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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고하승
요즘 한나라당 친이계 장제원 의원의 행보를 보면, 그가 특정 세력에 의해 ‘박근혜 비대위’ 저격수로 발탁 된 것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지우기 어렵다.
만일 누군가 ‘박근혜 비대위’ 저격수를 찾는다면 사실 그가 적임자다.
왜냐하면, 장 의원은 지난 달 20일 스스로 19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사람으로 4.11 총선 공천과는 무관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장 의원이 ‘박근혜 비대위 때리기’를 ‘당을 위한 충정’이라고 포장하면, 그럴 듯하게 들릴 수도 있다.
특정세력이 장 의원을 ‘저격수’로 선발했다면, 바로 이 점을 노렸을 것이다.
실제 장 의원은 김종인∙이상돈 비상대책위원의 거취 문제에 대해 "두 비대위원이 사퇴 요구를 뭉개고 갈 경우 비대위와의 결별도 각오해야 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또 "두 비대위원이 사퇴하지 않으면 집단행동을 할 수밖에 없다"면서 "사퇴에 찬성하는 많은 분이 모여 의논해서 같은 의견을 도출한다면 성명까지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한마디로 박근혜 비대위를 무력화시키고 말겠다는 의지의 표현인 셈이다.
하지만 과연 ‘박근혜 비대위 때리기’가 당을 위한 충정인지는 의문이다.
우선 장 의원은 불출마를 선언하기 사흘 전, 그러니까 지난달 16일에 그 자신은 물론 그의 부인까지 모두 산악회 간부들에게 금품을 돌린 혐의로 검찰에 고발당했다.
물론 이에 대해 장 의원은 "전혀 사실무근"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지역 정가에서는 불미스러운 이 사건 때문에 불출마했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실제 <부산일보>는 장의원의 최근 행보에 대해 “불미스러운 일로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의원의 행보로서도 적절치 않다는 지적이 높다”고 보도한 바 있다.
그런 그가 박근혜 비대위원들의 자질문제를 거론하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웃기는 일이다.
실제 장 의원은 김종인 비대위원의 18년 전 전과 사실을 거론하며, 김 위원의 사퇴를 촉구하고 있다. 불과 며칠 전에 검찰에 고발당한 사람이 다른 사람의 18년 전의 전과 사실을 거론한다는 것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이쯤 되면, ‘뭐 묻은 개가 뭐 묻은 개 나무란다’는 속담이 어울릴 법 하지 않은가.
사실 홍준표 전 대표도 마찬가지다. 그가 김 위원의 전력을 문제 삼아 ‘도덕성’을 운운했지만, 정작 그 자신은 12년 전, 국회의원 직까지 잃었던 선거법 위반 전과자 아니었는가.
이는 누구의 편을 들자고 하는 말이 아니다. 사실이 그렇다는 말이다.
장 의원이나 홍준표 전 대표는 비대위원들의 자격을 논할 처지가 못 된다는 말이다.
허나 이보다 더 중요한 문제는 다른 데 있다.
김종인 위원이나 이상돈 위원은 ‘인적 쇄신’을 주장하고 있다.
그렇다면 재창당을 뛰어 넘는 ‘인적 쇄신’을 단행해야 하는지, 아니면 쇄신을 포기하고 ‘도로 한나라당’으로 가든지 둘 중 하나를 선택하는 논의를 진행하는 게 맞다.
그런데도 장 의원은 엉뚱하게 ‘인적 쇄신’을 주장하는 사람들의 ‘자질 문제’를 거론하고 있는 것이다.
한마디로 비대위원은 달을 가리키고 있는 데, 장 의원은 그 달은 아예 쳐다보지도 않고 달을 가리키는 위원들의 때 묻은 손가락을 보면서 “더럽다”고 비난하는 꼴 아니겠는가.
사실 말이야 바른 말이지 다른 사람은 몰라도 불과 며칠 전에 불미스런 일로 검찰에 고발당한 장제원 의원이 그런 말을 해서는 안 되는 것 아닌가.
그래서 누군가에 의해서 장 의원이 ‘박근혜 비대위 저격수’로 발탁된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갖게 되는 것이다.
더구나 장 의원은 이재오 전 특임장관을 ‘정치 스승’으로 모시고 있는, 친이계 가운데서도 이재오 직계로 분류되는 사람이기 때문에 더욱 자중할 필요가 있다.
아무튼 박근혜 비대위는 장제원 의원과 같은 쇄신 대상의 집단 반발 움직임을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 단언컨대 그런 두려움 때문에 쇄신의 폭을 좁히거나, 쇄신 강도를 약화시킬 경우에 결코 잃어버린 국민의 신뢰를 회복할 수 없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이런 당내 반발에도 불구, 비대위가 5일 이명박 정권과 분명하게 선을 긋는 각종 쇄신 정책을 결정했다는 점이다.
무엇보다도 당 정강ㆍ정책에 미래 통일시대에 대비한 유연한 대북정책 기조와 양극화 해소를 위한 공정경쟁ㆍ경제정의 등의 가치를 반영하기로 결정했다니, 그동안 그런 정책을 끊임없이 제안했던 한 사람으로서 반갑기 그지없다. 모쪼록 한나라당의 뼈를 깎는 혁신을 기대하는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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