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편집국장 고하승
드디어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회가 당명을 개정하기로 했다.
황영철 한나라당 대변인은 26일 국회에서 비공개 브리핑을 통해 "27일~29일까지 3일간 국민공모를 통해 국민들이 한나라당에 새로운 당명을 추천해 주고, 홍보기획본부장 중심으로 전문가 검토 후 30일 비대위 회의에서 개정된 당명을 의결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그동안 수차에 걸쳐 당명개정의 필요성을 강조해왔던 언론인의 한 사람으로 반갑기 그지없다.
필자는 지난 달 15일 <박근혜 선장, ‘한나라호’ 출범>이라는 제목의 칼럼을 통해 “국민에게 약속실천의 의미로 당명 개정을 논의하는 게 바람직하다. 당명 개정은 ‘도로 한나라당’, 즉 ‘도로 MB당’이 되지 않겠다는 상징적인 의미를 갖기 때문이다. 여기에서 한 걸음 나아가 이명박 대통령에게 정중하게 탈당을 권유하는 방안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그동안 한나라당은 사실상 박근혜 위원장과는 별개의 존재나 마찬가지였다.
당 주류인 친이계가 장악한 한나라당 내에서 박 위원장이 할 수 있는 역할은 지극히 제한적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지금까지 한나라당이 ‘MB, 거수기’ 노릇을 하는 등 무수히 많은 잘못을 저질렀음에도 박 위원장의 대세론은 크게 흔들림 없이 유지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박 위원장이 비대위원장으로 당의 전면에 나서는 순간, ‘한나라당= 박근혜’라는 등식이 성립할 수밖에 없다. 즉 한나라당에 대한 평가가 고스란히 박근혜에게는 짐이 되는 것이다.
따라서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회는 사활을 걸고 당의 쇄신을 이끌어 나가야만 한다.
그러자면, 무엇보다도 먼저 쇄신 의지를 국민에게 보여줄 필요가 있고, 그 일환으로 필자는 당명개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던 것이다.
하지만 그보다 더욱 중요한 것이 바로 이명박 대통령의 탈당이다.
박 위원장이 밝힌 것처럼 `재창당을 뛰어넘는 당 쇄신'의 모습을 국민들에게 보여주기 위해서라도 MB 탈당은 불가피한 선택이다.
이걸 ‘국민에게 보여 주기 위한 쇼’라고 인식해서는 안 된다.
이는 MB 정책과의 차별화에 진정성이 담겨 있다는 강한 의지의 표현인 것이다.
즉 난파직전의 ‘이명박 당’이 이제는 ‘박근혜 당’으로 새롭게 바뀌었다는 선언적 의미가 담겨 있다는 말이다.
특히 지난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시 선관위 홈페이지를 공격한 디도스 사건과 관련, 한나라당 비대위는 첫날 회의에서 최구식 의원에게 도의적 책임을 물어 탈당권유를 결정한 바 있다.
그렇다면, 이명박 대통령은 어떤가.
하루가 멀다 하고 측근비리 의혹들이 연일 터져 나오고 있다.
도의적 책임을 묻는다면 이 대통령은 최구식 의원에게 비할 바가 아니다.
한나라당에 끼치는 해악이 훨씬 더 크다는 말이다.
오죽하면 온라인리서치 전문회사 리서치패널코리아가 운영하는 패널나우가 지난 20일부터 24일까지 회원 2만 6586명을 대상으로 '다시 투표해도 또 뽑고 싶은 대통령은 누구입니까?'를 묻는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이명박 대통령이라는 응답은 2%(422명)에 불과했겠는가.
이는 국민 100명 가운데 무려 98명이 이 대통령을 ‘두 번 다시 뽑고 싶지 않은 대통령’으로 지목하고 있다는 뜻이다.
그런 대통령에게 해당행위에 대한 책임을 묻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이는 단순히 대통령의 인기가 떨어졌기 때문에 그를 멀리 하라는 뜻이 아니다.
해당행위를 당사자, 그가 비록 현직 대통령이라고 할지라도 그 행위에 대해서는 반드시 책임을 묻겠다는 박근혜 위원장의 굳은 결심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물론 이재오 의원 등 MB 측근들은 반발할 것이다. 어쩌면 불만을 품은 일부 세력이 탈당을 하는 불운한(?) 사태를 맞이하게 될지도 모른다. 그래도 해야만 한다.
만일 박 위원장이 그런 단호한 의지를 국민들에게 보여주지 못한다면, 한나라당의 쇄신에 대해 국민들은 여전히 의구심을 갖게 될 가능성이 높다.
지금 국민 여론은 두 가지다.
‘이명박은 아니다. 그러니까 야당을 찍어야 한다’는 여론과 ‘이명박은 아니다. 그러나 박근혜는 다르다’는 여론이다.
국민들에게 ‘박근혜는 다르다’는 점을 분명하게 각인시켜 주기 위해서라도 MB 탈당권유는 불가피하다.
[저작권자ⓒ 시민일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