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현상은 한여름밤의 꿈?

고하승 / / 기사승인 : 2012-10-03 15:5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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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고하승
추석 이후 대선 후보 지지도에 변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일단 각종 여론조사 기관의 결과를 보면,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의 지지율은 바닥을 찍고 반등세로 돌아선 반면, 안철수 무소속 후보는 지지율이 소폭 하락하는 모양새로 나타났다.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는 여론조사 기관에 따라 상승과 하락세가 교차하는 양상을 보였다.

먼저 조선일보와 미디어리서치가 지난 1일 전국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자.

박근혜 안철수 양자대결에서 44.7%대 47.4%로 비록 안 후보가 우위를 보였으나, 그 격차는 오차범위내로 극히 미미했다.

앞서 불과 열흘 전인 9월21~22일 여론조사 때에는 안 후보 49.9% 대 박후보 41.2%로 그 격차가 무려 8.7%포인트에 달했던 것과 비교하면, 상당한 변화가 아닐 수 없다.

이 조사는 휴대전화와 집전화를 절반씩 섞어 임의걸기(RDD) 방식으로 진행됐다. 오차범위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다.

그렇다면, 다른 여론조사 결과는 어떤가.

같은 날 국민일보와 글로벌리서치가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오히려 박 후보가 안 후보를 역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박 후보는 46.2%, 안 후보는 44.3%로 두 후보 간 격차가 오차범위 내인 1.9%p에 불과하다. 그러나 앞서 국민일보가 지난달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안 후보가 비록 오차범위 내이기는 하지만 박 후보를 앞선 바 있다.

또 박 후보와 문 후보 간 양자 대결에서는 박 후보가 47.8%로 문 후보(41.2%)와의 격차를 더욱 벌렸다.

반면 문 후보는 안 후보와의 후보단일화 선호도 조사에서 호남에서 처음으로 안 후보를 0.4%포인트차로 앞섰다.

이 조사 역시 전국 유권자 1000명을 대상으로 이뤄졌으며, 오차범위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다.

한때 ‘안철수 현상’이라는 신드롬을 일으키며 승승장구하던 안철수 후보의 지지율이 이처럼 하락세를 면치 못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아마도 대선 출마를 선언한 9월 19일 이후 누려온 ‘컨벤션 효과’가 사라진 데다 추석연휴를 앞두고 다운계약서 의혹과 논문표절 의혹 등 잇따라 제기된 의혹들의 영향을 받았을 것이다.

물론 안 후보를 향해 불거진 의혹들에 대해서는 논란이 분분하다.

안 후보가 대통령 선거 출마를 선언한 만큼 알아봐야 될 것에 대해선 알아보는 게 너무나 당연한 것 아니냐는 시각이 있는가하면, “안철수 때리기가 과하다”는 비판여론도 있다.

하지만 국민정서 등을 감안할 때, 안 후보에 대한 검증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우선 다운계약서 의혹을 보자. 보통의 국민들은 다운계약서를 쓰지 않는다. 필자도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두 번 아파트를 매입한 적이 있으나, 단 한 차례도 다운계약서라는 것을 쓴 일이 없다. 이른바 ‘딱지’ 라는 것을 통해 아파트를 매입한 적도 없다. 그것이 돈이 된다는 것을 몰라서가 아니라, 그렇게 해서는 안 되는 줄 알았기 때문이다. 그것이 보통 국민들이 지니고 있는 상식이다. 그런 국민들에게 안 후보는 도덕성 문제를 운운하기 이전에 상대적인 박탈감과 상실감을 안겨 준 것에 대한 사과와 반성이 있어야 할 것이다.

또 지난 1일 문화방송(MBC)은 안 후보가 서울대에 제출한 의학박사 학위논문에서 2년 전 제출된 서 모 교수의 논문을 인용 출처표기 없이 거의 옮겨 쓰다시피 했다고 보도했다.
볼츠만 곡선을 유도하는 설명에서 유도식을 서 교수 논문에서 거의 복사 수준으로 베꼈다는 것.

이에 대해 안 후보 측은 언론 담당 페이스북에 "해도 해도 너무 한다. 묵과할 수 없다"며 즉각 반박하고 나섰다.
하지만, 여론은 아무래도 안 후보에게 불리한 쪽으로 흘러가는 것 같다.

어떤 면에서는 억울한 측면이 있을지도 모른다. 시간을 두고 해명하면,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사안일지도 모른다는 뜻이다. 그러나 세세히 해명하기에는 너무나 시간이 부족하다.

그러나 어쩌겠는가. 그건 자업자득이다. 안 후보는 검증 시간을 최대한 줄이기 위해 선거를 불과 3개월여 남겨 둔 시점에 공식적으로 대선 출마를 선언했다.

물론 그로 인해 검증의 시간을 대폭 줄이는 효과를 낸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자신에게 제기된 의혹에 대해서는 충분히 해명할 시간조차 남겨두지 못하는 결과를 초래하고 말았다.

어쩌면 ‘안철수 현상’은 ‘한여름 밤의 꿈’으로 막을 내릴지도 모른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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