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반쪽행보’ 아쉽다

고하승 / / 기사승인 : 2012-09-18 13: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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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고하승
박근혜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가 대선후보 선출 이후 첫 일정으로 지난달 21일 국립현충원 이승만·박정희·김대중 전 대통령들의 묘역을 참배하고, 그날 오후에는 경남 김해 봉하마을을 전격 방문했다.

이른바 ‘국민대통합행보’를 보인 것이다.

사실 박 후보의 봉하마을 방문은 그 때가 처음은 아니었다. 지난 2009년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당시에도 조문을 위해 봉하마을에 왔었지만 당시 현장 분위기가 심상치 않아 그냥 서울로 차를 돌릴 수밖에 없었다.

그 당시의 일을 생각하면, 박 후보는 봉하마을을 다시 찾고 싶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박 후보는 수락연설에서 "이념과 계층, 지역과 세대를 넘어 산업화와 민주화를 넘어 모두가 함께 가는 국민 대통합의 길을 가겠다"며 ‘국민대통합’을 약속했고, 그 약속을 실천하기 위해 봉하마을을 다시 방문했던 것이다.

그래서 많은 국민들로부터 박수갈채를 받았고, 박 후보의 지지율도 상승했다.

실제 당시 대부분의 여론조사에서 박 후보가 야권 유력주자인 안철수 서울대 교수를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그 때 필자는 <박근혜, ‘국민통합 행보’ 고맙다>는 제하의 칼럼을 통해 “민주당 경선 승리자가 DJ와 노 전 대통령의 묘역만 참배할 것이라, 이승만, 박정희 전 대통령의 묘역도 함께 참배하는 모습을 보여주었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며 “모쪼록 경선 이후 민주당 대권주자의 행보도 박 후보처럼 국민대통합 행보가 되기를 바란다”고 당부한 바 있다.

하지만 민주당 후보로 확정된 문재인 후보는 불행하게도 이 같은 여망을 저버리고 말았다.

그는 후보 선출 뒤 첫날 박근혜 후보처럼 서울 동작구 동작동 국립현충원 방문을 첫 일정으로 잡았다.

문 후보는 그러나 김대중 전 대통령 묘소만 참배하고,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 묘소는 찾지 않았다. 박 후보가 자신의 아버지인 박 전 대통령의 정적이었던 김대중 전 대통령 묘소에 참배했던 것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박 후보가 ‘국민 대통합 행보’를 보인 반면, 문 후보는 ‘확실하게 ‘편 가르기’하는 행보를 보인 셈이다.

한마디로 문 후보는 스스로 자신이 ‘국민 후보’가 아니라 ‘반쪽 후보’라는 사실을 입증한 꼴 아니겠는가.

물론 문 후보는 아직 온전한 후보가 아니다. 아직은 안철수 교수와의 후보 단일화 과정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스스로 ‘반쪽 후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즉 안철수 교수와의 후보단일화 과정에서 진보성향 유권자들의 지지를 받아야하기 때문에 일부러 그들의 관심을 받기 위해 그런 모습을 연출했을 것이란 뜻이다.

하지만 아무리 그런 상황에 처해 있다고 하더라도 이는 대통령이 되겠다는 사람이 취할 올바른 행동은 아니다. 설사 그렇게 ‘편 가르기’를 해서 야권단일후보가 된다고 해도, 그런 후보가 국민대통합 행보를 보이고 있는 박근혜 후보를 이길 수나 있겠는가.

특히 그가 친노 인사라는 점에서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노무현 전 대통령 지지자들 가운데 노무현 정신의 계승을 얘기하면서도 노무현식 편 가르기 통치에는 반대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친노인사인 문 후보의 첫 일정이 ‘편 가르기’라니, 어찌 걱정스럽지 않겠는가.

더구나 문 후보는 자신의 책에서 “대통령이 되겠다고 나섰다면, 보수든 진보든 모두의 대통령이 되어야 합니다. 지금까지 우리의 정치는 늘 편 가르기로 극단적인 반목과 갈등이 이어져 오고 나라가 분열되어 왔습니다. 저는 이미 출마를 선언할 때 편 가르기를 하지 않겠다고 말했습니다.”라며 ‘편 가르기’를 하지 않겠다고 스스로 선언하지 않았던가.

그런데 이처럼 ‘말 따로 행동 따로’인 모습을 보인다면, 국민들이 어떻게 문 후보를 신뢰할 수 있겠는가.

지금 우리나라에 필요한 것은 국민대통합이다. 영호남 갈등을 치유하고, 나아가 남북관계를 개선하지 않으면 국가경쟁력을 키울 수 없다. 산업화 세력과 민주화 세력이 서로 손을 잡지 않으면, 치열한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기 어렵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서로 협력하지 않으면 죽어가는 경제를 살려 낼 수가 없다. 지금은 전 국민이 힘을 모을 때다.

장담하거니와 ‘반쪽 후보’로는 이 같은 총체적 위기를 극복해 나갈 수 없다.

문 후보 스스로 말했듯이 대통령이 되겠다고 나섰다면, 보수든 진보든 모두의 대통령이 되어야 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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