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선장, ‘한나라호’ 출범

최민경 / / 기사승인 : 2011-12-15 16: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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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고하승

한나라당은 15일 상임전국위원회를 열어 비상대책위원회 구성을 골자로 하는 당헌 개정안을 가결하고, 박근혜 전 대표를 위원장으로 추대키로 했다.


사실상 ‘박근혜 호’가 공식 출범하는 셈이다.


박근혜 전 대표가 당의 전면에 등장 한 것은 지난 2006년 6월 대표직에서 물러난 이후 5년 5개월만이다. 그동안은 주류 친이계가 당을 장악하고 있었기 때문에 사실상 박 전 대표의 역할은 지극히 제한적이었다.


그래서 지금까지 한나라당이 ‘MB, 거수기’ 노릇을 하는 등 무수히 많은 잘못을 저질렀음에도 박 전 대표의 지지율은 크게 영향을 받지 않았다.


하지만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다.


박 전 대표가 당의 전면에 나서는 순간, 한나라당은 ‘이명박 당’이 아니라 ‘박근혜 당’이 되는 것이다.


따라서 당이 잘못된 방향으로 나아갈 때, 박 전 대표는 직접적인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한나라당의 쇄신 방향을 제대로 잡지 못하면, 내년 총선뿐만 아니라 대통령 선거 역시 어려워진다는 뜻이다.

박근혜 비상대책위원회 체제가 신중하게 발걸음을 내딛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그럼, 박근혜 비대위 체제는 어떻게 움직여야 할까?


비대위는 박근혜 위원장을 비롯해 15인 이내로 구성하게 된다.


먼저 그 구성을 제대로 해야 한다.


지금 한나라당은 친이-친박-쇄신파가 서로 힘겨루기 양상을 보이고 있다.


만일 이들 계파의 눈치를 보면서 계파안배를 한다거나, 친박계가 독식하는 형태의 비대위가 구성되는 순간 한나라당의 쇄신은 물 건너가게 되는 것이다.


계파 구분 없이 오직 개개인의 능력과 성향만 보고 비대위를 구성해야 한다.


특히 당내 김문수계로 분류되는 차명진 의원이 위원 15명 중 8인 이상을 당외 인사로 선임하자는 수정안을 제안했던 것처럼, 국민의 존경을 받는 외부 인사를 대폭 영입하는 방안도 긍정 검토할 필요가 있다.


만일 시간적으로 여의치 않을 경우, 불가피하게 당내 인사로 비대위를 구성하게 되더라도 내년 총선 출마를 염두에 둔 외부인사 영입에 대해서는 전향적인 자세를 가져야 한다.


그 과정에서 현재 한나라당 내에서 기득권을 가진 현역 의원과 지역 원외위원장들은 모두 자신의 기득권을 내려놓아야 한다.


특히 지금 국민의 지탄을 받고 있는 이른바 ‘MB 노믹스’ 정책을 버리고, 확실한 대안을 마련해야만 한다.


그러자면 부자감세 철회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부자증세인 `버핏세' 도입 등을 적극 논의할 필요가 있다.


또 현재와 같은 남북 긴장관계를 완화시킬 수 있는 한반도 평화방안도 모색해야 한다.


특히 박근혜 전 대표의 상품인 ‘복지 시스템’ 구축을 위한 논의가 무엇보다 선행돼야 한다.


그렇게 해서 당의 신뢰가 어느 정도 회복되면, 국민에게 약속실천의 의미로 당명 개정을 논의하는 게 바람직하다. 당명 개정은 ‘도로 한나라당’, 즉 ‘도로 MB당’이 되지 않겠다는 상징적인 의미를 갖기 때문이다.


여기에서 한 걸음 나아가 이명박 대통령에게 정중하게 탈당을 권유하는 방안도 모색할 필요가 있다.


이는 단순히 국민의 지지를 받지 못하는 이 대통령과의 차별화를 모색하자는 차원이 아니다.


박 전 대표가 쇄신파 의원들과 만나 밝혔던 것처럼, `재창당을 뛰어넘는 당 쇄신'의 모습을 국민들에게 보여주기 위해서는 불가피한 선택이다.


물론 이건 ‘국민에게 보여 주기 위한 쇼’가 아니다. MB 정책과의 차별화에 진정성이 담겨 있다는 강한 의지의 표현인 것이다.


아무튼 이제 침몰직전의 한나라당은 선장이 바뀌었다.


즉 ‘이명박 당’이 ‘박근혜 당’으로 바뀐 것이다. 그러나 배는 여전히 난파 직전의 ‘한나라 호’ 그대로다. 따라서 박근혜 선장은 곳곳에 구멍 난 한나라 호를 잘 수리해야만 한다.


지금과 같은 상태, 곳곳이 구멍 뚫린 한나라 호에 그대로 몸을 싣고는 내년 총선과 대선의 거대한 파도를 헤쳐 나갈 수 없다.


박 전 대표의 혁명이 어떤 결과를 나타낼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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