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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고하승
안철수 무소속 후보에 대한 비판 칼럼을 쓰는 게 쉽지 않다.
선거기사 심의위원회로부터 ‘특정 후보에 대한 비판 칼럼을 지속적으로 게재하고 있다’는 정말 황당한 이유로 ‘사과문’ 게재 결정문을 받았기 때문이다.
한 후보를 비판하려면, 다른 후보들도 뭔가 꼬투리를 잡아서라도 같은 분량으로 비판해야 한다는 것인지, 아니면 잘못이 드러나더라도 한번 비판했으면 다음부터는 눈을 감아줘야 한다는 것인지 정말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심의위는 혹시 양비론을 ‘정의’로 착각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하지만 필자는 책임회피에 가까운 양비론을 펼치고픈 생각은 추호도 없다. 그것은 정의가 아니기 때문이다. 뒤늦게 선거에 뛰어든 안 후보에 대해 언론이 집중적인 검증을 하지 않는다면 오히려 그것은 언론의 책임을 방기하는 것 아니겠는가.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는 이미 수년 전부터 검증을 받아 왔고,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 역시 1년 가까이 검증을 받아왔다. 그러나 안 후보가 본격적으로 선거전에 뛰어든 고작 2주 남짓이다. 따라서 안 후보에 대해 언론이 집중검증에 나서는 것은 당연한 책무다.
그런 차원에서 이번에도 안철수 후보에 대한 비판 칼럼을 쓸 수밖에 없다.
이른바 ‘안철수 현상’이라는 게 무엇인가.
새누리당 심재철 최고위원은 4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이렇게 지적했다.
“2001년도에는 이 분이 제대 후 의대 교수로 복직할 예정이었지만, 학교 당국과 여러 가지 조건이 안 맞아서 채용이 보류된다. 한 언론 인터뷰에서도 이렇게 나온다. 10개월간 실업자로 지내면서 아내가 벌어온 돈으로 사는 것이 견디기 어려웠다. 그래서 창업하게 되었다고 2001년도에는 이야기를 하는데, 2003년부터는 자기 자신을 턱없이 미화한다.”
어떻게 미화를 했다는 것인가.
심 최고위원은 “책에 보면 사회에 공헌할 수 있는가에 대해 초점을 맞춰야 한다. 그래서 의대교수를 포기하고 정보보안 쪽을 선택했다고 이야기 한다. 대학에서 채용을 안 한 것이 아니고 내가 자발적으로 의대교수를 포기했다라고 얘기를 비틀어 놓는다. 벤처라는 험난한 길에 자기 자신이 뛰어들었다고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뿐만 아니라, 안 후보는 재벌의 횡포를 지적하면서 삼성동물원이라는 표현을 쓰고 비난한다. 그런데 정작 자기 자신은 재벌의 도움으로 성장했다. 맨 처음 95년 안철수 컴퓨터바이러스 연구소를 설치할 때 당시로서는 가장 선두주자이며 막강했던 한글과 컴퓨터사에서 50%의 지분투자를 받는다. 마케팅을 전부다 담당할 테니 연구만 하라고 했고, 그 덕분에 미국에 가서 공부할 수 있었다고 본인이 얘기한다.
97년도 회사가 재정난에 빠졌을 때 도움을 준 것은 삼성SDS이었다.
지분참여 25%의 투자를 하게 되는데 삼성이 벤처기업에 투자한 첫 번째 케이스이다.
심 최고위원은 “삼성이 투자한 첫 번째 케이스라는 명성을 등에 업고 삼성의 보호 속에서 성장하게 된다. 자기 스스로 이렇게 이야기한다. 제품을 삼성그룹에 공급할 수 있는 통로도 확보하게 되었다. 그런데 97년도쯤에 삼성에서 편법경영권상속을 위해 SDS에서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발행해서 그것이 굉장히 편법이라고 심하게 말썽이 되었다. 그런데 여기에서 BW수법을 배웠는지 그대로 답습한다. 99년도에 액면가 25억원 BW를 발행해서 전액 자기가 인수했다가 1년 뒤에 300억이 넘게 판다. 평가 차액만 해도 300억을 넘게 1년에 챙긴 것”이라며 “말로는 재벌의 행태를 동물원이라고 비난하면서 자기 자신은 정작 그 못된 행동을 그대로 따라하면서 반기업에 앞장선 듯 모습을 취하는 것이 이것은 말할 수 없는 자기부정”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그는 “이해관계가 달라졌다고 자신의 말을 바꾸고 일관되지 못한 처신을 하고 있는 사람, 자기 자신이 스스로 ‘내가 의인이다, 위인이다.’라고 하면서 잘못된 허위이미지를 과대포장해서 된 사람이 과연 통치권자가 될 자격이 있느냐”며 “이런 점에서 결격사유로 너무나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정우택 최고위원도 “안철수 후보에 대해서 많은 사람들이 깨끗하고 도덕적인 이미지를 갖고 지지하는 것 같다. 하지만 실질적 들여다보면 신주인수권부사채 저가발행 의혹이라든지, 산업은행에 뇌물제공 의혹, 브이소사이어티 활동이나 재벌회장 구명활동 논란, 딱지아파트 매입의혹, 무늬만 전세논란, 포스코 사외이사 활동 등 겉과 속이 다른 행동으로 일관하는 모습을 많이 볼 수 있다. 출마 일주일 만에 다운계약서를 부인이 작성한 것에 대해서 논란이 있었는데 곧 본인의 다운계약서 문제도 발생했다. 이것과 관련해 30초의 사과를 했다고 하는데, 본인에 대한 사과도 부인의 사과로 갈음하겠다고 얘기한 것을 보면 15초짜리 사과를 했다는 뜻이 된다”며 “이것은 적절하지 못한 처신이고 국민을 얕잡아보는 처신”이라고 비판했다.
여기에 필자 개인의 의견을 덧붙이고 싶지만, 선거기사심의위에 괜한 빌미를 제공하고 싶지 않아 그냥 두겠다.
하지만 안 후보는 이 같은 지적에 대해 분명한 답변을 국민들 앞에 제시해야 한다. 그것이 대통령 선거에 출마한 후보로서의 도리이자 기본적인 예의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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