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재창당? 그 입 다물라

주정환 / / 기사승인 : 2012-01-11 15:2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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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비상대책 위원회 출범 이후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던 재창당 주장이 다시 제기되고 있다.

“현재 쇄신안 가지고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 많은 분들의 이야기다. 그래서 당의 간판을 바꾸고 현재의 한나라당을 움직이는 시스템 자체를 바꿔야 하는 것이다. 한나라당이 바뀌었다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서는 재창당밖에 방법이 없다” (안형환 의원)

“지금 상황에서 할 수 있는 최소한이 재창당이다. 재창당을 뛰어넘는 쇄신을 한다고 했는데 그게 보이지 않는다.”(정두언 의원)

“지금 비대위 체제에서는 당을 쇄신할 수 없다. 재창당해야 한다.”(남경필 의원)

물론 지금 한나라당은 최악의 위기 상황에 직면해 있다.

따라서 필요하다면, 그리고 할 수만 있다면 재창당이 아니라, 그보다 더 한 것이라도 해야 한다.

그런데 왜 하필, 재창당을 주장하는 사람들이 이들인가.

과연 이들이 “재창당”을 요구할 자격이 있기나 한 것일까?

현재 한나라당 위기는 크게 두 가지가 주된 요인이다.

하나는 이명박 대통령의 국정운영 실패 때문이다. 실제 각종 여론조사를 보면 대통령의 국정 운영지지도는 25%대에 불과하다. 사실상 국민들로부터 ‘사망선고’를 받은 셈이다.

또 다른 하나는 오세훈 전 서울시장의 독단적인 시정운영 태도 때문이다.

만일 오 전 시장이 무리하게 무상급식 주민투표를 강행하지 않고, 무책임하게 사표를 던지지만 않았어도 한나라당이 지금과 같은 위기에 처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이명박 대통령을 ‘좋은 대통령 후보’, 오세훈 전 시장을 ‘좋은 서울시장 후보’라고 말한 사람들이 누구인가. 바로 지금, 입만 열면 “재창당”을 말하는 그대들 아닌가.

정두언 남경필 안형환 의원은 지난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 경선 당시 어떻게 했는가.

박근혜 후보를 비판하면서 이명박 대통령 후보 편에 서서 입에 침이 마르도록 “이명박은 좋은 대통령 후보”라고 칭찬하지 않았는가.

또 오세훈 후보와 맹형규 후보가 맞붙었던 서울시장 경선 당시 그대들은 모두 어느 편에 서 있었는가. 오세훈 후보 편에 서서 그의 당선을 도운 일등 공신이 바로 당신들 아닌가.

그런데 정말 그대들이 말했던 것처럼 이 대통령이 정말 좋은 대통령이었나?

오 전 시장이 그렇게 훌륭한 서울시장이었나?

아니었다. 그대들이 ‘좋은 상품’이라고 선전해서 그 상품을 선택했는데, 알고 보니 ‘불량품’ 아닌가.

한마디로 그대들은 국민들에게 ‘불량품’을 ‘우량품’이라고 속여 판매한 사기꾼인 셈이다.

만일 그대들이 그런 말 한 적이 없다면, 그대들의 발언, 그 구체적인 증거를 일일이 나열해 보일 수도 있다.

따라서 그대들은 “재창당”을 요구할 자격이 없는 사람들이다.

오히려 “불량품을 우량품이라고 속여 판 죄인”이라며 국민들 앞에 머리 숙여 사죄해야 마땅한 사람들이다.
그런데도 남경필·정두언 의원 등 쇄신파는 최근 국회에서 만나 ‘재창당’이 필요하다는 공감대를 형성했다고 하니 참으로 기가 찰 노릇이다.

대체 이들은 왜 재창당을 요구하는 것일까?

이들의 주장은 한마디로 이런 것이다.

비리 연루자 및 한나라당의 신뢰를 실추시킨 책임자들에 대해 ‘가지치기식’으로 인적쇄신을 하는 것보다, 보수대연합이라는 깃발아래 모두를 한 자리에 모으는 ‘헤쳐모여식’ 재창당을 해야 한다는 뜻이다.

아무래도 박세일 전 서울대 교수가 추진하고 있는 이른바 ‘박세일 신당’과 자유선진당 등을 염두에 두고 하는 말인 것 같다.

참으로 가관이다.

세를 과시하면, 국민의 지지가 저절로 따라 붙는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물론 정치는 마이너스 정치보다는 플러스 정치가 좋다. 그러나 곪은 부분을 도려내지 않으면, 상처부위가 더 커지고 목숨까지 위협하는 상황을 초래할 수 있다는 걸 알아야 한다.

재창당, 설사 필요하더라도 그대들은 말할 자격이 없다. 그러니 제발 그 입 다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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