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보수대연합은 필패 전략

고하승 / / 기사승인 : 2012-08-16 12:2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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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고하승

올해 대통령 선거는 보수진영과 진보진영 간에 팽팽한 접전이 벌어질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51대 49의 명승부가 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그러다 보니 여야 모두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는 생각에 끼리끼리 모이려는 조짐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실제 여권에서는 새누리당 박근혜 경선후보 캠프가 ‘보수 대연합’ 추진을 검토하고 있으며, 야권에서는 민주당-안철수 원장-통합진보당 간에 후보 단일화를 추진할 것이 확실해 보인다.

하지만 과연, 이 같은 방안이 바람직한지 의문이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박근혜 캠프에서는 1단계로 김문수 경기지사 등 비박 경선 후보들과 이재오 정몽준 의원 등 경선 불참자 및 박 후보에게 비판적인 김영삼 전 대통령과 이회창 전 자유선진당 대표를 끌어들인 뒤 2단계로 충청권을 기반으로 한 선진통일당이나 4·11총선에 ‘국민생각’을 창당했던 박세일 씨 등을 끌어 들이는 ‘보수대연합’을 추진하고 있다고 한다.

한마디로 집토끼를 단속한다는 구상이다.

하지만 이는 대단히 위험한 발상이다. 대통령 선거는 보수 진영이든 진보진영이든 어느 한 쪽의 고정지지표만으로는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 1997년과 2002년 대선에서 보듯 지지표의 확장 여부가 승패를 좌우한다는 말이다.

그동안 박근혜 후보는 진보진영의 전유물처럼 되어 있던 복지문제를 정치 이슈화 했을 뿐만 아니라, 경제민주화 카드를 꺼내 드는 등 중도성향의 유권자들에게 한 걸음 다가서는 모습을 보여 왔다. 박 후보가 각종 여론조사에서 ‘부동의 1위’자리를 지킬 수 있었던 것은 보수층은 물론 중도 층의 적극적인 지지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런 박 후보가 이제 와서 ‘보수대연합’ 깃발을 치켜들면, 중도 성향의 유권자들은 심한 배신감을 느끼게 될 것이고, 결국 등을 돌리고 말 것 아니겠는가.

그러나 역대 선거에서 중도표심을 끌어안지 않고 이긴 선거가 있었던가?

단 한 차례도 없었다.

이만섭 전 국회의장도 보수 대연합을 경고하고 나섰다.

그는 지난 15일 한 방송에 출연, “보수 대연합이라는 건 선거전략 상으로는 좋은 일이지만 이걸 무리하게 하면 오히려 역효과가 난다”며 “돈 먹은 보수, 부정부패한 보수, 국민에게 믿음이 전혀 없는 보수, 이런 사람 끌어들여서 뭘 하겠다는 거냐. 차라리 그런 사람들 영입할 시간이 있으면 한 표라도 좋으니까 2040세대 또는 중도를 잡는 것이 더 낫다”고 조언했다.

이어 그는 “이론적으로 경험 없는 사람들이 그런 이야기를 하는데, 부패한 보수를 끌어들이면 오히려 표가 달아난다”고 지적했다.

맞는 말이다. ‘보수대연합’이라는 기치 아래 무차별적으로 사람들을 끌어 모으는 데, 중도 층이 굳이 거기에 힘을 실어줄 까닭이 없지 않는가.

박 후보가 이번 대선에서 승리하려면 ‘보수대연합’이 아니라, 오히려 중도층과의 소통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게 필자의 판단이다.

야권도 끼리끼리 힘을 모아 불리한 전세를 뒤집어보겠다는 욕심을 버려야 한다.

지난 4.11 총선에서 그 자격을 의심받는 통합진보당 이석기·김재연 의원이 당선됐다.

민주통합당이 통합진보당과 연대해 그들의 당선을 도왔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하지만 지금, 통합진보당은 그 두 의원에 대한 제명안 부결 이후 당원들의 탈당이 줄을 잇는 데다 국민적 피로도 마저 점차 높아지고 있다.

실제 통합진보당의 지지율이 지난해 말 창당 이후 최저치를 나타냈다.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리얼미터가 지난 6∼7일 각 당의 지지율을 조사한 결과, 통합진보당은 2.8%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이는 통합진보당 창당 이후 가장 낮은 지지율이다.

민주당도 전주 대비 1.6%포인트 하락한 28.7%에 그쳤다. 새누리당 지지율 42.6%의 2/3 수준에 불과한 것이다.

민주당과 통합진보당의 ‘잘못된 만남’이 양당을 동시에 사지로 몰아 놓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여당이든 야당이든 ‘끼리끼리 연대’를 통해 국민을 분열시키려는 쪽은, 그가 누구든 결코 범국민적 지지를 받는 후보가 될 수 없다.

만일 박근혜 캠프가 언론보도처럼 ‘보수대연합’을 추진하고 있다면, 즉시 재고해 주기 바란다.

거듭 말하지만 박근혜 후보는 ‘보수 연합후보’가 아니라, ‘국민 연합 후보’가 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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