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박 3인방의 역선택 노림수

고하승 / / 기사승인 : 2012-06-19 15: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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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고하승
지지율 40%대에 올라선 박근혜 전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과 지지율 2%에 불과한 정몽준 의원은 누가 봐도 게임 상대가 아니다.

하지만 민주통합당 지지자들이 새누리당 대선후보 경선에 참여해서 투표를 하게 된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실제 겨우 3%의 지지를 받는 김문수 경기도지사가 민주당 지지층들의 역선택으로 인해 거의 10배 가까운 30%가량의 지지를 받을 수 있다는 흥미로운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리얼미터가 지난달 29일부터 6월 1일까지 전국 유권자 3000명을 상대로 실시한 대선후보 지지율 조사에서 박근혜 전 새누리당 비대위원장은 40.4%로 1위를 차지했다.

반면 오픈프라이머리 도입을 줄기차게 요구하는 김문수 경기지사는 3.2%, 정몽준 의원은 2.1%, 이재오 의원 0.8%에 불과하다. 그래서 언론은 이처럼 형편없이 낮은 지지율을 보이고 있는 이들 비박3인방을 가리켜 ‘도토리 주자들’이라고 부른다.

그들 3인방 지지율은 모두 합해도 10%가 채 되지 않을 만큼 초라하기 그지없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존재감이 극히 미미하다는 말이다.

하지만 민주당 지지자들이 참여하는 오픈프라이머리 방식을 적용하면 어떻게 될까?

리얼미터 여론조사 결과가 아주 흥미롭다.

실제 “새누리당 경선에서 박근혜 전 위원장과 김문수 지사가 대결할 경우 누구를 지지하겠느냐”는 설문에서 박 전 위원장과 김 지사의 지지율이 각각 52.1%와 28.9%로 나타났다.

다자구도에서 박 전 위원장이 40.4%인 반면 김 지사는 3.2%로 두 후보 간 격차가 무려 10배 이상 벌어졌던 것에 비하면 놀라운 변화가 아닐 수 없다.

대체 왜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것일까?

그 이유는 아주 간단하다. 민주당 지지자들이 상대적으로 약한 김 지사를 선택했기 때문이다.

실제 박근혜-김문수 양자대결에서 새누리당 지지층은 박 전 위원장을 압도적으로 지지해 그의 지지율은 무려 80.7%에 달했다. 반면 김 지사는 겨우 16.5%의 지지를 받았을 뿐이다.

그러나 민주당 지지층에서 김 지사의 지지율이 압도적으로 높아 무려 42.0%에 달했고, 박 전 위원장의 지지율은 27.3%로 매우 낮았다.

즉 민주당 지지자들은 김 지사가 새누리당 후보로 선출되기를 바라고 그에게 적극적인 지지를 보냈고, 그로 인해 3%대에 불과한 김 지사의 지지율이 10배 가량이나 뻥튀기 되는 기적이 나타난 것이다.

물론 그들 가운데 극히 일부는 정말 김 지사를 지지하는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대부분은 김 지사가 새누리당 후보로 선출돼 민주당의 후보와 맞붙는 본선에서 떨어지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그에게 지지를 보냈을 것이다.

이런 것을 바로 ‘역선택’이라고 하는 것이다.

정몽준 의원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새누리당 지지층에선 90.1%(박) 대 6.7%(정)로 정 의원은 박 전 위원장의 상대가 되지 않지만 민주당 지지층에선 오히려 24.4%(박) 대 46.8%(정)로 정 의원이 두배 가량이나 앞섰다.

이는 비박3인방의 요구를 수용해 오픈프라이머리를 적용할 경우, 민주당 지지층들이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새누리당 경선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사실을 입증하는 것이다.

실제 지난 2008년 미국 공화당 대통령 후보 경선에서 민주당 지지층의 ‘역선택’으로 인해 강력한 후보가 떨어지고 취약한 후보가 승리한 일이 있었다.

당시 공화당 당원 투표에서 롬니 후보가 1위, 허커비 후보가 2위, 맥케인 후보가 3위를 했으나 완전국민경선제에서는 꼴찌였던 맥케인이 압도적 표차로 1위를 차지하는 이변이 발생했다.

그 같은 의외의 결과에 대해 당시 전문가들은 “민주당 지지층인 유권자들이 약체인 맥케인 후보를 지지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렇게 선출된 맥케인 후보가 민주당 오바마 후보의 적수가 될 리 만무했고, 결국 대선은 민주당의 승리로 막을 내리고 말았다.

만에 하나 정몽준 이재오 김문수 등 비박3인방이 ‘한국의 맥케인’을 노리고 오픈프라이머리 도입을 요구하는 것이라면, 그것은 해당행위로 비난받아 마땅하다.

혹여 민주당 지지층의 자신에 대한 지지를 진정으로 받아들인다면, 차라리 민주당 경선에 참여하라.

새누리당 지지층의 마음을 얻지 못하고, 민주당 지지층의 지지를 받아 새누리당 후보가 되겠다는 그들의 발상이 역겹기 그지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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