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명숙 대표는 답하라

고하승 / / 기사승인 : 2012-03-15 17: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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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고하승

“의원님 어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나요 너무 황당하네요. 의원님이야 당선 따 놓은 당상인 데 뭐가 아쉬워 돈 건넸겠어요. 이런 모함 속에서 민주당을 지지해야하는지 회의가 드네요.”


이는 4.11 총선을 앞두고 민주통합당 서울 광진갑 후보로 결정됐다가 15일 공천이 취소된 전혜숙 후보가 ‘지역주민들로 받은 문자’라며 공개한 내용이다.


민주당 최고위는 이날 새벽 마라톤 회의끝에 서울 광진갑 지역에 이미 공천을 받은 전혜숙 의원 대신 김한길 전 의원을 전략공천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대체 민주당이 급작스럽게 전혜숙 대신 김한길로 후보를 교체한 까닭이 무엇일까?


알고 보니 전혜숙 의원은 경선에 앞서 지역 향우회 간부에게 금품을 전달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참 가관이다.


민주당은 그동안 각종 비리, 부패 연루혐의자들을 공천하면서 "무죄 추정의 원칙을 따랐다"고 말해 왔다.


현재 진행형인 사건에 대해서는 1심과 2심에서 형을 선고받더라도 대법원 확정판결이 나기 전 까지는 무죄추정의 원칙에 따라 부적격이 아니라 적격이라는 것.


그렇게 해서 임종석 사무총장이 한 때 서울 성동을 후보로 확정되기도 했었다.


비록 뒤늦게 임 총장이 후보직을 사퇴하기는 했지만, ‘무죄추정의 원칙’이라는 것을 버리지 않고 고집해 왔다.


그런데 전혜숙 후보에 대해서는 단지 ‘의혹’ 만으로 전격적인 후보교체를 단행하고 만 것이다.


이에 대해 전 후보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너무 황당하고 당혹스럽다. 정치를 이렇게 해서는 안 된다. 특정인을 전략공천 하겠다는 이미 짜여진 각본이 아니라면 결코 일어날 수 없는 일이 민통당 광진 갑에서 벌어진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 후보에 따르면 후보교체는 정장선 중앙당 선거관리위원장에게조차 진행 상황을 감추고 결정을 내렸다고 한다.


그렇다면 이는 절차적으로 중대한 하자가 있는 것이다.


특히 이번 사건은 광진갑의 한 예비후보와 장모씨가 자신의 공천을 번복하고, 경선만 치르게 해 달라는 투서를 중앙당에 제출하려다가 엉뚱하게 제3자가 경찰에 제출한 것으로 알려진 일종의 해프닝이라는 것.


아무튼 이번 사건과 관련해서는 경찰에 제보가 접수되어 현재 경찰의 내사가 진행중이다.


그런데도 당은 '당 자체 조사 결과 금품을 건넸다는 정황이 일정 부분 사실로 확인돼 공천 취소가 불가피하다'라고 밝히고 있다.


이에 대해 전 후보는 “당 자체 조사 결과 확인된 부분이 무엇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경찰에서조차 음해성이 짙다고 보고 본인이 야당정치인임에도도 불구하고 억울한 피해를 당하지 않을까 매우 조심스럽게 접근하고 있는 이 사안에 대해서 내가 그렇게 지키고자 노력해 왔던 당이 이렇게 매몰차게 내치는 현실에 충격을 금할 길 없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어 그는 “최고위원회가 정확한 근거도 없이 단칼에 무 베듯이 한 정치인의 인생을 이렇게 망칠 수 있느냐”며 “최고위는 의혹이 제기된 후보 모두 공천을 취소할 것이냐”고 따져 물었다.


만일 전 후보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이번 최고위 결정은 정치적 사망선고나 다를 바 없는 사실상의 '사법살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설령 전 후보가 받고 있는 의혹이 나중에 사실로 밝혀지는 한이 있더라도, ‘무죄추정의 원칙’이 민주당 방침이라면 지켜져야 하는 것 아니겠는가.


그런데 누구는 1심에서 형을 선고 받아도 ‘무죄추정의 원칙’에 따라 공천을 주고, 누구는 단지 ‘의혹’, 그것도 본인이 사실이 아닐 개연성이 매우 높은 의혹을 받는다고 해서 주었던 공천마저 도로 빼앗아 간다면, 그런 원칙을 원칙이라고 할 수 있겠는가.


민주당의 한명숙 대표는 이에 대해 분명한 답을 내어 놓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자신의 측근에게 후보 자리를 마련해 주기 억지를 부리고 있다는 비난을 면키 어려울 것이다.


다시 한 번 묻겠다. 대체 민주당의 공천원칙은 무엇인가.


‘무죄 추정의 원칙’인가, 아니면 ‘의혹’만 받아도 탈락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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