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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전후해 나타났던 ‘안철수 현상’은 결국 신기루에 불과했다.
물론 지난 10.26 재?보궐선거에서 박원순 서울시장이 승리한 것은 안철수 원장의 지원이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은 사실이다.
그 이후 안 원장의 지지율은 급상승했고, 한 때는 박근혜 전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과의 양자대결에서 박 위원장을 앞서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오기도 했었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실제 28일 주간경향이 여론조사전문기관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에 의뢰해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에 따르면, 박근혜 전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과 안 원장의 대선 양자 가상대결에서 박 전 위원장이 53.1%의 지지율을 얻어 43.2%의 안 원장을 무렬 9.9%포인트 차로 앞섰다.
이 조사는 지난 19~20일 이틀간 전국 만 19세 이상 유권자 1000명을 대상으로 유·무선전화 임의번호걸기(RDD)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다.
특히 우리나라 유권자 두 명 가운데 한 명은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오는 12월 제18대 대통령선거에 출마하는 걸 바라지 않는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실제 안 원장의 정치적 거취를 묻는 질문에 응답자의 49.7%가 '출마하지 말아야 한다'고 답한 반면, '출마해야 한다'는 응답은 40.9%에 그쳤다.
10.26 서울시장 선거 당시에 필요했던 ‘안철수’가 대통령 선거에서는 필요치 않은 존재로 전락해 버린 것이다.
왜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것일까?
그 당시에는 정당정치, 특히 여당에 대한 국민의 불신이 극에 달했었다.
새누리당 19세 고졸 당직자는 국민이 여당을 싫어하는 이유에 대해 “이유가 없다. 그냥 싫다고 한다. 이명박 대통령이 싫단다”고 말했다.
사실이다. 이 대통령에 대한 국민의 불신은 극에 달한 상태다. 따라서 그의 측근들이 장악하고 있는 여당에게 표를 몰아 줄 이유가 없었다. 그렇다고 해서 민주당에 표를 몰아주자니 왠지 미덥지 않았다.
그래서 여당도 야당도 아닌, 제 3의 후보인 안철수 원장이 지지하는 무소속 박원순 후보에게 표를 몰아주었던 것이다.
하지만 현재 여당은 더 이상 이명박 대통령이나 청와대 입김에 놀아나는 정당이 아니다. 과거 ‘MB 거수기’ 노릇이나 했던 한나라당은 국민에게 버림을 받았지만, 박근혜 전 비대위원장에 의해 새롭게 탄생된 새누리당은 국민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제 3의 후보가 더 이상 필요치 않게 된 것이다.
즉 정당정치 불신에 의해 나타났던 안철수 현상이 이제 그 효력을 다했다는 뜻이다.
안철수 현상이 이처럼 급격하게 소멸되는 데에는 문재인 민주통합당 상임고문도 한 몫을 하고 있다.
사실 4.11 총선 직전만 해도 리얼미터 조사에서는 문재인 고문의 지지율이 안 원장의 지지율을 추월하는 결과가 나올 만큼 문 고문은 상당한 경쟁력을 갖춘 후보로 인식되고 있었다.
그러나 문 고문이 주도한 ‘낙동강 벨트’에서 패배한 직후 그의 지지율은 급격히 빠졌고, 이제는 가까스로 10%대를 유지하고 있을 뿐이다.
한마디로 여권의 정몽준 김문수 등과 같은 ‘도토리 주자’로 전락하고 만 것이다.
그로 인해 그와 사실상 손을 잡고 민주당 대표 경선에 나선 이해찬 후보가 김한길 후보에게 쩔쩔매는 수모를 당하고 있다.
심지어 경남에서는 김한길 후보가 이해찬 후보를 누른 것을 두고 김두관 지사가 문재인 고문을 이겼다는 소리가 나올 정도다.
이처럼 검증되지 않은 후보는 단 한 번의 검증으로도 쉽게 무너질 수 있다는 사실을 문 고문이 여실히 보여주었고, 역시 검증되지 않은 안 원장에게도 같은 잣대가 적용되고 있는 것이다.
국민은 안 원장이 대선에 출마하지 않았을 때 취해야 할 입장에 대해서도 70.3%가 '중립을 지켜야 한다'고 응답했다. 반면 '야권 후보 지지를 선언해야 한다'는 응답은 19.2%에 불과했다.
안 원장은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시 기존의 정당정치에 경고성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제 역할을 훌륭하게 수행했다. 그 이상 욕심을 내는 것은 무리다.
자칫하다가는 ‘제 2의 문재인’으로 전락할 수도 있다.
국민은 왜 안 원장의 대선 출마를 원하지 않는지, 또 대선에서 중립을 지켜 주길 바라는지 그 뜻을 헤아려야 할 것이다.
국민은 ‘정치인 안철수’를 바라는 것이 아니라, 정치권 밖에서 잘못된 정치를 질타할 수 있는 ‘지도자 안철수’를 바라고 있는지도 모른다.
만일 문재인 고문이 섣불리 정치에 뛰어들지 않았다면, 정치권 밖에서 그런 역할을 할 수 있었을 것이란 점에서 아쉬움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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