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가 흥행해야 되는 ‘쇼’라니...

유은영 / / 기사승인 : 2012-05-23 13: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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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고하승

오픈프라이머리 도입을 요구하는 이재오 의원과 정두언 의원의 인식이 천박하기 그지없다.


대권 도전을 선언한 이재오 의원은 23일 오전 PBC라디오 '열린세상 오늘! 서종빈입니다'에 출연, "당권파의 주장대로 하면 흥행요소가 전무하다"며 그래서 오픈프라이머리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같은 날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정두언 의원도 SBS 라디오 '서두원의 시사초점'에 출연, 현행 경선 룰을 이용해 경선이 치러질 경우에 대해 "민주통합당과 비교해볼 때 흥행 가능성이 전혀 없다"고 지적했다.


앞서 김문수 경기도지사도 전날 국회 의원회관에서 친이계 심재철 최고위원 주재로 열린 ‘대선, 오픈 프라이머리 가능한가?’라는 토론회에 참석, “오픈프라이머리를 개인적 득실로 주장하는 게 아니다”라며 “(오픈프라이머리 없이) 새누리당은 흥행거리가 없다”고 지적했다.


이재오 의원과 정두언 의원, 김문수 지사 모두, 오픈프라이머리 도입 이유로 ‘흥행’을 꼽고 있는 것이다.


마치 선거가 국민들에게 무엇을 보여주기 위한 ‘쇼’라도 되는 양 거리낌 없이 ‘흥행여부’를 논하는 그들의 정치인식이 천박하기 그지없다.


그러나 정치는 국민에게 보여주기 위한 쇼가 아니다. 또 쇼가 되어서도 안 된다.


그런데도 그동안 여야 각 정당은 정책 경쟁을 통해 진심으로 국민에게 다가서는 모습을 보여주기보다는 얼마나 멋진 쇼를 연출하느냐 하는 보여주기 경쟁에만 몰두했었다.


실제 지난 2002년 대선 때에는 노무현 후보와 정몽준 후보가 국회 귀빈식당에서 후보단일화합의 후 여의도 포장마차에서 둘이 팔짱낀 채 진한 "러브샷"을 연출했고,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은 지난해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언론자유를 억압했다는 일부 의원들의 비판에 대해 "비통하다"며 울먹거렸다. 물론 그의 눈물은 ‘악어의 눈물’이라는 비난을 받았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도 멋진 쇼를 연출했었다.


그는 무상급식 주민투표 당시 “8월 24일 치러질 이번 주민투표 결과에 제 ‘시장직’을 걸어 그 책임을 다하겠다“고 밝히면서 무려 10여 분간 1인극을 펼쳤다.


물론 주연배우와 연출 모두 그 자신이었다. 오 전 시장은 억지로 짜낸 흔적이 역력한 눈물을 손수건을 꺼내 연신 훔쳤는가 하면, 그것도 모자라 두 번이나 뒤돌아서서 등을 들썩거리며 눈물을 닦는 모습을 연출하기도 했다.


그렇게 쇼를 연출한 노무현 전 대통령과 정몽준 의원, 최시중 전 방통위원장, 오세훈 전 시장의 운명은 지금 어떤가. 소위 잘나가는 정치인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는가.


아니다. 오히려 그 자신을 망친 것은 물론, 국민들로 하여금 정치혐오를 불러일으킨 요인이 되고 말았다.


지난해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나타난 이른바 ‘안철수 현상’이 그 단적인 사례다.


당시 서울시민들은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후보와 민주당 후보를 버리고 무소속 박원순 후보를 선택했다.


정치 쇼나 벌이고 있는 여야 각 정당에 환멸을 느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이재오 김문수 정두언 의원은 오픈프라이머리로 ‘멋진 쇼’를 하자고 제안하고 있다.


과연 이 같은 제안, 즉 배우가 되어 흥행이 되는 쇼를 연출하라는 제안을 박근혜 전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이 받아들일 수 있겠는가.


사실 박 전 비대위원장은 오픈프라이머리를 받아들여도 당내 경선에서 충분히 이길 수 있다. 정몽준 김문수 임태희 이재오 안상수 등 새누리당 비박계 대선주자들은 모두 지지율 1%안팎의 ‘도토리 주자’에 불과하다. 결코 40%안팎의 높은 지지율을 보이는 박근혜 전 위원장을 뛰어 넘을 수 없다는 말이다.


그런데도 그것을 받아들이지 않는 것은 그것이 자신에게 불리해서가 정당정치의 원칙이 아니기 때문이다.


박 위원장에게 흥행을 위해 오픈프라이머리를 받아들이고 압박하는 것은 그에게 배우가 되어 멋진 쇼를 연출하라는 요구와 다를 바 없다.


혹시 모르겠다.


박 전 위원장의 정치 목표와 인생 목표가 ‘대통령 당선’이라면, 까짓 것 눈 한번 질끈 감고 정몽준 이재오 김문수 임태희 등 조연 배우들과 함께 무대에서서 쇼를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박 전 위원장은 자신이 정치하는 이유와 인생 목표에 대해 ‘안거낙업(安居樂業)’이라고 분명하게 밝혔다.


즉 국민이 근심 걱정 없이 살면서 생업에 즐겁게 종사하도록 하는 게 그가 정치를 하는 이유이자 최고의 목표라는 것이다.


그런 목표를 가지고 있는 사람에게 ‘흥행을 위해’ 쇼를 하자고 제안하는 것은 그를 모독하는 것이자, 동시에 국민의 정치안목을 지나치게 낮게 보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우리국민 가운데 오는 12월 대선을 한낱 구경거리로 여기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되겠는가. 우리의 미래, 국가의 운명이 달린 일이다. 그런 중차대한 대통령 선거에 고작 ‘흥행’이나 생각하고 있다니, 그 천박한 정치인식이 역겹기 그지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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