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단일후보’ 표현은 허위선전

고하승 / / 기사승인 : 2012-03-27 15:5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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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고하승
4.11총선을 앞두고 민주통합당 지도부와 통합진보당 지도부가 지난 25일 낮 국회에서 만나 "이명박-새누리당 정권을 심판하기 위한 야권연대가 완성됐다"고 선언했다.

그러면서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의 경선에서 승리한 후보를 ‘야권단일후보’라고 선전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

이번 4.11 총선에 후보를 낸 정당은 모두 20개로 이 가운데 새누리당을 제외한 19개 정당모두가 야당이다.

따라서 ‘야권연대’라는 표현을 사용하려면, 19개 야당 전체의 동의를 얻는 게 맞다.

그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면 적어도 과반에 해당하는 10개 정당 정도의 동의를 얻고, ‘야권연대’라는 표현을 사용하는 게 옳다.

그런데 제 2야당인 자유선진당도 반대하는 상황에서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 등 겨우 2개의 야당만 모여 의기투합한 것을 가지고, ‘야권연대’라고 선전하는 것은 명백한 국민기만행위다.

정확한 표현은 ‘양당연대’ 혹은 ‘양당연합’이다.

특히 ‘야권단일후보’라는 표현은 명백한 허위 선전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도 이미 두 당의 경선에서 뽑힌 후보에게 '야권 단일후보'라는 표현을 사용하는 것은 안 된다는 입장을 밝힌 상황이다.

실제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지난 21일 진보신당 홍세화 상임대표가 민주당과 통합진보당의 ‘야권 단일후보’ 명칭과 관련해 공직선거법 위반 여부를 서면 질의한 데 대해 “양당 단일 후보들이 ‘야권 단일후보’로 표현하는 건 선거법 위반이 되며 단속 대상이 된다”고 유권해석한 바 있다.

야권 단일후보라고 표현하려면 모든 야당이 후보 단일화에 참여해 정책 단일화와 선거 방식에 대해 합의해야 한다는 것.

따라서 민주당과 통합진보당이 합의한 단일 후보들이 야권 단일후보나 야권 통합후보라고 표현하는 것은 공직선거법 제250조에 규정하고 있는 허위사실 공표에 해당된다는 것.

그런데도 현재 민주당과 통합진보당이 경선을 통해 단일화한 후보 대다수가 공식 사이트나 홍보 명함 등에 ‘야권 단일후보’나 ‘야권 통합후보’로 표시하고 있다.

이건 대단히 잘못된 것이다.

사실 양당연합 후보가 '야권 단일후보'라는 표현을 사용할 경우, 제 3 정당의 후보들, 즉 자유선진당이나 국민생각, 정통민주당, 진보신당 후보들은 어찌되는 것인가.

진보신당의 한 관계자는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 두 당이 모여서 후보를 단일화 시켜 놓고, ‘야권단일 후보’라고 말하면, 진보신당은 야당이 아니고 여당이냐”며 “민주노총이 진보정당으로 규정한 야당(진보신당)이 버젓이 존재하고, 그 정당의 후보들이 출마를 하고 있는 데에도 자신들만 ‘야권단일후보’라고 우기는 뻔뻔함으로 과연 얼마나 표를 모을 수 있겠느냐”고 꼬집었다.

특히 진보신당 광주 북구을 안영돈 후보는 통합진보당 오병윤 후보가 ‘야권단일후보’라는 표현을 사용하는 것에 대해 "'야권 단일후보'라는 표현을 사용하지 말라. 야권을 두 당으로만 틀 짓기 하는 저의는 진보신당을 포함한 다른 야당들을 철저히 배제하기 위한 전략"이라고 맹비난했다.

자유선진당도 같은 입장이다.

선진당 관계자는 "양당 연합 후보가 야권단일후보라는 표현을 쓰는데 주요 야권 정당인 자유선진당이 동의한 적 없기 때문에 양당연합 후보는 결코 ‘야권단일후보’가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앞서 심대평 자유선진당 대표도 지난 10.26 재보궐선거 당시에도 박원순 서울시장 야권단일후보가 '야권단일후보'라는 표현을 사용하는 것에 대해 강력하게 비판한 바 있다.

이렇듯 다른 야당들이 동의하지 않는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의 연합에 대해 ‘야권연대’라는 표현을 하거나 ‘야권단일후보’라는 표현을 사용하는 것은 명백한 거짓이다. 어쩌면 ‘허위사실 유포’에 해당하는 중대한 선거법위반 행위가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다.

아무튼 자유선진당, 국민생각, 정통민주당, 창조한국당, 진보신당 등 모든 야당은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이 ‘야권연대’ 혹은 ‘야권단일후보’라는 표현을 사용하는 것에 분노를 표시하고, 공식적으로 이의를 제기해야만 한다.

양당이 이처럼 다른 야당의 존재를 아예 무시하는 표현을 사용하는 데에도 마냥 침묵을 지킨다면, 그런 정당은 존재할 이유가 없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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