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정권 심판은 새누리당 몫?

고하승 / / 기사승인 : 2012-02-28 14: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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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고하승
최근 아주 흥미로운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지난 24일과 25일, 한겨레신문과 한국사회여론연구소가 공동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4.11 총선은 '이명박 정부와 여당을 심판하는 선거'라는 응답이 49.2%로 절반에 육박한 반면, '야당을 심판하는 선거'라는 응답은 29.2%에 불과했다.

국민 절반가량이 ‘MB 정권 심판’을 바라고 있는 셈이다.

그런데 '이번 총선에서 어느 정당을 지지하겠느냐'는 질문에서는 새누리당이 38.2%로 민주통합당(32.9%)을 앞질렀다.

단순히 정당 지지율에서만 앞선 게 아니라, 정당혁신 신뢰도에서도 새누리당은 민주당보다 높은 점수를 받았다.

실제 '총선 후보 공천 등 정당혁신 노력과 관련해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 중 어느 쪽이 더 신뢰가 가느냐'는 질문에 무려 47.3%가 새누리당을 택했다.

반면 민주당을 꼽은 응답자는 38.5%에 불과했다. 그 격차가 무려 10%포인트 정도나 된다.

물론 한 곳의 여론조사 결과가 모든 것을 얘기해줄 순 없겠지만, 적어도 여론조사에 나타난 민심은 새누리당이 민주당보다 훨씬 더 ‘믿음직하다’는 것이다.

즉 국민 절반가량이 ‘MB 정권 심판’을 갈망하되 ‘새누리당을 더 신뢰’하고 있는 것이다.

이게 대체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MB정권에 대한 심판을 민주당이 아니라 새누리당의 박근혜 비대위 체제에 맡길 수도 있다는 뜻 아니겠는가.
민주당은 이에 대해 뼈아픈 자기반성이 있어야 한다.

그런데 지금의 민주당 모습을 보면 전혀 반성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1.15 전당대회에서 80만 국민경선을 통해 한명숙 대표 등 새로운 민주당 지도부가 탄생할 때만 해도 국민들은 잔뜩 기대하고 있었다.

실제 전당대회 바로 다음날인 1월 16일부터 20일까지 리얼미터가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민주당이 39.7%로 40%대에 육박한 반면, 한나라당은 30%대도 지키지 못하고, 29.1%로 폭락했었다. 양당 간 지지율 격차가 무려 10%를 넘어선 것이다.

하지만 이후 민주당은 공천 과정에서 한 대표를 앞세운 ‘이대라인’ 등 특정 세력의 영향력 이야기들이 새어 나오는가하면, ‘감동 없는 계파 간 지분 나눠먹기’라는 비난의 소리들이 쏟아지면서 점차 국민의 지지를 잃어가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런 민주당을 향해 ‘통합은 성공했지만 혁신은 실패한 정당’이라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실제 정치평론가 고성국 박사는 “새누리당은 전략과 콘셉트에 의한 공천, 민주당은 세력간 권력투쟁과 지분나누기의 외연공천”이라고 평가했다.

유창선 박사도 “일단 새누리당이 민주당을 앞섰다”며 “새누리당 박근혜 위원장이 ‘과거와의 단절’, ‘공천 불법행위자 즉시 자격박탈’ 등 여러 이야기를 하고 있다. 반면 민주당은 공천쇄신 할 건지 말 건지조차도 전달이 안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런 상황에서 과연 한명숙 대표가 의욕적으로 밝힌 것처럼, 민주당이 19대 국회에서 과반의석을 차지할 수 있을까?

쉽지 않을 것이다. 어쩌면 ‘MB 정권 실정’이라는 호재에도 불구 원내 1당 자리를 새누리당에 내어 주는 수모를 당할지도 모른다.

변덕스런 민심을 탓해서는 안 된다. 민주당 스스로 자책골을 넣은 셈이기 때문이다.

우선 한명숙 대표와 당 지도부는 ‘기득권의 장막’에 갇혀 있다.

실제 당 안팎에서는 열린우리당 시절부터 당을 장악해온 주류 친노 세력과 486그룹이 ‘이너서클’을 형성해 배타적인 논의구조를 형성하고 있다는 불만의 소리가 공공연하게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또 지난 24일 발표된 2차 공천은 ‘감동 공천’은커녕, 현역 위주의 ‘기득권 공천’을 했다는 비난을 받아야 했다. 심지어 전날 비리혐의로 재판에 회부당한 사람까지 공천자 명단에 포함시켜 ‘도덕성’면에서도 새누리당에게 밀렸다.

과연 이런 정당을 믿고 MB 정권 심판을 맡길 수 있는지, 국민들은 지금 고민하고 있다.

만일 국민들이 ‘MB 정권 심판은 새누리당 박근혜 비대위 체제의 몫’이라는 결정을 내리더라도 민심을 탓하지 말라. 그것은 어디까지나 오만에 빠진 민주당 지도부의 자업자득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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