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한 혁명

최민경 / / 기사승인 : 2011-12-11 13:5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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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고하승
지난 2008년 6월 30일,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왜, 박근혜인가’ 출판기념회를 열었었다.

당시 그 날짜를 잡은 것은 특별한 의미가 있는 게 아니었다.

그저 초판이 6월3일 발행됐고, 마침 국회헌정기념관이 비어 있어서 그날로 정했을 뿐이었다.

물론 박근혜 전 대표에게 축사를 부탁했고, 그는 기꺼이 참석하겠노라는 약속을 해 주었다.

그런데, 아뿔싸.

마침 그날은 한나라당 대표 경선을 불과 하루 앞둔 시점이 아닌가.

더구나 박 전 대표는 상당기간 공식석상에 단 한 번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었다.

결국 한바탕 소동이 벌여지고 말았다.

박 전 대표가 당 대표 경선을 하루 앞두고 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내는 것은 친박계 후보를 지원하기 위한 것이라는 보도가 잇따랐는가하면, 심지어 대표 경선에 나섰던 정몽준 의원은 한나라당 중진-최고위원 연석회의에서 박 전 대표가 출판기념회에 참석해서는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그러자 박 전 대표의 대변인 격인 이정현 의원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박 전 대표는 참석하지 않는 게 좋겠다는 것.

아마도 그는 박 전대표가 출판기념회에 참석해 ‘친박 후보를 지원 한다’는 오해를 받고 싶지 않았던 것 같다.
뭐, 그럴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지만, 내심 서운한 마음을 감추기 어려웠다.

그런데 잠시 후 박 전 대표로부터 직접 전화가 왔다.

늦지 않게 행사장에 도착하겠다는 것.

각 언론의 억측보도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약속을 지키겠다는 강한 의지가 확인되는 순간이었다.

사실 정치인들에게 약속은 별 것 아니다.

자신이 손해 본다고 생각되면 언제라도 뒤집을 수 있는 게 정치인들의 약속이다.

그런데 박 전 대표는 달랐다.

그래서 친박계 6선 중진인 홍사덕 의원은 “나는 박근혜 대표에게서 무한한 가능성을 본다. 민주정치의 틀 안에서 사람의 마음을 ‘신뢰’로 사로잡은 정치인이라면 그 가능성은 말 그대로 무한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또 최근 최고위원직을 사퇴한 친박계 유승민 의원은 “10여년 넘게 멀리서 때로는 가까이서 지켜본 결론은 ‘박근혜는 겉과 속이 똑 같은 정치인, 말과 행동이 똑같은 정치인’이다.”라고 평가했다.

박 전 대표와 지근거리에 있는 정치인들만 이렇게 평가하는 게 아니다.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은 박근혜 전 대표에게 “동서(영호남) 화합의 적임자”라고 추켜세웠다.

DJ는 또 박 전 대표가 부친 박정희 전 대통령의 잘못에 대해 사과를 한 것과 관련, “진정한 고마움을 느꼈다”고 회고하기도 했다.

심지어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은 박 전 대표에게 ‘대연정’을 제안한 일도 있다.

한마디로 박 전 대표에게 모든 권력을 넘겨주겠다는 제안인 셈이다. 그만큼 노 전 대통령은 박 전 대표의 모든 면을 높이 평가했던 것 같다.

이처럼 가까운 사람들은 물론 심지어 적장(敵將)들까지도 모두가 인정하는 박근혜 전 대표이건만 그 가치가 아직은 대중에게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 것 같다.

하지만 이제 조용한 혁명이 시작되고 있다.

홍사덕 의원은 “심성이 굳고, 실력이 출중한 젊은 친구들이 바싹 마른 솜에 물이 빨려들 듯, 박 전대표의 주변으로 몰려드는 상상의 나래를 편다”고 말했다.

그 상상이 현실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박 전 대표의 대학 특강에서 그런 현상을 발견할 수 있었다.

지난 23일 박 전 대표가 대전대학교를 찾았다.

'내 마음 속의 사진'이라는 주제로 특강이 예정돼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쉽지 않았다. 이날 10여명의 학생들은 박 전 대표의 일행을 저지하기 위해 몸싸움을 벌였다. 일부 학생들은 한미FTA 비준안 처리를 규탄하는 구호를 외치기도 했다.

가까스로 강연이 시작됐지만, 박수소리는 그리 크지 않았다.

하지만 강의가 진전되면서 학생들의 태도가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다.

청년 대학생들과의 소통이 이루어지기 시작한 것이다.

강의가 끝나자 학생들의 굳게 닫혔던 마음의 빗장이 열렸고, 우렁찬 박수와 함성이 터져 나왔다.

그다지 화려하지도 않고, 목에 핏대를 세우며 큰 목소리로 말하는 것도 아닌데도 그의 말은 이처럼 놀라운 파워를 갖는다.

그가 갖고 있는 ‘무한한 신뢰’ 때문이다.

그 깊은 신뢰가 국민의 심금을 조용하게, 그러나 확실하게 울리고 있다.

머잖아 그 작은 울림이 큰 떨림이 되고, 이 땅의 정치를 확 바꾸는 소용돌이가 될지도 모른다.

바야흐로 ‘조용한 혁명’이 시작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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