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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고하승
새누리당 정두언 의원에 대한 국회 체포동의안이 끝내 부결되고 말았다.
그러자 민주통합당 유력인사들이 마치 때를 만난 듯 일제히 ‘박근혜 때리기’에 나섰다.
민주당내 ‘빅3’ 대권주자로 분류되는 김두관 전 경남지사는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박근혜는 '정두언 체포동의안' 부결에 사과해야"한다고 공세를 취했다.
박지원 민주당 원내대표는 "새누리당은 자기들이 특권을 내려놓겠다더니 한달 만에 쇼로 보여줬다. 자기들 특권은 지키고 남의 특권은 버린 이런 일은 국민들로부터 비판을 받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박근혜 저격수’를 자임하고 나선 그는 표결 당시 다른 일정으로 자리를 비웠던 박근혜 전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을 겨냥, “원칙과 소신을 강조하는 박근혜 위원장은 본회의 참석이 국회의원의 원칙 아니냐”고 쏘아붙였다.
이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노라면, 정두언 체포동의안 부결에 따른 책임이 마치 박근혜 전 위원장이나 새누리당에 있는 것처럼 보인다.
실제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새누리당이 쇄신하겠다며 특권을 내려놓겠다고 한 약속이 거짓말로 드러나 박 전 위원장의 ‘신뢰의 정치’도 깨진 셈”이라며 “앞으로 박 전 위원장이 제시할 정책공약을 어떻게 국민이 믿겠나”라고 지적했다.
정치평론가가 이런 평론을 낼 정도라면, 평소 정치 문제를 세밀하게 들여다보지 못하는 일반국민들이야 오죽하겠는가.
하지만 진실은 그게 아니다.
당시 표결에 참석한 의원들은 모두 271명 이었고, 그 가운데 새누리당 의원은 137명이었다.
그런데 정 의원 체포동의안에 대해 찬성이 74표, 반대가 156표, 기권 31표, 무효 10표로 부결됐다. 즉 반대를 했거나, 기권 혹은 무효표가 197표로 새누리당 참석 의원 137명 보다 압도적으로 많았다는 뜻이다.
가령 새누리당 의원들이 모두 반대했더라도 최소한 60명 이상의 야당 의원들이 가세한 셈이다.
그러면 여야 의원들 가운데 누가 정두언 의원의 체포동의안에 더 많은 반대표를 던졌을까?
이한구 새누리당 원내대표와 진영 정책위의장 등 원내지도부가 전날 ‘정두언 부결’에 따른 책임을 지고 전격 총사퇴를 결의했다.
그만큼 이한구 원내대표와 진영 의장 등이 정두언 체포동의안 처리를 위해 노력했다는 뜻이다.
이한구 원내대표와 진영 정책의장은 새누리당 원내대표단 경선 당시 유효투표 138표 중 72표를 얻어 당선된 바 있다.
그 때 이 원내대표와 진 의장에게 표를 몰아준 의원들이 이제 와서 책임을 지고 물러나도록 부표를 던졌을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
어쩌면 찬성 74표 가운데 72표가 원내대표 경선 당시 지지해 준 표일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민주당 등 야당의 찬성표는 고작 2표에 불과하다.
설사 새누리당 원내대표 경선 당시 이한구-진영 의원을 지지했던 표의 일부가 이탈했다고 하더라도 그 수가 얼마나 되겠는가. 아무리 많아도 1/3을 넘지는 않을 것이다.
정두언 의원 체포동의안에 찬성표를 던진 새누리당 의원 수가 적어도 50명 선은 넘을 것이란 뜻이다. 그렇다면 계산이 어찌되는가.
정두언 의원 체포동의안에 사실상의 반대(기권 무효 포함)표는 모두 197표다.
새누리당 137명 가운데 최소 50명이 찬성표를 던지고, 87명이 반대표를 던졌다고 해도, 110표가 야당표라는 계산이 나온다.
이런 계산은 억지일까?
그렇지 않다. 강기정 민주통합당 최고위원도 12일 PBC 라디오 <열린세상 오늘>에 출연, “정두언 체포동의안 부결은 방탄국회가 아니라 검찰권 남용에 대한 경고로 민주당도 공감한 상황”이라고 고백했다.
즉 민주당이 정두언 체포동의안 부결에 뜻을 함께 했다는 뜻이다.
대체 그 이유가 무엇일까?
어쩌면 박지원 민주당 원내대표의 검찰조사를 의식해, 민주당 의원들이 전략적으로 반대표를 던졌을 지도 모른다.
즉 ‘박지원 보호’를 위한 민주당 역선택 투표의 결과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이번 정두언 체포동의안 부결에 따른 책임은 박근혜 전 위원장과 새누리당에 있는 게 아니라, 박지원 보호를 위해 ‘꼼수투표’, 이른바 ‘역선택 전략투표’를 자행한 민주당에 있는 것 아니겠는가.
아무튼 여야 의원들 모두 정두언 의원의 체포동의안에 대해 반대의사를 표시한 것이 확실한 만큼, 이 책임을 새누리당과 박근혜 전 위원장에게 돌리는 민주당의 비판은 적절치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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