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최대의 위기다

박규태 / / 기사승인 : 2012-01-29 14: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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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고하승
지난해까지 각종 여론조사에 나타난 민심은 ‘비록 이명박 정부에 실망을 했지만, 박근혜와 한나라당에 대해서는 아직 미련을 갖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올해 들어 이 같은 민심에 급격한 변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동아일보>와 <채널A>에 따르면, 설 연휴 마지막 날인 24일 리서치앤리서치(R&R)에 의뢰해 전국 성인 1000명에게 휴대전화와 일반전화 임의번호걸기(RDD) 방식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안철수-박근혜 대선 양자대결에서 안 원장이 51.8%의 지지를 얻어 박 위원장(39.0%)을 12.8%포인트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박근혜-문재인 양자대결 구도에서도 박 위원장은 46.7%, 문 이사장은 38.4%로 지지율 격차는 8.3%포인트로 좁혀졌다.

이는 한 달 전인 여론조사의 격차(16.0%포인트)와 비교해 무려 7.7%포인트 줄어든 것이다.

뿐만 아니라 4·11총선에서 민주통합당 후보를 지지하겠다는 응답은 27.3%로 한나라당을 지지하겠다는 응답(26.3%)을 오차범위 내에서 앞섰다.

이명박 정부에 실망한 민심이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과 한나라당에게도 점차 등을 돌리고 있는 것이다.

왜, 이런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일까?

이에 대해 한 여론조사 전문가는 “이제 국민들도 이명박과 박근혜를 동일시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사실 그동안 국민들은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위원장을 다르게 보아 왔다.

이 대통령과 박 위원장은 비록 한나라당에서 한 솥밥을 먹는 처지이기는 하지만, 결코 ‘한 통속’이 아니라는 확고한 믿음이 있었다.

실제 그런 모습을 보여 왔다.

이 대통령의 세종시 백지화 음모에 맞서 싸운 사람도 민주당 등 야당이 아니라 박 위원장이었다. 그 결과 국민들은 박근혜 위원장이 대선에서 승리하는 것에 대해 ‘정권 재창출’이 아니라, ‘정권 교체’로 생각한다는 응답이 높게 나타난 여론조사까지 나왔다.

그런데 박 위원장이 한나라당 전면에 등장하면서부터 국민들은 고개를 갸웃거리기 시작했다.

“박근혜와 이명박, 정말 다른가?”하는 의구심을 품기 시작한 것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 둘은 다르다.

우선 정치 철학부터 다르다. 박 위원장이 ‘원칙’과 ‘신뢰’를 중시하는 반면, 이 대통령은 ‘속도’와 ‘효율’을 우선한다.

각종 정책에 있어서도 둘은 확연한 차이가 있다.

실제 박근혜 비대위체제는 정책쇄신 부분에서 지난 19일 100만 가구의 전·월세 자금 대출 이자 부담 경감과 카드 수수료 인하 등의 방안을 내놓으며 국민들의 요구에 부응하는 모습을 보였다.

비대위는 또 KTX 민영화에 반대한다는 뜻을 분명히 하며 정부의 민영화 추진에 제동을 걸어 민영화 여부를 다음 정부의 과제로 넘기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비대위는 정강정책에 '경제 민주화'라는 표현을 도입해 '큰 시장 작은 정부'를 지향하는 현 정강정책과 차별화하는 시도를 하기도 했다.

그런데도 국민들은 두 사람의 차이를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

아주 단순하다.

`재창당을 뛰어넘는 당 쇄신'의 모습을 국민들에게 보여주기 위해서라도 MB 탈당은 불가피한 선택인데, 박 위원장이 당내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MB 탈당’ 요구를 제지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그 이후 박 위원장의 지지율은 크게 흔들리고 있다.

심지어 MB와 박 위원장 사이에 모종의 거래가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구심마저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박 위원장의 성향을 잘 알고 있는 사람들이야 그 같은 의구심을 단칼에 일축해 버릴 수 있지만, 보통의 국민들은 그런 의구심을 지우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지금 박근혜 위원장은 최대의 위기에 직면해 있다.

만일 진정성을 보여주기 위한 방편으로 MB를 끌어안고 가는 것이라면, 재고해야 한다.

국민들은 ‘이명박 박근혜는 다르다’는 것을 눈으로 확인하고 싶어 한다. 정책 차별화만으로는 부족하다는 말이다. 비록 당명을 바꾸더라도, 그 당에 MB가 그대로 남아 있다면, ‘도로 한나라당’이라는 비난을 면키 어려울 것이다. 박근혜 위원장은 이 같은 위기상황을 직시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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