게 박혀 있는 국가다.

이런 양당제 국가인 미국에서도 한 때 ‘제 3후보’가 돌풍을 일으키며 주목받은 바 있다.

1980년 대선 당시 존 앤더슨과 1992년 대선 당시 로스 페로가 그 주인공들이다.

이들 두 후보의 등장은 현직 대통령의 인기가 매우 낮았다는 점과 중도 표심의 지원을 받았다는 공통점이 있다.

실제 1980년 대선 당시 지미 카터 대통령의 인기는 형편없었다. 1992년 조지 부시 대통령 역시 인기가 매우 낮았다.

결과적으로 현직 대통령의 낮은 인기가 ‘제 3의 후보’를 에게 길을 열어 준 셈이다.

하지만 제 3후보들의 결과는 참혹했다.

존 앤더슨은 한 때 여론조사에서 26%의 지지를 받으며 제3후보로 돌풍을 일으켰으나, 선거가 임박하면서 양당 지지표심의 결집으로 그의 득표율은 7%에 그치고 말았다.

로스페로 역시 19%의 높은 지지율을 얻었지만, 양당제의 높은 벽을 뛰어 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우리나라 역시 사실상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양당체제 국가인데도 미국처럼 ‘제 3후보’가 주목받은 일이 있다.

2008년 대선 당시 여론조사에서 무려 40%대의 지지를 받았던 고건 전 총리가 그 주인공이다. 당시 한나라당 대선경쟁자인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는 물론, 이명박 대통령의 지지율을 압도하는 대단한 지지였다.
고 전 총리 역시 미국의 경우처럼, 현직 대통령의 인기가 형편없을 때 ‘제 3 후보’로 주목받았다. 실제 당시 고(故) 노무현 대통령의 지지율은 20%~30%대를 오락가락할 만큼 매우 낮았다.

하지만 고 전 총리는 출마조차 못한 채 중도에서 추락하고 말았다.

왜 이런 현상이 나타났던 것일까?

고 전 총리의 높은 지지율은 그가 제시한 정책이나 비전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었다.

다분히 ‘반(反)노무현 비(非) 한나라’ 정서에 따른 ‘반사이득’을 챙겼을 뿐이었고, 결국 시간이 지나면서 양당 지지자들이 결집하는 현상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고 전 총리 지지율은 스스로 만들어낸 지지율이 아니라 언제든지 떠나버릴 수 있는 일시적 지지율에 불과했다는 뜻이다.

이는 최근 정국을 강타하고 있는 ‘안철수 신드롬’이 ‘반MB 비민주’ 정서에서 비롯된 것과 너무나 닮았다.

실제 지금 안철수 서울대 교수가 주목받고 있다.

안 교수의 높은 지지율은 고건 전 총리 때처럼 현직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이 형편없다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실제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국정지지도는 사실상 사망선고에 해당하는 20%대로 추락한지 이미 오래다. 물론 앞으로 대통령 지지율이 더 올라갈 것이라는 희망조차 갖기 어려운 상태다.

그러다보니 중도 표심이 그를 지지하고 있으며, 각종 여론조사에 안철수 교수의 지지율이 상승세를 타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전문가들 사이에서 안 교수가 대통령이 될 것이라고 믿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그가 대선에서 상당한 변수인 것은 맞지만, 여권의 유력 대권주자인 박근혜 전 대표처럼 상수가 될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기 때문이다.

안 교수가 최근 강남 출마설과 신당 창당설을 공개적으로 부정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을 것이다.

미국이나 우리나라와 같은 양당제 국가에서 ‘제 3 후보’가 성공할 확률은 ‘낙타가 바늘귀를 통과하는 것만큼 어렵다’는 게 이미 역사적으로 입증된 마당이다.

안 교수의 대선 출마설을 보면서 존 앤더슨이나 로스페로, 고건 전 총리 등이 연상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일 것이다.

따라서 안 교수가 대선출마라는 무리수를 두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우리나라에도 정치권 밖에서 정치를 할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하다. 그 적임자가 바로 안 교수다.

여야 각 정당이 정치를 제대로 하고 있는지, 정치인들이 제 역할을 잘 수행하고 있는지 정치권 밖에서 지켜보다가 때로는 그들을 호통 치기도 하고, 때로는 격려도 해 줄 수 있는 위치에 있는 사람이 바로 안 교수다.

그런 안 교수도 대선출마를 선언하는 동시에 ‘그렇고 그런 정치인’들 가운데 한 사람으로 전락하고 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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