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이계의 교묘한 언론플레이

진용준 / / 기사승인 : 2012-01-04 14: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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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고하승



물론 아직 확실한 증거는 없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대부분 한나라당내 친이계 소행일 것이라는 의구심을 갖고 있다.



최근 한나라당 내에서 공천개혁과 관련한 여의도연구소 내부 검토문건이 언론에 흘러나온 것을 두고 하는 말이다.



실제 정치평론가 고성국 박사는 한 방송에 출연, “이 문건이 언론에 유출되면 이익이 되는 쪽에서 의도적으로 흘렸을 것”이라며 친이계 쪽에 혐의를 두는 발언을 한 바 있다.



이 사건의 진위는 이렇다.



최근 각 언론은 '한나라당이 총선에서 당 지지도보다 5%포인트 이상 지지율이 낮은 현역 의원들을 일괄적으로 교체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는 보도를 일제히 쏟아냈다.



아마도 여의도연구소에서 마련한 여러 안 가운데, 그런 방안이 들어 있었던 것 같다.



만일 그 기준을 적용할 경우, 서울 강남권과 영남권 의원들은 공천 받기가 하늘의 별따기 만큼이나 어렵다. 심지어 '영남·강남 90% 물갈이론'이라는 보도까지 나왔다.



그러자 난리가 났다.



예상했던 대로 영남권과 서울 강남권 의원들은 "정치를 너무 모르는 것 아니냐"는 볼멘소리를 일제히 쏟아냈다.



당내 이재오계로 분류되는 경남 통영·고성의 이군현 의원은 "비상대책위원회의 개혁·쇄신론에는 동의하지만 정치를 너무 모르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며 "공천은 자기네들 마음대로 하거나, 의원 눈높이에 맞춰서 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의 눈높이에 맞춰야 하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또 "공천이 비대위 마음대로 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비대위를 겨냥하기도 했다.



또 울산 남구을이 지역구인 김기현 의원은 "국회의원은 물이 아닌데 왜 물갈이라는 용어를 쓰는지 모르겠다"고 불만을 표출했다.



서울 송파갑이 지역구인 박영아 의원은 "특정지역이나 특정 연령에 대한 정량적인 기준을 만드는 것은 맞지 않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영남권 친박계 의원들도 익명으로 이 같은 ‘불만 대열’에 합류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최근 김종인 비대위원과 이상돈 비대위원의 사퇴를 촉구한 장제원 의원에게 힘이 실리는 분위기마저 감지되고 있다.



실제 장 의원은 4일 한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두 분의 비대위원의 사퇴를 찬성하는 많은 분들이 의논을 해서 만약에 같은 의견이 도출된다면 성명까지도 불사하겠다, 이게 입장”이라고 밝혔다.



특히 그는 ‘이른바 친박진영에서 물러나야 된다고 하는 사람들과의 연대도 생각하느냐’는 사회자의 질문에 “그렇다”고 답변했다.



한마디로 ‘박근혜 비대위 흔들기’에 친이계뿐만 아니라, 친박계들도 연대할 것이란 말이다.



당연한 일이다. 당장 자기 공천 문제가 달린 일인데 어찌 그렇지 않겠는가.



그런데 정작 웃기는 건, 그 문건이 만들어진 시기는 홍준표 의원이 당 대표를 맡던 시절에, 그것도 친이계 정두언 의원이 여의도 연구소 소장 재임시절에 만들어졌다는 사실이다.



현재 여의도 연구소 책임을 맡고 있는 김광림 소장도 "공식적으로 거론된 적 없다"고 일축했다.



박근혜 비대위와는 아무 관련이 없다는 뜻이다. 더구나 그 문건이 비대위에서 검토된 적도 없고, 비대위가 그 문건을 공식적으로 보고받은 적도 없다.



한마디로 ‘뜬 구름’에 불과한 것이다.



따라서 그 문건을 기준으로 박근혜 비대위를 공격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그러면 이미 사실상 휴지통에 버려진 문건이 뒤늦게 언론에 유출된 이유가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인적 쇄신’을 저지하기 위함이다.



이 말도 안 되는 기준, 즉 박근혜 비대위와는 전혀 상관없는 공천기준을 언론에 흘리면 그에 불만을 가진 다수의 사람들이 힘을 모을 것이고, 결국 박근혜의 인적 쇄신도 저지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번 여연 문건 유출에는 그런 비열한 ‘노림수’가 숨어 있는 것이다.



이런 친이계의 행태를 보면서 느끼는 것은 그럴수록 한나라당 인적쇄신은 더 강력하게 추진돼야 한다는 점이다.



더 이상 ‘꼼수’로 자신의 정치생명을 어떻게든 연장해보려는 비열한 무리들이 금배지를 달아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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