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수경 의원의 막말

유은영 / / 기사승인 : 2012-06-04 14: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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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고하승

민주통합당 임수경 의원이 탈북대학생에게 막말을 했다는 참담한 소식이 들린다.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임 의원으로부터 막말을 들은 사연을 공개한 탈북 대학생 백요셉(28, 한국외국어대) 씨에 따르면, 백 씨는 지난 1일 서울 종로에 있는 모 식당에서 남성 2~3명과 함께 술을 마시고 있는 임 의원을 우연히 만났다.


그는 북한에 있을 때부터 ‘통일의 꽃’으로 잘 알고 있던 임 의원에게 기념사진 촬영을 요청했고, 임 의원은 그의 요청을 흔쾌히 승낙했다. 그래서 몇 장의 사진을 함께 찍었다.


그런데 웨이터가 그의 핸드폰에 저장돼 있는 그 사진들을 모두 삭제해 버리고 말았다.


이에 대해 백씨가 항의한 것은 당연한 일.


그러자 웨이터는 “임 의원 보좌관들의 요구”라고 해명했고, 그는 임 의원에게 “선배님(임 의원과 백씨는 한국외국어대 선후배 관계)이 사진 삭제를 직접 말씀하셨느냐”고 따져 물었다.


이에 대해 임 의원은 “아니 난 그런 적 없어”라며 “나에게 사소한 피해가 갈까봐 (보좌관들이) 신경 쓴 것이니 이해하라”라고 말했고, 백씨는 그의 해명을 수긍하면서 “알겠다”고 답변했다.


그런데 문제는 여기서 부터다.


백씨가 농담으로 임 의원에게 “이럴 때 우리 북한에서는 어떻게 하는지 아시죠? 바로 총살입니다. 어디 수령님 명하지 않은 것을 마음대로 합니까”라고 보좌관들이 임 의원의 의사를 확인조차하지 않고 사진 삭제를 요청한 것을 우회적으로 꼬집었다.


그러자 임 의원은 다짜고짜 ‘너 누구냐’라며 얼굴을 붉혔고, 이에 백 씨는 “작년 말 TVN 백지연의 끝장토론에 임 의원님과 함께 출연했었다”고 답했다.


당시 끝장토론 방송에선 임 의원과 백 씨가 국가보안법 존치여부를 놓고, 서로 반대편으로 나뉘어 격렬한 논쟁을 벌였던 적이 있다고 했다.


이때부터 임 의원의 입에서 거친 막말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임 의원은 “어디 근본도 없는 탈북자 ××들이 굴러와서 대한민국 국회의원한테 개겨”라면서 “너 그 하태경하고 북한인권인지 뭔지 하는 이상한 짓 하고 있다지? 하태경 변절자 새끼 내 손으로 죽여버릴 거야”라고 했다는 것.


심지어 임 의원은 “변절자 ××들아 조용히 살아. 몸조심해 알았어?”라는 폭언을 하기도 했다.


물론 이는 어디까지나 백씨의 주장에 근거한 것이기 때문에 어디까지가 사실인지, 혹시 조금이라도 과장된 부분은 없는지 등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다.


그러나 임 의원이 4일 자신의 발언에 대해 사과한 것을 보면, 이런 논쟁이 있었다는 사실만큼은 분명해 보인다.


실제 임 의원은 이날 오전 양재동 서울교육문화회관에서 열린 '민주통합당 19대 국회의원 워크숍'에 참석해 "국민들과 탈북자 당사자분들께 심려 끼쳐드린 점 사과하고 이번 일을 계기로 말과 행동을 더욱 더 주의하도록 하겠다"며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물론 그의 사과는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그의 사과에 진정성이 담겨 있는지 의문이다.


특히 탈북자들을 향해 '변절자××'라고 막말을 퍼부은 임 의원의 사상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대체 탈북자들이 왜 변절자로 낙인찍혀야 하는가. 대체 그들이 누구를 변절했다는 것인가.


이 부분에 대한 명확한 해명이 따라야 한다.


그런데도 민주통합당 박지원 원내대표는 임 의원에 대해 "당 차원의 조치는 없다"고 못 박아 버리고 말았다.


‘가재는 게 편’이라고 했던가.


오히려 박 원내대표는 "민주당은 임 의원의 진심어린 사과와 반성, 해명을 믿는다. 비대위원장으로서 저도 임 의원 발언에 신뢰를 보낸다"고 힘을 실어주기까지 했다.


그렇지 않아도 국민들은 통합진보당내 구당권파인 종북 세력에 대해 눈살을 찌푸리고 있는 마당이다.


오죽하면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에 의뢰한 여론조사 결과, 응답자 중 68.3%가 사상 및 이념 문제를 국회의원 공천 심사에 포함시키는 것에 대해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겠는가.


그나저나 임 의원의 막말이 남북관계를 오히려 악화시켜 냉전시대로 회귀하게 되는 것이나 아닌지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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