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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고하승
한나라당은 지금 ‘실세용퇴론’ 문제로 심각한 내홍을 겪고 있다.
이상돈 비상대책위원의 발언으로 촉발된 '실세 용퇴론'에 대해서는 박근혜 비대위원장이 “개인 의견일 뿐”이라며 직접 진화에 나섰지만, 친이계의 반발은 더욱 거세지고 있다.
일단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상돈 위원의 발언은 비대위원회 조직의 일원으로서 신중하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그 내용이 잘못된 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그동안 한나라당을 이끌어 왔던 당 대표들은 물론 이재오, 이상득 의원과 같은 이명박 정권의 실세들은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홍준표 전 대표는 인적쇄신을 주장한 김종인 위원과 이상돈 위원의 사퇴를 요구했고, 심지어 장제원 의원은 지난 2일 "김종인 이상돈 비대위원이 사퇴하지 않으면 다른 비대위원의 비리를 추가 폭로할 가능성도 열어놓고 있으며, 뜻을 같이하는 의원들이 대규모 회동을 하고 집단성명을 발표할 수 있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그 모습이 참으로 가관이다.
새해를 맞아 실시된 각 언론사 여론조사를 보면 한나라당은 4.11 총선에서 ‘궤멸적 수준’의 참패를 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SBS가 TNS코리아에 의뢰해 12월 29~30일 전국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현역 의원을 다시 찍겠느냐는 질문에 '찍겠다'는 응답은 28.3%에 그친 반면 '찍지 않겠다'는 응답은 47.8%로 조사됐다.
이는 현역의원의 절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한나라당에 대한 심판여론이 높아지고 있다는 뜻이다.
특히 한나라당 후보와 야권단일 후보가 1대 1로 맞붙였을 경우 한나라당 후보를 찍겠다는 응답은 30.7%에 그친 반면, 야당단일 후보를 찍겠다는 응답은 44.2%에 달했다.
다른 여론조사 결과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
앞서 <서울경제신문>과 한국리서치가 지난달 18~21일 유권자 100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한나라당 후보를 뽑겠다’는 응답은 20.5%에 그친 반면, ‘민주통합당 후보를 뽑겠다’는 응답은 28.4%에 달했다. ‘통합진보당 후보를 뽑겠다’는 응답도 6.1%였다.
만일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이 후보단일화를 할 경우, 한나라당의 대 참패를 예고하고 있는 셈이다.
또 <한국경제신문>과 GH코리아가 지난달 28~29일 19세 이상 전국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온라인·전화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새 인물로 바꾸는 게 좋다’는 응답(64.5%)이 ‘현 의원을 뽑는 것이 좋다’(18.0%)보다 압도적으로 많았다.
따라서 한나라당은 보다 가혹한 인적쇄신을 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
그런데도 그동안 한나라당 의원들에게 ‘MB 거수기’노릇이나 시키고, 그로 인해 각종 선거에서 당이 참패하도록 만들었던 사람들이 사실상 “인적쇄신 결사반대”를 외치고 있으니, 어찌 한심하지 아니한가.
이명박 대통령 취임 이후 한나라당은 각종 선거에서 연전연패를 당했다.
2009년 4.29 재보선의 뚜껑을 열어본 결과는 한나라당의 0대 5 참패였다. ‘이명박 정권 심판론’ 때문이다.
한나라당이 참패할 경우, 지도부 총사퇴와 조기전당대회 등 집권여당 내 권력구도 개편이 이뤄질 것이라는 당초 예상과는 달리 당 지도부는 당시 “재보선 패배에 연연해서는 안된다”며 ‘지도부 책임론’을 사전 차단하기에 급급했다.
심지어 당시 당 대표였던 박희태 국회의장은 대표직에서 물러날 뜻이 없음을 분명히했다.
당직 사퇴의사를 밝힌 것은 안경률 사무총장뿐이었다.
그 이후 한나라당은 각종 선거에서 단 한 번도 속 시원하게 야당을 꺾은 적이 없다.
그런데 지금, 그동안 한나라당을 이 꼴로 만드는 데 혁혁한 공(?)을 세웠던 전직 당대표들과 정권 실세들이 자신에게 돌아오는 ‘인적쇄신’ 칼날을 피히기 위해 김종인, 이상돈 위원의 전력을 문제 삼아 변방을 두드리고 있다.
자신이 살아남기 위해 일종의 해당행위를 하고 있는 것이라고 보면 맞을 것이다.
여기에서 물러나면 한나라당의 미래는 담보하기 어렵다.
박근혜 비대위원장은 3일 “그동안 우리 정치는 매번 개혁과 혁신을 한다고 하면서도 번번이 주저앉곤 했다. 국민의 눈높이가 아닌 정치권 내부의 논리를 버리지 못한 결과”라며 “포장이 아니라 내용을 확 바꾸겠다”고 쇄신의지를 분명하게 밝혔다.
특히 “짧은 시간, 제가 비대위원장을 맡았지만 제가 가진 모든 것을 내려놓고 어떤 정치적 논리도 배제하고, 우리 정치를 완전히 바꿔내겠다”고 강조했다.
국민들은 그 약속이 지켜지는지 지켜볼 것이다. 부디 계파화합이라는 미명아래 인적 쇄신의지가 꺾이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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