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국민을 바보로 아나?

시민일보 / / 기사승인 : 2012-09-09 10:4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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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고하승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 측의 ‘대선 불출마 협박’ 폭로 사건이 연일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지난 3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는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 측이 긴급 기자회견을 열었다.

당시 안철수 원장 측 대변인으로 나선 금태섭 변호사는 "9월 3일 오전 새누리당 측이 뇌물과 여자 문제를 폭로하겠다고 대선 불출마 협박을 했다"고 밝혔다.

처음에는 제법 그럴 듯 해보였다. 뭔가 대단한 음모라도 있는 것처럼 보였다.

그런데 그가 지목한 ‘새누리당 측 관계자’라는 사람이 새누리당 정준길 공보위원이라는 사실을 알고부터 고개를 갸웃거리지 않을 수 없었다.

‘정준길’이라는 이름이 너무 생소할 뿐만 아니라, ‘공보위원’이라는 그의 직책을 볼 때, 야권의 유력 대권주자를 협박할만한 위치에 있다고 여겨지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안 원장측은 그를 협박 당사자로 지목하면서 ‘긴급 기자회견’이라는 것까지 열었다.

대체, 왜 그랬을까?

알고 보니, 금 변호사와 정 전 위원이 지난 4일 통화를 한 것은 사실이었다.

그걸 빌미로 금 변호사는 정 전 위원이 ‘협박’을 했다고 주장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정 전 위원은 “친구끼리 한말”이라며 어이없다는 반응을 보였고, 금 변호사는 “그냥 아는 사이일 뿐”이라며 친구가 사이가 아니라는 상반된 입장을 보였다.

그러자 정 전 위원과 금 변호사가 `편하게 얘기하는 친한 사이(정준길 주장)`인지, `친한 사이가 아닌(금태섭 주장)지`에 정치권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과연 누구 말이 맞을까?

금 변호사는 "통화·문자메시지 수신 기록을 보니까 작년 12월 3일 정 위원이 `출판기념회를 한다`면서 단체 문자를 보냈다. 나는 출판기념회에 가지도 않았는데 13일 후인 12월 16일 출판기념회 와주셔서 감사하다는 단체 문자가 또 하나 왔다"며 "그 외에는 전혀 연락이 없다가 최근에 문자 한 통이 더 오고 나서 관련된 전화를 한 통화 정도 했다"고 주장했다.

그런데 정 전 위원이 공개한 금 변호사와 주고받은 문자를 보면, 지난 8월 27일 오후 10시 금 변호사에게 `태섭아, 수고 많지? 산업은행 관련 안철수 연구소 부분은 네가 생각하는 것보다 다른 사정이 있다. 참고하기 바래`라는 내용이 있었고, 금 변호사는 약 3시간 뒤인 28일 새벽 1시쯤 `다른 사정이 뭐니, 준길아? 하고 싶은 얘기가 있으면 전화 줘^^`라고 답문을 보냈다.

두 사람이 금 변호사의 주장처럼 잘 모르는 사이라면, 새벽 1시에 문자를, 그것도 반말로 주고받을 수 있을까?
정 전 위원은 지난 7일 공보위원직을 사퇴하며 금 변호사에게 "이번 전화 통화 이전에도 메시지와 전화로 새누리당 원외 당협위원장 워크숍에 안철수 교수님께서 와서 강의를 해주실 수 있는지 의논하는 등 나름 대학 시절에 꿈꾸어 왔던 국민이 바라는 정치문화를 만드는데 마음이 통했다고 생각하는데 어떤지"라며 아쉬운 마음을 표했다.

이 같은 논쟁을 지켜본 국민들은 누구의 손을 들어 주었을까?

'안철수 불출마 종용 폭로' 후 지지율 변화를 보니,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의 지지율이 소폭 오른 반면 안 원장의 지지율은 소폭 하락했다.

실제 지난 7일 실시한 리얼미터·JTBC 여론조사 결과 다자대결에서 박 후보 지지율은 42.4%로 기자회견이 진행된 전날(40.7%) 대비 오히려 1.7%포인트 올랐다. 반면 안 원장 지지율은 23%로 전날(23.2%)보다 되레 0.2%포인트 떨어졌다.

물론 가장 큰 타격을 받은 사람은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 경선 후보다.

문 후보 지지율은 17.5%로 전날(17.3%) 대비 0.2%포인트 올랐지만 기자회견 전날(18.8%)에 비해선 1.3%포인트 하락했다.

이에 대해 이택수 리얼미터 대표는 “안 원장의 기자회견으로 결과적으로는 지지율이 하락한 문 후보에게 불똥이 튀었다”며 “안 원장과 문 후보 양자구도에서 지지율 격차가 기자회견 3일전 9.1%포인트였던 게 전날 2.7%포인트로 좁혀지니까 격차를 벌리기 위해 기자회견을 한 게 아닌가 생각한다”고 밝혔다.

즉 야권 단일후보 경쟁상대인 문 후보의 지지율이 상승세를 타는 것을 저지하기 위해 전략적으로 기자회견을 열었을 것이란 뜻이다.

결국 그의 전략은 주효했다. 민주당 경선에서 9연승을 거둔 문재인 후보의 상승세에 제동을 걸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안 원장 자신의 지지율도 덩달아 추락하고 말았다.

국민은 바보가 아니다. 안 원장 측의 기자회견을 지켜본 국민들은 지금 ‘정치를 위해 친구의 우정까지 팔아먹는 파렴치한 집단’으로 치부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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