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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고하승
“나도 처음엔 ‘성매매는 아예 없어져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성매매 여성을 혐오했고, ‘공사판에라도 가서 일하지, 왜 몸을 파느냐’며 분노했죠. 그런데 종암경찰서장으로 부임해 성매매 여성들과 대화를 나누고, 그들의 생활을 알게 되면서 생각이 바뀌었어요.”
이는 종암경찰서장 재임 당시 이른바 ‘청량리 588’ 지역을 대대적으로 단속해 하루아침에 인기 여성 경찰서장으로 주목받았던 김강자 전 총경이 ‘제한적 공창제’의 필요성을 언급하며 한 발언이다.
집장촌을 철저하게 단속해 사라지게 만든 그가 왜 이처럼 생각이 바뀌게 된 것일까?
김 전 서장은 이렇게 말했다.
“미아리텍사스 업주와 성매매 여성들을 한자리에 모아놓고 ‘감금은 불법이다. 선불금 때문에 생긴 빚은 불법이니 안 갚아도 된다’고 얘기한 적이 있어요. 나는 그렇게 하면 여성들이 다 성매매업소를 떠날 줄 알았어요. 그런데 1500명가량 되는 여성 가운데 떠나겠다는 사람이 불과 100명 정도인 거예요. 하도 이상해서 여성들한테 물었더니 ‘여기를 나가도 우리는 성매매를 할 수밖에 없다. 먹고살기 위해선 어쩔 수 없다’라고 하는 거예요. 엄청 놀랐죠.”
그러면서 그는 “아마 그때 내가 그럴 몰랐다면, 집창촌을 계속 치기만 하는, 아주 멍청한 짓을 계속했을 거예요. 그들과 대화하면서 생각이 바뀌었어요.”라고 덧붙였다.
한마디로 자신이 집장촌을 단속했던 것을 ‘멍청한 짓’으로 규정하고 있는 것이다.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으며, 자신을 하루아침에 인기인으로 만들어 주었던 단속행위에 대해 왜 이처럼 후회하고 있는 것일까?
그는 이렇게 말했다.
“엄마가 돌아가시고 아빠의 폭력을 피해 14세 때 집을 나온 여성이 있었어요. 집을 나와서는 벽돌공장에서 일했는데, 여름엔 일하다 대충 자고 라면이나 끓여 먹으면서 버텼는데, 겨울이 되니까 갈 데가 없었던 거예요. 그러다 벽돌공장에서 남자를 만나 그 남자 집으로 들어가 살았는데, 성인이 되기도 전에 애를 셋이나 낳았대요. 남자는 그새 도망가고. 결국 끼니를 이을 방법이 없어 고민하다 식당에 갔는데, 월 70만 원을 주더래요. 그걸로 애 셋을 어떻게 키워요. 애 봐줄 사람도 없고. 밑바닥 인생끼리는 또 밑바닥 정보라는 게 있거든요. 누가 ‘미아리에서 몸을 팔면 2000만 원을 (선금으로) 준다’고 얘기한 거예요. 그 말을 듣고 미아리텍사스에 들어가 선금당겨 전세 얻고 아이들을 돌봐주는 아줌마도 구하고 몸 팔면서 산 거예요. 내가 미아리에서 만난 여성 상당수가 그런 식이었어요. 이런 여성들에게 ‘왜 몸을 파느냐, 막노동이라도 해라’ 이런 말이 나오겠어요?”
그래서 ‘이럴 바엔 아예 이 여성들을 보호해주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는 것.
그 일환으로 제한적 공창제를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김 전 서장은 “공창을 하면 자연스레 생계형 성매매 여성만 모인다. 비생계형은 수치스러워서라도 공창에 오지 못한다. 음성적인 성매매에 대해서는 아주 강력하게, 그리고 상시적으로 단속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그는 성매매 자체를 합법화 하는 것에 대해서는 “안 된다”고 분명하게 선을 그었다.
김 전 서장의 생각은 확고하다.
성매매를 합법화해서는 안 되지만, 생계형 성매매여성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제한적 공창제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필자는 한 중견기업의 오너로부터 이런 이야기를 들은 바 있다.
“지금 ‘묻지마 식의 성폭행’ 사건이 발생하는 근본적인 이유 가운데 하나가 성 소외자들, 즉 성적 욕구를 해소하지 못한 자들이 그 욕구를 해소하기 위한 방편으로 범죄를 택하고 있는 것 아니냐, 그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공창제가 필요한데, 이 말을 아무도 공개적으로 꺼내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특히 정치인들도 그 문제점을 알면서도 표 떨어질까 봐 두려워 나서지 못한다. 성범죄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고, 성매매여성을 보호할 수 있는 방안인데도 이걸 공론의 장으로 끌어 내지 못하고 있다. 고 국장이 한번 총대를 메는 것이 어떠냐?”
하지만 지식인이 이런 문제를 공개적으로 거론한다는 게 어디 그리 생각처럼 쉬운 일인가.
그런데 김강자 전 소장이 인터뷰를 통해 이 문제를 공론화 하고 나선 것이다.
그렇다면, 이제 우리 사회가 이 문제에 대해 진지하고 심도 있게 한 번 논의해 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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