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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고하승
서울 관악을 야권후보단일화 경선과정에 이정희 통합진보당 공동대표의 보좌관과 캠프 국장 등이 나이를 속여 여론조사에 응하라는 문자메시지를 보낸 사실이 드러났다.
실제 지난 20일 오전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게시물에 조 보좌관이 보냈다는 문자메시지 캡쳐본이 공개되면서 이 의원 측이 여론조사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뒷자리가 0615인 휴대전화 번호로 경선 당일인 17일 오전 10시쯤부터 "ARS 60대 종료, 60대로 응답하면 모두 버려짐. 다른 나이대로 답변해야 함"등의 내용이 담긴 문자메시지가 수차례 당원들에게 전송됐다는 것.
이게 사실이라면, 이정희 캠프에서 조직적으로 여론조작을 부추긴 것으로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그런데 사실이었다.
이에 따라 민주당은 이정희 대표가 출마포기 선언 등을 통해 파문을 조기에 수습해주기를 바라는 눈치이지만, 설사 그가 불출마를 선언하더라도 파문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 같다.
야권단일화에 적잖은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말이다.
특히 이 대표 측이 처음에 보좌관 개인에게 책임을 전가하고, 자신은 발뺌하려는 태도를 보인 것에 대한 국민들의 질타가 쏟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 이정희 대표 측은 "보좌관이 나이를 속여 여론조사에 응하라는 문자를 보냈다"고 시인하면서도 문자는 이 대표와는 무관하게 보좌관이 개인적으로 보낸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 대표 측은 "자체 조사 중이지만 조 보좌관 빼고는 이 같은 문자를 보낸 사람은 아직 없는 상태"라며 "선대본부 차원에서 조직적으로 이런 문자를 보낸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선거대책본부차원에서 문자 메시지와 관련된 모범답안이 있어야 했는데 그게 없다보니 각자 개성적인 문자를 보내다가 이런 일이 벌어진 것 같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같은 해명은 명백한 거짓이었다.
조영래 보좌관 외에 이정희 선거캠프의 또 다른 간부도 여론조사 조작 문자메시지를 보낸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앞서 한 네티즌이 커뮤니티 <스누라이프>에 지난 19일 올린 게시물에 따르면, 이정희 관악 선거캠프의 박명희 국장은 여론조사가 진행중 이던 지난 3월17일 오전 11시36분에 "ARS 40-50대 대상자는 종료되었다고 합니다! 앞으로 40-50대로 답하면 버려집니다!!"라며 "남은 대상자는 20대 뿐입니다. 앞으로 ARS 받으시는 분들은 20대로 답하셔야 합니다!!"라며 나이를 속일 것을 지시했다.
그는 또 "여론조사 2번 받은 사람 있습니다. 계속 대기 바라겠습니다"라는 글도 올렸다.
당초 ‘조 보좌관 빼고는 이같은 문자를 보낸 사람은 없다’던 주장이 거짓으로 드러난 것이다.
이에 따라 민주당에 초비상이 걸린 것도 무리는 아닐 것이다.
실제 민주당 최고위원단은 20일 오후 비례대표 후보 선정을 위해 공심위와 줄다리기를 하던 중 관련 소식을 접하고 안건을 급히 변경해 이 문제를 주요 의제로 삼고 대책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인영 최고위원은 "난리가 나 비례대표 얘기는 하지도 못하고 있다. 그 쪽(이정희 대표)에서 나오는 것을 보고 어떻게 할지 결정하자는 얘기도 있다"고 밝혔다.
야권연대에 균열이 갈 것을 우려해 드러 내놓고 이정희 대표에게 “물러나라”고 말하지는 못하지만, 사실상 그가 불출마 선언해 주기를 바라고 있다는 뜻 아니겠는가.
국민들은 지금 야권에 대해 매우 실망감이 크다.
한망숙 민주통합당 대표가 모바일 경선을 ‘아름다운 경선’이라고 말했지만, 실제는 ‘동원 경선’에 ‘돈 살포 경선’은 물론, ‘대리등록 경선’ 등 온갖 추태란 추태는 다 모아 놓은 ‘불법 종합 경선’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는 마당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야권후보 단일화 경선에서 ‘여론조작’이라는 엄청난 불법을 자행한 사실이 발각된 것이다.
이게 야권단일화의 모습이라면 실망이다.
더더욱 가관인 것은 이정희 대표가 후보직을 사퇴하지 않고, 김희철 의원에게 재경선을 제안했다는 사실이다.
이에 대해 김 의원은 “공당의 대표가 부정선거를 스스로 시인했음에도 이에 대해 책임을 지지 않고 재경선을 운운한다는 것에 대해 놀라움을 금치 못한다”며 “이정희 후보의 재경선 제의를 거부한다”고 일축했다.
이런 아름답지 못한 경선을 바라보면서 이번 4.11 총선은 ‘MB 정권 심판론’ 못지않게, ‘야권 심판론’ 목소리가 더 큰 목소리로 터져 나올지도 모른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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