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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고하승
무소속 안철수 대선후보가 ‘국민의 요구’라며, 국회의원 정원축소와 중앙당 폐지, 정당 보조금 축소 내지는 폐지 등을 3대 정치쇄신안으로 제시했다.
이에 대해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은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특히 민주당은 이를 사실상 ‘포퓰리즘’으로 규정하고, 맹비난하고 나섰다.
새누리당 심재철 최고위원은 25일 무소속 안철수 후보의 정치개혁안과 관련, "구체적인 추진방안이 없는 뜬구름 잡는 정책"이라고 혹평했다.
심 최고위원은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중앙선거대책위원회 회의에 참석, 이같이 언급한 뒤 "같은 야당도 (안 후보의 정치개혁안을 두고) 정치발전 방안인지 의문이라고 말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안 후보와 후보단일화를 모색하고 있는 문재인 후보 측 정해구 성공회대 교수는 안 후보의 이 같은 제안을 사실상 ‘포퓰리즘’으로 규정하면서 "국민들 감정은 충분히 이해하지만 그게 이상적인 판단은 아니다"라고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어 그는 "국회의원이나 고위공직자의 특권, 기득권을 내려놓자는 점에서는 같지만 저희들은 국회의원 숫자를 줄이자는 얘기는 안 한다"며 "국회의원 숫자를 줄이는 것이 정치쇄신이라고 보진 않는다"고 반대의사를 거듭 밝혔다.
사실 국회와 정치권에 대한 국민의 불신은 지금 매우 심각한 상황이다.
이른바 ‘안철수 현상’이라는 것이 그래서 나타난 것이기도 하다.
그래서 국민들 사이에서는 ‘새누리당이고 민주당이고 뭐고 당이란 당은 다 없애버리고, 아예 국회도 없애 버렸으면 좋겠다’는 말이 공공연하게 나오고 있는 것이다.
아마도 안 후보는 이런 국민의 감정을 잘 알고, 그에 편승하고 있는 것 같다.
하지만 과연 그 같은 국민의 감정이 이성적인 판단에 의한 것인지, 적어도 한 나라의 최고 지도자가 되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그 점을 보다 면밀하게 살필 필요가 있다.
그동안 여야 각 정당이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고 국민들에게 실망감을 안겨 준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민주주의 국가에서 정당을 부정하는 것 자체가 매우 위험한 발상이고, 실제로도 정당 없이는 정권을 제대로 이끌어갈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더구나 의원 숫자를 대폭 줄이는 것은 방대한 집행부를 견제할 입법기관의 기능을 현저하게 약화시킬 위험이 있다는 점에서 대단히 위험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아무리 국민들이 화가 나서 ‘국회를 아예 없애 버렸으면 좋겠다’고 말해도, 대통령이 되려는 사람이라면 거기에 부화뇌동할 것이 아니라, 오히려 3권분립 정신에 입각해 그들을 설득하고 국회의 필요성을 이해시키는 것이 옳지 않겠는가.
그런데 갑작스럽게 국회의원 수를 100여명 가까이 줄여버린다면, 행정부를 제대로 감시하고 견제할 수 있겠는가.
헌법에는 국회의원 수를 200명 이상으로 정해 놓고 있으며, 이를 바탕으로 공직선거법에서 그 수를 300명으로 정했다.
즉 국회의원 수는 200명 이상이면, 개헌을 하지 않고도 공직선거법만 바꾸는 것으로 얼마든지 가능한 셈이다. 아마도 안 후보는 국회의원 수를 200명 선 정도로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 설마하니 국회의원 수를 10여명 줄이는 것 가지고, 거창하게 정치쇄신안이라고 하지는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헌법 제정 이후 정치권이 조금씩 여야 합의에 의해 국회의원 수를 늘려온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것을 ‘기득권’이라고 몰아세우는 것은 올바른 판단이 아닌 것 같다.
왜냐하면, 우리나라 헌법이 만들어 지던 1948년 제헌국회 당시 인구는 고작 2000 만명에 불과했다. 그러나 지금은 무려 5000만 명에 달할 만큼 증가했다.
국회의원은 인구비례대로 선출하는 게 상식이다. 그 상식에 비추어 보았을 때, 인구 2000만명 당시에 200명의 국회의원을 선출했는데, 인구 5000만 명 시대인 지금 300명만 선출한다면 오히려 후퇴한 것 아니겠는가.
다시 말하지만 입법기관인 국회가 행정부를 제대로 감시, 견제하기 위해서라도 국회의원 수를 급격하게 줄이는 것은 매우 위험한 발상이 아닐 수 없다.
따라서 안 후보는 국회의원 축소 제안을 철회하는 게 마땅하다는 판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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