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와 ‘모피아’의 대부 이헌재

고하승 / / 기사승인 : 2012-09-23 13:2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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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고하승
이른바 ‘모피아’의 대부라고 불리는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가 무소속 대선후보 안철수 교수의 '경제멘토'라고 한다.

모피아(MOPIA)란 재무부와 마피아의 합성어로, 관료를 마피아 조직에 빗댄 말이다.

모피아는 물론 재벌들과 결탁됐지만 지금은 오히려 국제금융자본과 더 결탁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바로 그런 모피아 세력의 대부 격인 이헌재 전 총리가 안철수 후보의 ‘경제멘토’로 안철수 캠프에 가담했다고 하니, 고개를 갸웃거리지 않을 수 없다.

기존 정당과 정치권에 대한 불신, 그리고 새로운 시대적 열망을 담아낸 ‘안철수 현상’이 ‘모피아 대부 이헌재와의 동거’라는 모습으로 나타나다니, 뭔가 어색하고 불편하기 짝이 없다.

이 전 부총리는 DJ정부 시절 신자유주의 기조 아래 기업의 구조조정을 진두지휘했고, 그는 ‘구조조정의 달인’이라는 닉네임이 붙었다. 그로인해 당시 하루아침에 실직자가 된 노동자들이 거리에 넘쳐났었다.

그는 또 신용카드 남발 정책을 통해 인위적인 경기부양을 했고, 그것이 오늘 날 가계부채의 요인이 되고 있다. 특히 참여정부에서 경제부총리에 재임된 그는 참여정부의 종합부동산세를 사실상 누더기로 만든 당사자이기도 했다.

실제 1가구 3주택 양도세 중과시기를 연기하자는 그의 주장은 곧 부동산 규제 완화 정책으로 받아들여졌고, 이에 따라 부동산 과잉공급현상이 나타나기도 했다.

노무현 정부 당시 판교, 검단 신도시 등 부동산 공급 정책도 모두 이 전 부총리의 한국형 뉴딜 정책에서 촉발됐음은 두말 할 나위없다. 그래서 당시 ‘강남부동산 불패 신화’를 낳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결국 부동산투기 논란으로 불명예 퇴진했다. 그것도 재임시 투기로 낙마한 것이다. 또한 그는 외환은행 불법 매각 논란 중심에 서있다.

론스타가 금융감독위원회의 편법 승인 가운데 외환은행을 헐값에 매입했을 때 그는 법률 자문을 해주던 <김앤장법률사무소>에서 고문으로 일조했음은 익히 알려진 바와 같다.

특히 ‘모피아’ 세력이 그렇듯 그는 묻지마식 금융개방의 경제철학을 지니고 있는 인사다.

한마디로 이 전 부총리는 가계대출 방조, 공공부문의 민영화, 금산분리 폐지, 금융의 세계화를 골자로 하는 경제철학을 갖고 있다는 말이다.

물론 이는 현재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에서 추진하고 있는 ‘경제민주화’와는 상반된 철학이다.

그러고 보니 안 후보가 과거 SK그룹 최태원 전 회장 구명운동에 나선 것이나, 지난 2001년 재벌 2, 3세와 벤처 기업인들의 모임인 브이소사이어티 회원들과 함께 인터넷 전용은행‘ 브이뱅크’를 설립하려 했던 것들은 우연이거니 실수가 아니라, 그것이 안 후보의 소신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다.

즉 그의 책 ‘안철수의 생각’에 담겨 있는 것은 안 후보의 생각이 아니라, 그것은 어디까지나 그 책을 발간한 사람의 생각일 뿐이고, 실제 안 후보의 생각은 이헌재 전 총리의 생각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란 뜻이다.

오죽하면 장하준 영국 케임브리지대 교수가 안 후보의 선거대책본부에 합류할 것으로 예상되는 이헌재 전 부총리에 대해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자본시장 자유화 등 신자유주의 정책이 자살율과 비정규직의 급증, 출산율 저하 등 병폐를 불러왔다. 그 중심에 이 전 경제부총리가 있다”며 "그가 다시 정계에 등장했다. 상당히 걱정된다"고 말했겠는가.

앞서 장 교수는 지난 21일 서울 종로 한국교회100주년기념관에서 열린 프레시안 11주년 기념 '경제민주화 어떻게 할 것인가' 강의에서도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의 정계 진출을 누가 좀 말려줬으면 좋겠다"고 말한 바 있다.

심지어 민주당 안철수 등과 함께 야권연대의 한 축을 이룰 것으로 예상되는 새진보정당추진회의 노회찬 공동대표도 안철수 후보가 이헌재 전 부총리를 영입한 것에 대해 “안철수 후보에 대한 국민의 기대치와 이헌재 후보의 그간의 경제철학은 상당히 거리감 있다”고 지적했다.

즉 안철수 후보에 대한 기대감, 여론조사의 높은 지지율은 우리 국민들이 바라는 낡은 시스템과의 결별, 새로운 정치에 대한 욕구의 표현인데, 이 전 부총리가 펼쳐왔던 정책은 그런 기대감과는 거리가 멀다는 뜻이다.

그래서 안철수 후보와 이헌재 전 부총리의 동거가 뭔가 모르게 어색하고 불편하게 느껴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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