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왜 박지원을 감싸는가?

고하승 / / 기사승인 : 2012-08-30 16: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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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고하승
민주통합당 공천헌금 의혹과 관련해 검찰이 양경숙 라디오21 전 대표에게 공천 대가로 돈을 건넨 혐의로 구속된 공천 희망자들로부터 박지원 원내대표와 문자메시지를 주고받았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만일 문자메시지를 주고받은 게 사실이라면 박 원내대표가 비례대표 공천성사 여부를 알아보고 답해 준 정황으로 볼 수도 있는 것이다.

물론 메시지 자체가 위·변조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따라서 검찰은 구속된 양 씨가 박 원내대표와 문자메시지를 주고받은 내역을 찾아내고 경위를 파악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그런데 아무래도 박 원내대표가 문자 메시지를 주고받은 것은 사실인 것 같다.

민주당 우상호 대변인이 총선 비례대표 공천심사 전날인 3월 19일 박 원내대표가 이양호 전 서울 강서구시설관리공단 이사장에게 ‘죄송하다’는 문자메시지를 보낸 메시지를 포함한 일련의 메시지를 공개하면서 “이 이사장이 공천 신청한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탈락 사실을 알려주고 의례적으로 위로했을 뿐”이라고 해명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박 원내대표에 대한 비리의혹은 사실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앞서 저축은행 불법자금 수수 의혹을 놓고 검찰과 전면전을 펼친 박 원내대표가 이번에는 공천헌금 연루 의혹까지 방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도 민주당은 박 원내대표를 감싸며 검찰을 향해 비난의 화살을 날려 보내고 있다.

실제 민주통합당은 30일 공천헌금 의혹과 관련한 검찰의 수사행태를 비판하며 "정권교체를 통해 거침없이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폐지와 공수처 신설로 나가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박용진 대변인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혐의를 잡았으면 계좌추적으로 돈의 흐름을 밝혀야지 엉뚱한 문자흐름을 밝히고 있으니 이런 해괴한 수사기법이 중수부의 수사기법이냐"며 이같이 비판했다.

이어 그는 "새누리당의 '현영희 공천장사 사건'을 부산지검으로 보냈듯 양경숙씨도 고향인 전주지검으로 보냈어야 하는데 굳이 중수부가 끌어안고 수사를 진행할 요량이면 문자 장난은 그만하고 뭔가 보여줘야 한다"며 "안 그러면 정권교체 이전에 중수부는 해체해야 마땅하다"고 경고했다.

이 같은 민주당의 태도를 보면, 고개를 갸웃 거리지 않을 수 없다.

사실 이쯤 되면, 누가 보아도 박 원내대표를 털고 가는 게 맞다. 새누리당에서는 이 같은 구체적인 의혹이 나오지도 않은 상황에서도 현기환 전 의원을 털어 냈었다. 너무나 상반된 모습 아닌가.

그렇다면 혹시 민주당이 박 원내대표를 끌어안아야 하는 특별한 이유가 있는 것은 아닐까?

아무래도 그런 것 같다.

대체 그게 무엇일까?

4.11 총선 참패 이후 정권교체를 위한 필승카드로 꼽힌 ‘대표 이해찬→원내대표 박지원→대선후보 문재인’ 카드를 지켜내기 위한 것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다.

실제 박지원 원내대표가 궁지에 몰리면 그와 담합한 이해찬 대표는 물론 3각축의 한 축인 문재인 후보까지 동시에 몰락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그러다보니 민주당은 ‘박지원 방패막이’라는 무리수를 두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는 결과적으로 민주당을 더욱 수렁으로 밀어붙이는 잘못된 일이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설사 이런 상태에서 문재인 후보가 민주당 후보로 선출됐다고 해도, 국민들은 그런 문 후보에게 얼마나 지지를 보낼지 의문이다.

특히 이런 상황에서 문 후보가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과 후보단일화에 나설 경우 문 후보가 승리할 가능성은 그만큼 적어지는 것 아니겠는가.

그래서 일각에서는 민주통합당의 불임정당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것이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민주당이 살길은 이렇게 무수히 많은 의혹을 안고 있는 박지원 원내대표를 털어내는 것뿐이다.

만에 하나 나중에 박 원내대표의 무고함이 밝혀지면, 그 때 그를 다시 받아들이면 된다.

그렇지 않아도 ‘올해 대통령 선거에서는 양당이 보이지 않는다’는 유권자들의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는 마당이다.

부디 야당이 야당다운 모습을 보여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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