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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고하승
안철수 후보의 부인 김미경 서울대 교수가 지난 2001년 다운 계약서를 작성해 세금을 탈루했다는 의혹이 사실로 드러났다.
실제 무소속 안철수 후보의 부인 김미경 서울대 의과대학 교수는 지난 2001년 서울 송파구 문정동의 한 아파트를 구입하면서 실거래가보다 낮은 가격에 작성된 계약서, 이른바 ‘다운계약서’라는 것을 작성했다.
김 교수가 매입한 136.6제곱미터 규모의 아파트 시세는 4억5000만 원에서 4억8000만 원가량이지만 김 교수는 약 절반 정도인 2억5000만 원에 매입한 것으로 가격을 낮춰 구청에 신고했다.
그로 인해 취득세와 등록세 비용을 상당부분 덜 냈을 것이다.
물론 당시 다운계약서는 불법이 아니지만 취득, 등록세를 피하기 위한 편법이라는 점에서 비난받아 마땅하다.
그래서 다운계약서 작성 문제와 세금 탈루 문제는 고위공직자 인사청문회에 자주 등장하는 검증항목 가운데 하나다.
불과 2개월 전에는 김병화 대법관 후보가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다운계약서 때문에 곤욕을 치렀고, 결국 후보에서 자진사퇴해야만 했다.
김 후보자는 지난 2000년 서울 삼성동 아파트를 4억6500만원에 구입하면서 관할 강남구청에는 기준시가인 2억3500만원에 매입했다고 신고했고, 그로 인해 상당액을 탈루했을 것이다. 안 교수 부인의 수법과 동일하다.
어디 그뿐인가. 이명박 정부 고위직 인사들 가운데서도 다운계약서를 작성했다가 여론의 뭇매를 받은 인사들이 한둘이 아니다.
김금래 여성가족부 장관, 권재진 법무부 장관, 권도엽 국토해양부 장관, 김성환 외교통상부 장관, 진수희 전 보건복지부 장관, 이귀남 전 법무부장관, 주호영 전 특임장관 등이 모두 다운계약서 의혹을 받았다.
당시 ‘핑계 없는 무덤은 없다’라는 속담을 증명이라도 하듯이 이들은 “잘못했다”고 말하면서도 “지방세 시가표준액에 따라 신고하는 관행을 따랐다”(김금래), "당시 실정법에는 실거래가로 신고하도록 돼 있지 않아 위법은 아니다"(권재진), "모든 관련 업무는 법무사가 대행했다"(권도엽)고 변명 아닌 변명을 해댔다.
바로 그들처럼 이번에는 안철수 후보의 부인이 똑 같은 행위를 저지른 것이다.
그럼에도 안 후보가 그들보다 더 비난을 받는 것은 안 후보가 자신의 저서 '안철수의 생각'에서 "탈세가 드러날 경우 일벌백계로 엄중하게 처벌해서 세금을 떼먹는 것은 엄두도 내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며 ‘일벌백계’를 주장해 온 사람이기 때문이다.
결국 말로는 탈루자에 대한 엄중처벌을 강조하면서도 실제 행동은 세금 몇 푼을 떼어먹으려고 다운계약서를 작성했다는 뜻 아니겠는가.
안 후보에 대해 비난 여론이 들끓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이에 따라 안 후보는 27일 지난 2001년 아파트 매입 시 `다운계약서`를 작성했다는 의혹을 시인하고 사과했다.
안 후보는 이날 공평동 선거캠프에서 장하성 고려대 교수의 캠프 합류를 발표하는 기자회견에서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수 있지만 잘못된 일이고 국민께 사과드린다"며 "앞으로 더 엄정한 기준과 잣대로 살아가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그리고는 그걸로 끝이다.
그렇다면, 이명박 정부에서 다운계약서 의혹을 받았던 무수히 많은 전현직 장관들의 행위나 무엇이 다른가.
참으로 실망이다. 이른바 ‘안철수 현상’이라는 게 무엇인가.
그것은 기존 정당과 정치권의 불신에 대한 국민의 반감에 비정치권 인사는 ‘신선하고 깨끗할 것’이라는 기대감 아니겠는가.
그런데 안 후보는 그런 국민의 기대감을 여지없이 무너뜨려 버렸다.
따라서 ‘사과드린다. 앞으로 더 잘하겠다’는 말로 모든 허물을 덮을 수는 없는 것이다.
2개월 전,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다운계약서 문제 등으로 인해 스스로 대법관 후보직을 사퇴한 김병화 후보가 안철수 후보보다 더 돋보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나저나 다운계약서를 작성한 김금래, 권재진, 권도엽, 김성환 장관과 진수희, 이귀남, 주호영 전 장관을 향해 손가락질 하던 민주당이 왜 안 후보의 같은 잘못에 대해서는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는지 정말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입으로는 ‘공정사회’를 말하면서도 사람에 따라 서로 다른 잣대를 들이대는 것이 과연 ‘공정’한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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