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경필-정두언의 불편한 진실

전용혁 기자 / / 기사승인 : 2012-01-15 11:4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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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고하승

남경필 정두언 등 한나라당 쇄신파로 불리는 사실상의 친이계 소장파 의원들이 15일 기자회견을 갖고 중앙당과 당대표 선거 폐지를 공식 촉구했다.

중앙당을 폐지하라는 것은 사실상 당을 해체하고 재창당을 추진하겠다는 뜻이다.

실제 정두언 의원은 "중앙당 폐지는 사실상 당을 해산하는 것"이라면서 "그동안 요구해왔던 재창당 보다 더 강도 높은 쇄신"이라고 말했다.

남경필 의원도 "한나라당의 체제는 수명을 다했으니 짐을 꾸려 국회로 들어와야 한다"며 ‘당 해체-원내중심의 정당’을 요구했다.

사실 이들의 재창당 요구에 대해 박근혜 비대위원장은 거부 의사를 분명히 밝힌 바 있다.

앞서 박 비대위원장은 지난 12일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지금 당 쇄신과 관련해 재창당 논의가 다시 등장하고 있는데 이 문제는 비대위가 출범하기 전에 의총을 통해 '재창당을 뛰어넘는 수준의 쇄신'이라는 합의를 이미 했다"며 "국민들은 재창당이냐 아니냐 외형적 변화가 아니라 실질적인 내용과 실천으로 한나라당의 변화를 평가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내용이 변하지 않은 상황에서 간판만 바꾸는 것은 국민들이 더 용납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마디로 ‘재창당 꼼수’로 위기를 모면하기보다는 진정성을 가지고, 당의 쇄신을 추구해야 한다는 뜻이다.

그런데도 남경필 정두언 의원 등은 ‘중앙당 해체’를 주장하고 있다.

그것도 마치 중앙당 해체가 대단한 ‘쇄신책’이라도 되는 양 떠벌리고 있다.

그러나 솔직해 지자.

중앙당이 해체되면, 중앙은 원내중심으로 돌아가겠지만 지역은 철저하게 당협위원장 중심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

한마디로 현재의 원내외 당협위원장들이 ‘제왕적 권한’을 갖게 되는 것이다.

결국 중앙당 폐지 주장은 중앙당의 권한을 약화시키고, 대신 자신들의 기득권을 강화하겠다는 비열한 ‘꼼수’에 불과한 것이다.

그리고 중앙당 폐지 주장의 배후도 의심스러운 상황이다.

한나라당 내에서 중앙당 폐지를 가장 적극적으로 추진하던 사람은 바로 이명박 대통령의 핵심 측근인 이재오 의원이다.

지난 2006년 원내대표를 맡고 있던 이재오 의원은 그해 7월 당 대표 경선을 앞두고, “염창동에 있는 중앙당 당사를 그대로 두는 것은 낭비”라며 “중앙당을 폐지하고, 당 사무실을 국회로 들어오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마치 남경필 의원의 15일 발언을 그대로 옮겨 적은 것 같지 않은가.

그러니 그 배후가 의심스러운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일 것이다.

그러나 그보다 더 불편한 진실은 따로 있다.

바로 중앙당 해체를 주장하는 이들이야말로 오늘날 한나라당을 위기에 빠뜨린 ‘주범(主犯)’들이라는 사실이다.

수차에 걸쳐 지적했듯이, 지금과 같은 한나라당의 위기를 만든 사람은 바로 이명박 대통령과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다.

이 대통령의 독선적인 국정운영에 분노한 민심이 한나라당에 등을 돌리게 만들었다.

또 오 전 시장의 무리한 무상급식 주민투표와 무책임한 시장 직 사퇴가 국민의 분노를 자아내게 만들었다.

이 대통령과 오 전 시장이야말로 당선 되어서는 안 될 사람들이었다.

그런데도 남경필과 정두언은 이 대통령에 대해 “좋은 대통령 후보”라고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했고, 오세훈에 대해서는 “훌륭한 서울시장 후보”라고 선전했었다.

한마디로 ‘좋은 상품’이라는 선전을 믿고, 선택했는데 알고 보니 아주 형편없는 ‘불량품’이었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국민들에게 ‘불량품’을 ‘우량품’이라고 속여 판매한 사기꾼들 아닌가.

바로 그런 사람들이 ‘쇄신’을 명분으로 ‘중앙당 해체’를 요구하고 있으니, 그 진정성을 믿기 어려운 것이다.

이쯤에서 불편한 진실을 밝혀볼까?

한나라당 지지자들은 그런 위선적인 사람들이 싫다고 말할 것이다.

어쩌면 역겹다고 말할지도 모른다.

이런 상황이라면 당연히 ‘책임론’이 불거져 나올 것이고, 그럼 공천은 물 건너가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중앙당을 무력화시키고 당협위원장인 자신들의 권한을 강화시키려는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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