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체제 개편 필요하다. 그러나...

고하승 / / 기사승인 : 2012-06-14 16: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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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고하승

대통령직속 지방행정체제 개편추진위원회 (위원장 강현욱)가 지난 13일 '지방행정체제개편 기본계획'을 확정했다.


이날 확정된 기본계획은 오는 30일 국회와 이명박 대통령에게 보고되고, 이후 국회논의를 거쳐 이르면 2014년 지방선거 때부터 적용된다.


일단 행정체제 개편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이미 지난 17개 국회 때부터 여야 정치권은 물론 국민들 사이에서도 폭넓은 공감대가 형성돼 있는 마당이다. 따라서 행정체제개편을 추진하는 데 대해서는 별다른 이의가 없다.


하지만 그 필요성으로 인해 내용과 절차상의 오류마저 모두 용납되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 행정체제개편위가 이번에 확정한 기본계획 내용에는 아주 중대한 결함이 있다.


우선 서울시와 광역시의 기초의회를 폐지하는 방안이 문제다.


실제 행정체제개편위는 서울시 자치구의 지위 및 기능 개편과 관련해 구청장은 선출하되 구의회는 구성하지 않는 것으로 결정했다.


또 인천시와 부산.광주,대전.울산 등 광역시의 경우, 시장이 시의회의 인사청문회를 거쳐 구청장과 군수를 임명하되 구의회는 구성하지 않는 행정구.군안을 1안으로, 구청장과 군수는 선출하되 의회는 구성하지 않는 안을 2안으로 각각 제시했다.


어떤 형태로 결정되든 광역시의 경우 역시 기초의회가 구성되지 않게 되는 것이다.


물론 그동안 구의원의 자질문제라든가, 구의회의 부작용 등 문제가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그러나 구의회가 집행부를 감시 견제하는 효과 역시 매우 컸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따라서 일부 지엽적인 부작용 때문에 의회 자체를 폐지하는 쪽으로 결론내린 것은 너무 성급하다는 판단이다. 어떻게 기초단체를 감시하고 견제하는 장치를 없애는 반민주적 발상을 할 수 있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특히 헌법 118조에는 지방자치단체에 의회를 두도록 하고 있다.


그런데 이번 개편안에는 서울시와 광역시에 구청장은 선거로 선출하되, 구의회는 폐지하겠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위헌의 소지가 다분한 것이다.


또 부산.인천을 비롯한 6개 광역시의 구청장ㆍ군수를 임명직으로 하는 내용은 취약한 풀뿌리 주민자치를 송두리째 뽑아버리겠다는 발상이라는 점에서 비난받아 마땅하다.


아무리 행정효율성이 필요하더라도 현행 지방차지체제를 중앙집권 체제의 과거로 되돌리려는 것은 용납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오히려 지방분권시대에 걸맞게 행정체제 개편은 지방분권을 강화하고, 주민참여를 확대하는 쪽으로 가는 게 올바른 방향일 것이다.


그런데 군수와 구청장을 선출직이 아닌, 임명직으로 전환할 경우 지방자치가 후퇴할 것은 불 보듯 빤한 것 아니겠는가.


특히 이번 기본계획 확정 과정에 절차상 문제가 많았다.


실제 이처럼 중대한 사안을 당사자인 지방자치 대표와 충분한 논의 및 여론수렴 과정 한번 없이 비공개 회의로 비정상적이고 반민주적인 방법으로 결정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따라서 이번에 확정된 '지방행정체제개편 기본계획'을 파기하고 원점에서 재논의가 이뤄져야 한다는 생각이다.


행여 이명박 대통령이 임기 내 행정체제 개편을 마무리하겠다는 욕심을 지니고 있다면 그런 욕심은 버려야 한다.


고민과 세부검토가 부족한 상황에서 성과내기 식으로 추진되었다가는 국민적 저항에 부딪힐 수도 있기 때문이다.


특히 잘못 성급하게 만들어진 제도를 다시 바로잡으려면, 그에 따른 손실 비용이 상당할 것 아니겠는가.


거듭 말하지만, 구의회를 폐지하겠다는 발상이나 광역시 기초자치단체장을 임명직으로 전환하려는 발상은 주민참여 확대라는 지방자치 발전의 기본방향에 역행하는 것으로 국민적 공감대를 얻기 어려울 것이다.


따라서 지방행정체제 개편추진위의 개편안은 즉각 전면 재검토되어야 한다.


특히 재검토 논의 과정에서 기초의회와 기초단체장 및 지역주민 등 이해당사자들의 의견 수렴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점을 기억해 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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