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사찰, 누가 거짓말 하나

고하승 / / 기사승인 : 2012-04-04 14:3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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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고하승

청와대 민간인 불법사찰 의혹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서울 종로에 출마한 새누리당 홍사덕 후보와 민주통합당 정세균 후보가 4일 '박근혜 새누리당 선거대책위원장 책임론'을 놓고 신경전을 펼쳤다.


홍 후보는 이날 오전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 민주당이 박근혜 위원장의 청문회 출석을 요구하는 것에 대해 "박 위원장은 내가 알기로 사찰 대상이 된 분인데 (민주당이)그런 분에게 국회 청문회 증인으로 나오라고 했다"며 "내가 젊은 사람 같으면 적반하장이란 표현을 썼을 텐데 아무튼 듣기가 참 민망했다"고 꼬집었다.


그러자 정 후보는 "사찰을 받은 것이 아니라 동향보고만 된 것인데 박 위원장이 스스로 피해자라고 침소봉대한다고 들었다"며 "그야말로 할리우드 액션"이라고 반박했다.


과연 누구 말이 맞을까?


시시비비를 따지기에 앞서 먼저 알아 두어야 할 게 있다.


박근혜 위원장이 현 정권으로부터 사찰을 당했다는 사실을 폭로한 쪽은 박 위원장이 아니라 민주당이었다.


그것도 한 차례만 폭로한 것이 아니라 지난 2010년과 2011년 두 차례에 걸쳐 이루어졌다.


실제 민주당 소속 이석현 의원은 2010년 12월 7일 “이명박 정부가 박근혜 전 대표까지 뒷조사를 했다”고 폭로했고, 2011년 6월 2일 국회에서 열린 정치분야 대정부질문에서는 "2008년 12월, 세종시 문제로 파란을 겪은 후, 박근혜 전 대표 한 명에 대한 사찰팀이 국정원에 꾸려졌다"고 폭로했다.


오히려 당시 박 위원장은 “그런 내용을 잘 모르겠다”고 말했었다.


그렇다면 민주당 정세균 후보와 민주당 이석현 의원, 두 사람 가운데 한 사람은 거짓말을 한 셈이다.


정세균 후보가 지적한 것처럼, ‘사찰을 받은 것이 아니라 동향보고만 된 것’이라면, 이석현 의원이 “이명박 정부가 박근혜 전 대표까지 뒷조사를 했다”고 폭로한 것이나, "2008년 12월, 세종시 문제로 파란을 겪은 후, 박근혜 전 대표 한 명에 대한 사찰팀이 국정원에 꾸려졌다"고 폭로한 것 모두가 거짓말이 되는 셈이다.


반대로 이석현 의원의 폭로가 사실이라면, 정 후보의 “할리우드 액션”이라는 발언은 명백한 거짓이 되는 것이다.


정세균 후보와 이석현 의원 둘 중 한명은 분명히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인데, 그렇다면 과연 누가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일까?


잘 모르겠다. 다만 분명한 것은 누가 거짓말을 했든 그 역시 민주당 소속 국회의원이라는 점에서 민주당 후보들에게는 결코 도움이 되지는 않을 것이다.


결과적으로 민주당이 악수를 두고 있는 셈이다.


왜 이런 일이 발생하는 것일까?


이번 사찰 문제와 무관한 박근혜 위원장을 억지로 끌어들여 ‘동반 책임자’로 만들려고 하다보니, 이런 자충수까지 두게 되는 것 아니겠는가.


의심스러운 부분은 또 있다.


정세균 후보는 노무현 정부에서도 불법사찰이 있었다는 청와대의 주장에 대해서는 "전 정권은 합법적인 공무원 직무감찰을 한 것이고 이명박 새누리당 정권은 불법적인 민간인 사찰을 한 것이라 근본적으로 차이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런데 민주당 박영선 의원은 최근 2007년 9월21일자 문건을 들고 나와 “민간인 사찰 문건”이라며 이명박 정권의 불법사찰을 성토했다.


그런데 알고 보니 당시는 노무현 대통령의 재임기간이었고, 결과적으로 노 정권 당시에도 민간인 불법사찰이 있었다는 사실을 시인한 셈이 되고 말았다.


만일 그 문건이 ‘불법 사찰’ 문건이라면 박 의원은 단지 날짜를 착각한 것이어서 그 개인의 도덕성이 비난의 대상이 될 수 없지만, 대신 노무현 정권의 도덕성이 치명상을 입게 되는 것이다.


반대로 그 문건이 ‘불법 사찰’ 문건이 아닌데도 들고 나와 ‘불법 사찰 근거 자료’라고 말했다면, 박 의원은 거짓말쟁이가 되는 것이다.


정세균 후보가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인지, 박영선 의원이 거짓말을 한 것인지, 언젠가 그 진실은 분명히 밝혀 질 것이다.


그나저나 거짓말한 당사자가 누구이든 그 역시 민주당 소속이라는 사실을 어찌하면 좋을지 정말 답답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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