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꼼수 정치’부터 배웠나

고하승 / / 기사승인 : 2012-09-12 16: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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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고하승

금태섭 변호사의 입에서 촉발된 ‘안철수 불출마 협박’ 파문이 급기야 자신을 택시기사라고 밝힌 정체불명의 사나이 입을 통해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고 있다.

사실 이성을 가지고 조금만 면밀하게 들여다보면, 이 사건은 사건이라고 할 만한 가치조차 없는 것이다.

우선 친구끼리의 대화를 ‘협박’이라고 주장한 금 변호사의 주장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임에도 그는 아무런 근거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더 웃기는 것은 자칭 택시기사라는 사람의 일방적인 주장을 각 언론이 앞 다퉈 내보내고 있다는 사실이다.

물론 금 변호사와 마찬가지로 그 택시기사 역시 아무런 근거는 제시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 그는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당시 상황을 증명할 어떤 증거가 있느냐’는 사회자의 질문에 “실내에는 녹화장치가 없다”고 답변했다.

이에 대해 ‘택시에는 블랙박스가 있지 않느냐’고 물었고, 그는 “있다”면서도 “내부는 녹화가 금지돼 있다”고 말했다.

그러자 사회자가 ‘그러면 외부를 비추는 블랙박스에는 정준길 전 공보위원의 모습이 잡혔을 수는 있지 않느냐’고 질문했고, 이에 그는 “지금 현재까지는 확인된 사항이 아니니까 제가 말씀을 못 드리겠다”고 말했다.

이에 사회자가 ‘이 전화 끊고 나서 한번 확인해 보십시오. 결정적인 증거가 거기에 들어있을 수도 있으니까’라고 말했고, 그는 “여러 군데에서 지금 그런 말씀을 하시는데, 아직 확인은 안 한 상태”라고 거듭 밝혔다.

이 얼마나 웃기고 황당한 이야기인가.

그런 중요한 제보를 하는 사람이 당연히 확인해 볼 필요가 있는 블랙박스조차 한참 시간이 지났음에도 확인조차 하지 않았다니, 그의 말을 정말 믿어도 되는 것일까?

사실 이번 사건은 실체가 없다.

물론 정준길 전 새누리당 공보위원이 잘못 한 것은 맞다.

공식 직함을 가진 사람으로서 아무리 친구 사이라고해도 할 말 못할 말이 있는데, 그를 구분하지 못하고 너무 가볍게 처신했다는 것이 첫 번째 잘못이고, 자신의 조언을 협박으로 받아들이는 사람을 친구로 둔 것이 두 번째 잘 못이다.

하지만 그 잘못에 비해 안철수 원장 측의 잘못은 너무나 크다.

우선 금 변호사는 이런 중차대한 사실을 폭하려면 최소한 국민들로 하여금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근거를 제시했어야 옳았다.

그 방법은 얼마든지 있었다.

먼저 전화를 받을 때에는 경황이 없어 녹취를 하지 못했더라도, 다시 전화를 걸어 ‘내게 그런 말을 한 의도가 무엇이냐’고 묻고 정 전 위원의 발언을 녹화했더라면, 국민들이 그 말을 듣고 ‘협박’인지, 아니며 ‘친구 사이의 조언’인지 판단할 수 있었을 것 아니겠는가.

이제 불과 대통령 선거가 90여일 남짓 남은 상황에서 막가파식으로 먼저 폭로부터 해 놓고, 사실여부를 논쟁하자는 것은 자신을 향하고 있는 검증의 칼날을 피하기 위한 ‘꼼수’로 생각되기 십상이다.

아무런 근거 없는 택시기사의 일방적 제보를 확대 재생산하는 것 역시 마찬가지다.

다른 사람이라면 몰라도 안 원장 측이 이러는 것은 정말 실망이다.

이른바 ‘안철수 현상’이라는 게 무엇인가.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 등 기존 정당의 구태에 환멸을 느낀 유권자들이 당 밖에 있는 안 원장에게 ‘참신’을 기대하기 때문에 나타난 현상 아니겠는가.

그런데, 기존 정당도 감히 상상하기 힘든 ‘막가파 폭로 정치’를 태연하게 구현하고 있으니, 기가 막힐 노릇 아니겠는가.

정말 이래서는 안 된다. 물론 새누리당이 정말 조직적으로 안철수 원장에게 협박을 했다면, 박근혜 후보는 지탄을 받아야 한다. 하지만 국민들 가운데 박 후보가 그렇게 했을 것이라고 믿는 사람들이 과연 몇이나 되겠는가.

누가 뭐래도 이번에는 안 원장 측이 자충수를 두었음을 부인하기 어려울 것 같다.

참신한 정치를 기대했는데, ‘꼼수 정치’라니 정말 실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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