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품달' 작가 진수완 "원작 부담 컸지만 욕 먹을 각오하고 썼다"

온라인팀 / / 기사승인 : 2012-03-20 11: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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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품달, 자생력 지닌 작품… '시청률 40%' 타이틀서 빠져나가겠다"

전국 시청률 40%를 넘겼다. '국민드라마'라는 영예로운 호칭을 들었다. 남자주인공 김수현(24)은 2012년 최고의 라이징 스타로 자리매김했다. MBC TV 수목미니시리즈 '해를 품은 달' 이야기다.

작가 정은궐(40)의 동명소설이 원작인 이 드라마는 시작 전부터 원작과 비교됐고, 캐스팅 시비에 시달렸다. "자기고집이 강한 원작"을 각색한 극작가 진수완(42)씨는 "어차피 욕을 먹을 거라면 확실하게 먹자"는 각오로 소설을 드라마로 재탄생시켰다.

진씨는 "왕자웨이 감독이 '작품도 사주팔자를 타고 난다'는 말을 했다. 캐스팅도 운명이다. 물론 더 좋은 배우가 많을 것이다. 캐스팅 논란이 있었지만 배우들의 출연이 확정되고 난 후부터는 '다른 사람이 했어야 했어'라는 생각은 안 했다"고 밝혔다.

"한가인씨는 시작하기도 전에 마녀사냥을 당한 것 같아서 마음이 안 좋더라. '연우'에게는 아름다움과 총명함이 다 있어야 하는데 한가인은 그 둘을 다 가진 배우다. 시대적 특성상 수동적일 수밖에 없는 캐릭터를 한가인이 연기하면 적어도 '민폐 캐릭터'로 보이지는 않겠다 싶었고 그 예상은 맞았다"고 여주인공을 칭찬했다.

핫 스타가 된 김수현에 대해서는 "우리 드라마가 아니더라도 뜰 배우였다고 생각한다. 20대 남자배우들이 군대를 많이 가서 특히나 층이 얇다. 하지만 김수현은 확실히 '해품달'에 최적화된 사람"이라고 치켜세웠다.

이번 작품에서 진씨는 "역시 드라마는 서사", "작가는 이야기에만 충실해야 하는구나"라고 느꼈다. 가르치려 들지도, 잘난 척 하지도 않은 것이 시청자들의 호응을 얻었다. '첫 사랑의 순정'이라는 지극히 아날로그적인 정서가 초등학생부터 노인 세대까지 아우를 수 있는 가장 큰 원동력이 됐다.

"순정은 누구나 한번쯤은 가져본 감정이다. 다른 팩션 사극처럼 세련된 정치적 담론이나 촌철살인을 논하지는 않았다. 다만 할머니가 아랫목에서 말하는 '옛날, 옛날에…' 하는 투박한 이야기를 했을 뿐인데 그것이 가장 큰 힘이 된 것 같다"고 드라마의 인기 비결을 짚었다.

'해품달' 방송 내내 인터넷에서는 원작과 드라마를 비교하며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시간적 여유가 없는 촬영 스케줄 때문에 이야기의 진행이 엉성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많았다. 특히, 마지막 2회 분량은 진도가 너무 빨랐다는 지적을 받았다.

작가는 "'설'과 '양명'의 죽음 등 결말을 휘몰아쳐 가야 긴장감이 살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시청자들이 빠르다고 느꼈다면 작가가 완급 조절에 실패한 것이다. 하지만 '연우'와 '훤'의 러브 스토리에만 중점을 둔 것이 아니므로 주변인물들의 이야기도 버릴 수 없었다. '양명'의 거사 등 동생을 위한 죽음을 처음부터 설정했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고 털어놨다.

진씨는 제8부에서 성인 연기자로 바뀌고 난 뒤 처음으로 '훤'(김수현)이 '형선'(정은표)에게 "돌아서 있으라"고 명한 장면을 특기했다.

"진구가 연기한 '훤'은 천진난만하지만 엔딩에서 슬픔의 트라우마를 안고 있는 상태에서 정리됐다. 6부에서 김수현이 등장했을 때는 이미 차갑게 변해버린 후다. 여진구와 김수현의 '훤'이 마치 1막과 2막 같았다. 그런데 이 장면에서 '진구 훤'과 '수현 훤'이 겹쳐진다. '형선'과의 우정도 오랜만에 드러나 여러 번 돌려보는 장면이다."

같은 맥락에서 진씨는 "돌아서 있으라", "다물라, 다물라, 그 입 다물라"를 최고의 명대사로 손꼽았다. 시청자들의 짐작과 다르다.

여성 시청자들은 여진구(15) '훤'의 "잊어달라 하였느냐. 잊어주길 바라느냐. 미안하구나. 잊으려 하였으나 너를 잊지 못하였다"는 대사에 홀려 한참 어린 동생을 연모하다 죄책감을 느껴야 했다. 김수현 '훤'의 "미혹되었다 하였느냐. 해서 떨쳐버리라 하였느냐. 미혹되었다. 허나 떨칠 수가 없구나"에 밤잠을 설쳤다.

진씨는 '학교2'(1999~2000)도 썼다. 교사인 아버지와 아들의 갈등과 화해를 그린 '어느 날 심장이 말했다' 에피소드는 고등학교 국어교과서에 실렸다. 하지만 '해품달' 이전까지 시청률 면에서 좋은 성적을 낸 작가는 아니었다. 정다빈(1980~2007)과 김재원(31) 등이 출연한 SBS TV '형수님은 열아홉'(2004)은 KBS 2TV '풀 하우스'와 같은 시간대에 맞붙었다. 암울하지만 자유롭고 모던했던 1930년대 경성의 두 얼굴을 '퓨전 시대극'이라는 새로운 방식으로 녹여낸 '경성 스캔들'(2007)은 SBS TV '쩐의 전쟁', MBC TV '커피프린스 1호점'과 경쟁해야했다.

진씨에게 '해품달'은 영원한 훈장인 동시에 멍에다. "첫회부터 시청률이 좋았기에 '내가 면피는 했구나' 생각했다. 그런데 (시청률이 생각보다 너무 높게 나오니) 나중에는 좀 무섭더라. 작품이 내 손을 떠났다는 생각이 들었다. 40% 고지를 넘은 다음부터는 시청률이 조금만 떨어져도 '극본에 어떤 문제가 있나' 싶어 고민하게 됐다"는 고백이다.

"'여진구가 귀여웠다' '김수현이 멋있었다'로 기억될 드라마이지, 작가 이름이 오래 기억되지는 않을 작품이다. '해품달'은 혼자만의 생명력을 가지고 있는 작품인 것 같다. 나는 '40%'라는 타이틀에서 빠져나가겠다."

종방과 함께 무거운 중압감에서 벗어난 작가는 신생아처럼 먹고 자며 체력을 보충한 뒤 여행을 떠날 예정이다. 다음 작품은 자신이 정말 하고싶은 이야기가 무엇인지 찾아서 즐기면서 하고프다. '대박난 작가'라는 타이틀이 본인에게는 부담이지만, 시청자들에게는 큰 기대감일 수밖에 없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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